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6일 목요일

너무 이르다, FTA

단지 PD수첩의 내용만을 알고 적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상깊었던 것은 행담도 비리 사건으로 댕겅당한 정태인씨의 글이었다.

요즘 한국이 기적과 복권당첨에 열을 올리다보니 청와대도 휩쓸린 게 아닌가 한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의 대표주자로 '루즈벨트'를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미국 경제를 최고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2차 세계대전'때문이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같은 맥락이었으며 일본의 경제회생도 같은 이유, 즉 '옆 나라 전쟁이라는 복권 당첨'이다. 이런 것 외에 경제를 급작스레 회생시킬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예외적 경제발전이 있었다. 그 분야는 전자, 통신, 금융이다. 국민들의 비정상적이다싶을 만큼 열성적인 핸드폰, 인터넷 문화욕구로 인하여 대기업들의 '국가적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기에 벌어진 현상이다. 국민들은 금융계에게서 돈을 유통하여 같은 기업이 운영하는 전자, 통신업계에게 투자했다. 돈을 빌려줄 테니 자기 물건 사라고 애원한 것도 아닌데, 국민들이 그렇게 했다. 그 결과 한국의 일부 품목은 세계의 수위권에 올라갈 정도가 되었다.

이런 게 예외다. 이런 것을 또 기대하기엔 국민들이 너무 지쳤다.

앞서 말했듯 자국 내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면 세계적 경쟁에서 전혀 밀릴 것이 없다. 남북통일의 가장 큰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한국의 인구가 1억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국가적 자급자족이 가능한 최소한의 인구가 1억인 것으로 알고있다. 경제적인 입장에서 남북통일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다(물론 통일 직후의 경제는 깽판이겠지만 -_-)

물론 지금은 북조선께서 미사일 펑펑 날리며 '꿈 깨'라신다.

자급자족도 안 되는 와중에, 실업자 문제도 해결안된 와중에, 부동산 문제로 서민 아작나는 와중에, 중소기업 꼬박꼬박 뽀사지는 와중에, 노사분규 심심하면 터지는 와중에, 대기업꺼 빼버리면 수출 개아작인 와중에, 국민들 1/4이 빚더미에 나앉은 와중에...

FTA를 체결한다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씨바. 내 책이 1,000부도 안 팔렸다고? 역시 한국은 만화 그릴 환경이 못 돼. 나 일본 가서 성공하고 올 거야.]

내부 문제는 뭐 하나 해결한 것도 없으면서 '정체 불명의 외부 문제'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 이게 바로 도박이며 로또복권이다. 개방은 필요하지만 그 전에 먼저 이 나라 경제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 싱크로율이 개떡이면 어떻게 되는 지 아는가? 싱크로를 하려던 두 물건 중에 좀 더 나은 것만 인식된다. 한 마디로 먹힌다는 소리다.

내가 예전에 밝혔듯 난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노무현 때문이야'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겠다.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안됐을 때 한 말이 있다.

[설혹 불경기가 있더라도 경제 기반을 붕괴시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층이나 약자에게 고통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워. FTA체결과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단은 FTA체결을 통해 벌어지는 현상을 적어보겠다.

체결과 시행이 이루어질 경우, 제일 타격을 입는 존재는 국내의 기업들이다. 그리고 서민의 생활형편은 나아진다.

왜냐고? 원래 처음엔 다들 잘 해준다. 수입산 물품들 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아지면서 자국 내에서의 물품가격 경쟁률을 강화시킨다. 덕분에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생활비 지출이 적어진다. 또한 외국 금융업체는 입금액에 대한 이자율을 높이거나 여러가지 부가 서비스를 실시하면서(MS-WORD의 공짜돌리기처럼) 서민들의 재산을 불려줄 것이다. 이에 국내 은행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은행 수수료는 점점 낮아지고, 국민들은 만세를 부른다.

마치 카드 펑펑 돌아다닐 때, "경제는 그다지 문제 없어!"라고 외치던 그 때 처럼 말이다.

그리고 소리 소문없이 중소기업, 국내 은행들이 죽어나가고, 감소한 지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질 때 쯤.

다 뒈진다. 외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테니까.

외국 금융업체들은 그나마 남아있던 국내 금융업체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전면적으로 중단할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한국은 경제적 타격과 함께 금융계의 타격도 같이 입게 된다. 금융계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될 경우, 국민들은 급히 돈을 인출하여 외국 은행 쪽에 입금시킨다. 자기 돈 날아가기 전에 취해야 할 기본적인 행동이니까.

기업들, 또는 금융업계에서 활동하던(여기에는 사채업자도 포함된다) 이들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자신들의 재산을 외국 금융업계에 넘기고 손을 떼는가, 아니면 끝까지 버티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좀 더 투자하는가.

버티는 자들은 땅 팔 거다. 법이 허가하지 않으면 가공의 명의를 만들어서라도 외국에게 넘길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하여 가장 고통받을 사람이 누구일까? 희망이 없다 싶으니 가진 돈 다 챙겨들고 외국으로 튀는 양반들?

모든 고통은 저소득층이나 약자에게 전가된다.
 
게다가 당장의 불경기를 타파하기 위해 선택한 FTA는 한국의 경제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다.

아니, 왜 말의 앞뒤가 다를까? 안한다는 거 다 하시네? 어쩌다 이렇게 변하셨을까 궁금하다. -_-

그럼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운영 방식에 대해 적어보겠다.

3년 전 여름,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전문지 인터뷰에서 경제운영 방식을 언급한 적이 있다.

ㄱ. 협의가 필요한 정책이 수립될 때는 반드시 국무조정실에 등록한다.

ㄴ. 조정과제 등록이 되면, 바로 협의과제로 공개하고 타 부처들과 협의를 시작한다.

ㄷ. 타 부처의 입장이 결정될 경우 국무조정실에서 실무적 협의에 들어간다.

ㄹ. 실무적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관급 사이에서 장관회의를 한다.

ㅁ. 관계장관회의까지 진행되었을 때도 마무리되지 않으면, 총리가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로 간다.

ㅂ. 그래도 갈등이 오래 지속되거나, 국가적 위기로 발전될 수 있는 중대과제일 경우 대통령까지 오게 한다.

ㅅ. 청와대 정책실은 이런 전 과정을 전부 관리하면서 점검하고 주시하고 프로세스를 생산하고, 대통령이 개입해야 될 경우를 대비한 프로세스를 생산하며 그 모든 과정들을 관리한다.

ㅇ. 청와대 정책실이나 청와대 비서실에서 어떤 정책내용에 관한 의견이 먼저 나가지 않게 한다.

ㅈ. 그 과정에서 청와대도 의견이 있으면 의견을 실무적으로 제시한다. 대통령의 큰 방향이 어떤지 제시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은 입 닥치고 프로세스 관리만 한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하는 주제는 '할 일은 장관이 책임을 지고, 난 가급적 저들의 소신 정책에 감놔라 배놔라하지 않겠다'였다. 그 내용은 바로 이어지는 말에서 언급된다. 대통령이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던 이전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FTA의 선택이 잘못된 데는 노무현 대통령 한 사람의 책임만을 들기 어렵다. 지금 이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앞으로 나서며 '당신들을 보니 족가지마 고사가 생각나는구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은 'FTA협상을 체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시간에 쫓겨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내 입장도 그렇다. 하긴 해야 한다. 지금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적극적인 말, 이른바 'FTA협상에 관여하는 사람들 모두 또라이다. 대체 제 정신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 맞냐? 때려쳐라. 차라리 내가 할래.'를 원하는 것 같다. 절대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소신이다. 대통령이 만능이 아닌 바에야 전문가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이전의 대통령들이 오히려 더 문제였던 것이다. 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등에 몽땅 직접 관여하는 건데? 대통령이 선포했던 범죄와의 전쟁은 검찰청장이 할 일이었고, 경제회생을 주장하는 것도 경제를 맡고있는 장관들의 몫이며, 대북지원도 통일부 장관이 할 일이다. 대통령은 그 모든 '사람 자체를 관리'하는 게 옳다. 전대협이 '전두환, 노태우 탓이다'라고 주장했을 때의 대통령, 초기 한총련이 '김영삼 탓이다'라고 주장했을 때의 대통령은 지금과 전혀 다르다.

난 FTA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놈 그 자체를 까서 조져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대통령이 이제와서 저들에게 관여하고 징벌할 경우, 한국 정치는 김영삼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버린다. 어디까지나 노무현 대통령이 작정하고 달려드는 것은 정치판의 구조변화다. FTA 문제가 큰 위기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로 인하여 지금껏 만든 정치체계를 엎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갖은 욕 다 먹어가며 간신히 구성한 정치체계인데 이제 와서 초기화시킨다는 건 억울하지 않겠는가.

난 FTA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작년에 했던 말을 진심이라 믿는다.

구조조정과 개방은 동시에 이뤄져야 하지만 그 속도에 대해서는 적정성의 문제가 있다. 이 분야에서 피해 지표나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표시할 지표의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어려운 점은 우리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빨리 (구조조정과 개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고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통계 등이 아직 정비되지 못한 점이다. 개방에 대해서는 여러 정부 부처가 힘을 합쳐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어쩌면 FTA는 국민의 몫이 아닐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FTA라는 문제를 국민 선에서 해결하게 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좀 더 편해질 수 있으리라 본다. 업무태만의 의원 녀석들은 상당히 벙찌겠지만.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4개:

  1. 국내 안에서 신규 시장과 모멘텀을 제안하여 대기업외 중소기업의 구조적인 이익률 개선에 나서는 것이 능동적인 방법이라면 한미 FTA는 레디오스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외세를 이용한 수동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제품의 대한 질적인 개선도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질보다 아직 소비재의 종류부터가 적은 상황에서 한미 FTA를 하겠다는 건 미국의 지방 시장을 한국이 제발로 만들어 주겠다는 뜻하고 같지요.



    게다가 이미 있는 상품들또한 통상적으로 따졌을 경우 문화의 경우에는 저보다 레디오스님이 더 깊게 공감하실 테지만 매우 치명적일게 틀림 없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만화책이 한국의 만화책 시장에 들어 오는 것보다 더 질이 나쁜 출판사 자체가 미국의 장단에 맞춰서 놀게 된다는 것인데 우려가 안될레야 안될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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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실 FTA 그것도 대등한 국력의 나라가 아니라 세계유일초강대국 미국과의 FTA라는 것은 흡사 우산 하나 쓰고 나이아가라 폭포 밑으로 들어 가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미국이라는 대형 급류에 휩쓸린다는 것이고 한국이라는 사회 전체에 대한 재고 없이 정신나간 몇 놈의 들어 엎어 주기식 협상은 나라를 팔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 보여집니다. 그것도 국민에게 일말의 사태 설명도 없이 말입니다.



    아무리 나라가 면면이 이어진 국민개무시 현상이 전통이라도 이번건은 정말 다시 없을 우행중의 우행입니다. 정말 휘긴경 말씀처럼 돈 싸짊어 지고 필리핀 내지 동남아로 튀는 수가 대한민국 서민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력갱생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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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동감합니다. 제대로 된 비유라고 생각되는군요. 지금 상황에서 FTA협상이 체결된다면, 그야말로 우산 쓰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걷는 꼴이네요.(그러면서 어깨만 살짝 젖을 거라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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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FTA가 체결되기 전 우리의 준비....
    너무 이르다, FTA 1step 우선 재산을 처분해 7만 달러이상의 미화 구좌를 필리핀 중앙은행에 개설한다. 2step 그걸로 은퇴 비자를 신청한다. 3step 나머지는 위안화와 금, 유로화에 투자한다. 4step 필리핀으로 도망간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필리핀 말고 캐나다, 호주등을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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