2007년 11월 6일 화요일

메신저에 대해서...

이글루 공지를 메일주소로 바꾸면서 생각했다.

메신저도 이 주소를 사용하니까 첨가해야 될까?

다시 생각해보니 첨가할 필요가 없었다. 메신저 주소를 알면 뭐하나. 늘 오프라인으로 해놓는 걸.(라이브 메신저는 오프라인이어도 특정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잠깐 내 통신 성향에 대해 생각해봤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았다. 약 10여일 전부터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기능이 있어서다. 저 기능이 없다면 여전히 메신저는 내 취향이 아니다.

채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방해받으면 난감하다. 전화의 경우는 울리건 말건 냅뒀다가 일을 마치고서 바로 전화를 걸면 된다. 하지만 메신저는 내 한글창 옆에서 열심히 깜빡거린다. 이거 디따 신경쓰인다. 깜빡거리는 걸 없애려면 직접 클릭해서 내용을 봐야 하는데, 대부분 '안녕하세요'라거나 '하이'라는 글자가 있다. 인사를 받았는데 건네지 않으면 신경쓰여서 다른 일을 못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될 경우...

언제 대화를 끝내야 할 지 감을 못잡는다. 내가 불편하게 여기는 대화가 있다. 상대가 의식을 담지 않고 그저 꺼내는 수다가 지속되거나, 내용이 같되 감정만 증폭시키는, 또는 같은 말을 표현만 다르게 하는 이야기로 대화가 진행되면 듣기 괴롭다. 난 짧고 명료하게 이야기를 마치고,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가는 걸 좋아한다. 아무 생각없이 본능만으로 나눌 수 있는 얘기거나, 데자뷰를 필수로 수반하고 있는 '나눠본 적 있는 것 같은 대화'는 지겹다 못해 밧줄을 목에 걸고 싶은 심정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전화통화는 5분 이상 지속되면 어떻게든(상대가 불쾌해지더라도) 끊으려고 한다. 나는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화나 메신저를 이용해서 누군가와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꿈에서조차 생각하기 싫다.

특히 메신저.

괴롭다! 메신저의 멀티성에 나는 괴롭다!

온라인이 되어 누군가 말을 걸면, 열에 아홉은 다른 누군가도 말을 건다. 아래 시작바에 창들이 바바박 뜨면서 내가 펼친 글 목록 수를 간단히 상회입찰한다. 온라인으로 만들 때 이미 각오한 터라, 각 창들을 바둑판처럼 정리하여 화면에 채운다.(그래서 5번째나 7번째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얄밉다. 정리하기 힘들다고!) 한 명 한 명 바삐 대답하고 창을 뚫어지게 본다. 어디냐. 어디서 먼저 말을 걸까!(이때의 나는 이미 슈팅게임 모드로 돌아섰다)

몇몇은 간단한 인사말로 끝맺을 수 있다. 주로 3명 가량 남고 쉽게 대화를 마친다.

남은 3명 가량의 인물들이 문제다. 대부분 메신저에 능숙한 사람들.

대화를 나누다가 10분 이상 잠수해! 심하면 2시간도 잠수해! 대화가 명확하게 종료되어있지 않으면 난 그 창을 계속 보게 된다. 신경이 쓰여서 인터넷과 글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못한다.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계속 창을 보게되고, 방금 언급한 '다른 누군가'라는 분까지 그러시면 그 날 하루 스케줄은 끝장난다.(메신저를 모두 종료하면 그 땐 녹초가 되어 뻗으니까) 말 그대로 누가 말을 걸면 10초 내에 답해야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는 거다.

이러니 메신저를 무슨 수로 해. ;ㅅ;

메신저 연락이 오더라도 1시간 이상 씹을 수 있는 낯짝을 구할 때까지 오프라인으로 살아야짓.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2개:

  1. 음...메신저에 접속하면 인사를 하는군요.

    저는 메신저에 들어가면 항상 10명에서 30명정도는 접속해 있는데, 용건 없으면 아무도 말을 걸지 않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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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무도 말을 안 걸을 때까지 무시하다 보면 말이죠...

    나중엔 아무도 말을 안 걸어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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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메신저를 가동시키는 게 너무나도 귀찮아서 메신저를 안 씁니다.

    시작 프로그램으로 깔아두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듣는데, 그럼 부팅에 시간이 더 걸리잖아요.



    (이 녀석,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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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는 그래서 웬만해서는 안켜요.-__;;

    네이트온은 그래도 켜놓는 편인데, 어차피 그쪽으로는 말 걸 사람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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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ㅋㅋㅋㅋ 120% 동감이예요.

    그 난감함에 저도 지우고 말았는데 가끔 메신저도 안하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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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전 그냥 귀차니즘 때문에 깔아도 로그인하기 귀찮아요.





    그리고 전화가 오히려 신경쓰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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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도 기본은 오프라인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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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인기가 많으셔서 그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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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랑 똑같으시네요... [너무 공감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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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저도... 약간 강박증이 있어서 -ㅅ- 별로 안 좋아라 했지만 그런 생활이 오래 되다 보니 이젠 접해도 반겨주는 사람 없고[...] 딱 할만만 하게 되어서 나름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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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흠 ... 메신저에 그런 폐해가 잇엇군요ㅡㅡ;

    전 메신저하면서 그런 강박관념(?)적인느낌 한번도 느껴보지못햇는데요;하하;

    빨리 1시간 이상 씹을 수 있는 낯짝을 구하셔서 메신저를 다시 시작하시길 바랄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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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trackback from: 문자 메세지는 언제 멈추지?
    요새는 휴대전화의 기본 기능인 통화기능보다 많이 쓰이는 통신 수단이 단문 메시지 전송(SMS)기능이다. 이른바 "문자" 보내기인데, 이거 생각보다 만만한 통신 수단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전화 통화는 실시간(Real-time) 쌍방향(Duplex) 통화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끊으면 끊긴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 보내기는 실시간이 아니고 심지어 단방향이다. 즉, 어느 한쪽이 문자를 무시하더라도 상대방은 계속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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