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4일 일요일

무사히 사장된 단편

하마터면 '식존'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쓸 뻔했다. 사장되어서 다행이다.

밥을 먹다가 우연히 떠오른 이야기였는데, 내용은 요리 대결.

예전에 썼던 만화스토리 중에 '신당무림'이라는 책이 있었다. 강호 역사 이래 최고의 영약인 '기린란'으로 인해, 강호의 고수들이 모두 모여서 은신하고 있던 신당동 떡볶이 촌이 암투에 휘말린다는 내용이었다. 2000년인가 1999년인가에 출간되기 시작했었는데 완결원고 넘기던 날 출판사가 망했다.(어마나) 그래서 완결권은 출간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식존은 그 외전격 이야기... 일까?

제일제당 설탕검에 의해 초토화되었던 신당동 떡볶이촌으로 새로운 식당업주들이 몰려온다. 그곳에 전설의 향신료인 '만년 후추'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 실제로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만년 후추'를 직접 보여주며 상품으로 내건다. 신당동의 새로운 음식촌 개발을 위한 요리대회를 연 것이다. 대회에서 우승한 자의 요리는 신당동의 메이커가 될 것이고, 만년 후추 또한 그 사람의 것이 된다. 최강의 요리사들은 최고의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라는 내용~ -ㅁ-

이라고는 해도...

사실 이 단편을 쓰려던 목적은 딸랑 하나. 갑자기 생각난 연출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시식자가 '고향의 맛 불고기'를 먹는 순간, 큰 소리로 감탄한다. 음식맛에 빠져 환각이 떠올랐기 때문.

"도살장에서 소가 죽고 있어!"

원조 김치를 먹고...

"이, 이것은 환상이다! L. plantarum균이 P. pentosaceus균과 함께 탱고를 추고 있어! 아름다워! 맛있어!"

뭐...

"이런 산낙지는 처음이다! 아아, 배가 침몰되는 게 보여!"

"대체 어떤 요리를 하는 것인가! 저 불꽃은 마치 용접을 하는 것 같은... 허억! 저것은 마감작가의 필수 요리인 통조림 정식!"

등등... -_-

안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5개:

  1. 실제로 해보면 재미납니다. 요리왕 비룡 놀이.



    "우웃, 동해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대왕오징어의 4번 다리가 나를 둘둘 감고 동해의 해저로 잠수하는 듯한 압박감이 혀에 밀려오는 이것은, 쫄깃한 오다리?!"



    근데 이 대사 직후 마른 안주 가져다주던 술집 알바의 시선이 참 묘하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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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런 대사들을 직접 말로 그러니까 입밖으로 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십니다 -ㅁ-;;

    [혼자 있을 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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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왠지 재미있었을것 같기도 한데요...:D <<요리왕비룡 류에 꼼짝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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