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3일 일요일

습작 하나

Grave Show

작은 돌이 내 머리를 때렸네. 묘비에 등을 기대고 쉬고 있는 나의 마지막 휴식을 작은 돌이 도르르 지웠네. 묘비의 잘못이지. 여기에 있던 나무는 묘비를 위해 허리가 잘리고 뿌리를 뽑혔을 테지. 사람처럼 이름을 남길 자격도 없었겠지 원래 잘리는 쪽은 나무나 사람이나 똑같으니까 뿌리뽑힌 구덩이 나무의 마지막 발자취도 흙이 들어오고 발이 짓밟아 평평하게 만들었을 거야. 그래야 묘비가 세워질 테니까. 그럼 비가 올 테지. 살 속을 파고드는 기생충처럼 온몸으로 흙을 짓이기며 흡수될 테지. 조심해! 나무 뿌리들이 사방에서 널 노리고 있어. 방울은 결코 바다로 갈 수 없었으니까 나무 뿌리들이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를 내며 지하의 젖은 흙을 비웃겠지. 조심해! 단단한 흙이 앞을 막고있어! 하지만 뿌리가 없군 몸을 당겨 연약한 방울을 삼키는 그 지독한 나무 뿌리가 없어 그러니 방울은 바다에 갈 수 있을 거야.

“햇빛 내리쬐는 소리 들어봤어? 쨍쨍! 누가 쨍쨍이라고 했지? 그런 소리는 내가 잠들 때 늘 쥐고있는 이 녹색 병을 돌로 찍을 때나 들릴 거야.”

햇빛은 말이지. 바람 소리를 내. 몸이 말라붙고 붉은 입술이 하얗게 질린 갑옷을 입을 때면 그 소리가 들려. 지겹도록 햇빛을 쬔 소라껍질을 들어봐. 나의 귀를 빌려 자길 괴롭힌 그 소리를 말할 거야. 휘리리리. 히! 후후후후. 후! 소라껍질은 가끔 뱃고동 소리를 들려달라고 내 귀에 속삭여. 내 귀가 말하지. 부우우우. 우! 음음음음. 흠!

“그런데 내가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바다에 간 방울 이야기를 했어.”

“그래, 방울. 방울이 바다에 갔어. 그 지독한 햇빛이 싫었지만, 바다는 몸을 감출 그림자가 없었지. 소리! 소리가 들려! 아, 이건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야. 물방울이 바다를 떠나는 소리도 그 속에 있어.”

방울이 바다에게 버림받았네. 하늘을 향해 지친 듯 날아가는 놈의 마지막 인생을 먹구름이 쿠르르 삼켰네. 묘비의 잘못이지. 바다를 향한 방울은 묘비를 위해 나무를 뿌리를 죽여서 갈 수 있었지. 파도처럼 모습을 남길 자격도 없었겠지 원래 작은 방울의 사회가 구름이나 똑같으니까 방울 잃은 바다의 방울의 마지막 흔적들도 구름이 몰려들고 달빛 비추어 덤덤하게 잊혀졌을 거야. 그래야 방울이 돌아올 테니까. 이제 비가 올 테지. 하지만 그 방울은 기생충처럼 온몸으로 구름을 붙잡으며 버틸 테지. 조심해! 바람 조각들이 동쪽에서 구름을 노리고 있어. 방울은 결코 바다로 가지 않을 테니까 처음 떨어졌던 무덤가에서 슬픈 노래 들으며 지하의 젖은 흙과 놀고싶겠지. 조심해! 뜨거운 열기가 앞을 막고있어! 아아 바람이 뜨겁군 방울을 삼켜 멀고 먼 무덤을 달리는 저 냉정한 바람 소리를 들어 그러니 방울은 바람이 되어버린 거야.

“바람이 언덕 위 작은 돌을 굴렸어! 네 묘비가 아니었다면 방울은 이곳에 있을 나무에게 붙잡혀 푸른 잎사귀가 되었을 거라고! 묘비의 잘못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이 묘비는 세워지지 않았을 테지. 너의 잘못이야!”

“억지를 들어주기 위해 네 옆에 있는 게 아니야. 나는 네가 예전처럼 나를 보고 놀라주기를 바라고 있어. 아니면 네 남방의 왼쪽 주머니를 늘 불룩하게 만드는 그 약을 먹기를 바라.”

“그럴 수는 없어. 나는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찾을 수 없잖아. 너의 소녀는 무덤조차 없을 거야. 그 얘기를 하고싶지도 않아. 매년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알고 있니? 나는 가끔 내가 누군지 잊을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이걸 읽거든. 비켜봐! 또 잊었단 말야. 널 싫어할 수 밖에 없어. 넌 내 유일한 존재감을 잘난 등짝으로 마모시키는 놈이야.”






습작도 연중이냐!(뭐~ 습작이니까~)

댓글 3개:

  1. 잠은... 주무시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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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습작이 연중 되는 거 한 순간이죠. 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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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가하// 불면증에 걸려버렸어요. 아하핫. ^^;;



    Kim_Hyun// 이 습작은 연중이 필수지. 컨셉이 지문 자체를 지워버린 장편 뮤지컬인걸.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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