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4일 금요일

이수영님.

꼴딱 밤새고 아침 일찍 가방 챙겨 출판사로 갔다. 너무 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을 만났기 때문에, 오늘의 예정된 분량을 채우려면 일찍 집을 뜨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출판사에서 글을 쓰다가 정신이 맑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덕분에 예정된 분량보다 더 많은 글을 썼다. 다만 집에서 나올 때 먹었던 샌드위치가(아아, 진산님한테서 좌백님 빼앗아오고 싶다) 얹혔다. 체증이 심했지만, 그러려니하며 담배연기로 최대한 밀어내려 애썼다.

점심시간. 나 혼자 사무실에 남아 글을 썼다. 가슴이 답답해지기에 계단으로 직행.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찐빵모자를 쓴 여성분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많이 본 얼굴! 난 직감적으로 저 분이 이수영님이리라 생각했다.(며칠 전부터 이수영님이 나처럼 출판사 출퇴근을 하며 글을 쓰실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당장 붙잡고 이수영님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니면 우짜라고! 엉뚱한 작가 부여잡고 이수영님 아니냐는 말을 하며 반가움을 얼굴에 더덕더덕 붙이는 사내 만큼 불쾌한 놈도 드물지 않을까? 난 얌전히 담배연기를 치울 뿐, 그 분을 붙잡지 못했다. 곧 그분이 아무도 없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람을 찾기 시작하는데 있을 리가 없다. 하나 남은 나한테 오겠지 뭐. 그 때 물어보자. 난 그렇게 생각하며 내 자리를 고수했다. 예상대로 그분이 오셔서 물었다. "XXX님 안 계신가요?"

난 점심식사 때라 아무도 없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딸랑' 했다. 병신. 숫기가 없어도 유분수지. -_-;;

이수영님은 XXX님에게 전화를 건 뒤, 사무실 안을 서성거리셨다. 내 자리로 돌아온 나도 이제는 한계였다. 참다 못한 나는 머리를 굴렸다. 그렇군! 우린 공통 코드가 있었어! 난 그분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혹시 '커그' 작가분 아니세요?"

그분은 잠시 당황하다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난 음하하!(속으로) 웃으며 인사했다.

"이수영님! 안녕하세요!"

커그에는 세 명의 여성 작가가 있고, 그 중 내가 직접 만나지 못했던 분은 이수영님 뿐이다.(라고 써놓고 생각해보니 커그작가 중에서 못 만난 분은 이수영님 뿐... 이 아니구나. 이경영님도 있다. 쳇.) 난 이수영님께 웃는 얼굴로 내 소개를 했다. 곧 이수영님이 호탕하게 웃으시며(내가 그렇게 웃고 싶었다고!) 악수하셨다. 통신상으로만 얘기하다가 처음으로 대면하게되니 너무 반가웠다.

생각보다 훠어어어얼씬 동안이시다. 키도 내 예상보다 많이 작으셔서(어쩌면 내가 그 세월동안 좀 더 커졌을 지도... 라고 해봤자 '그 세월동안'이라는 과정에서 이수영님의 키를 알았던 적이 없잖아!) 나이와 매치되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계시다.

이수영님과의 만남을 기뻐하던 나는 XXX님께 식사동행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체증 때문에 못 먹겠다고 했다. 그 순간 이수영님과 XXX님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럼 손 따야죠!"

뭐라고요?

"제가 손 따는 기계 있으니까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XXX님의 말과 등을 떠미는 이수영님의 즐거운 "아, 그거 저도 집에 있어요." 목소리.

난 끌려가서 여섯 개의 손가락에 피를 보았다. 게다가 왼손 엄지는 피가 안 나온다고 두 번 찔렸다. 우엉!

그런 고로 오늘은 '피의 이수영님'을 만난 날.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7개:

  1. 수지침 당하셨군요. 저도 혈당 검사할 때마다 당하는데 얼마 전에는 간호사가 손을 삐끗하셔서 손톱 아래 살에 찔렸습니다. 요새 점점 고문 당하는 자의 고통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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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아아아 이수영님을 만나시다니;ㅁ;아이코 부러워라;ㅁ;[라기보다 난 레디옹도 뵌적이 없....]

    역시 체한데는 손따는게 왓따죠~

    근데 레디옹을 비롯 수영님께서 글을 쓰신다니 이거 반가운 소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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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레디옹. 이달중에 시간 나요? 술 한 잔 살테니 시간나면 전화 줘요. 사람 좀 불러도 상관없음.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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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무서워서 자기 손을 어떻게 땁니까....훗. 남한테 맡겨야죠-_-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서 자기 손을 어떻게 남한테 맡기냐던데... 제가 이상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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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kim_Hyun// 지금도 손이 저려... ㅠ_ㅜ



    Niche// 니체님 보고싶어요!(하지만 손 따는 건 사절 -ㅁ-)



    윤민혁// 일요일날 봐요. 제가 오늘 중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



    삼손// '땁니다'라는 존재 자체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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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크하하하~ 손따야죠~~~ 체하면 당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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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풋.. 주사바늘이 무서우신 거군요 (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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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띠리리링~!

    레디오스님은 상태이상 '얹힘'을 고치기 위해서 @@@님께 '수지침' 스킬을 시전받았습니다. 상태이상이 치유되었습니다. HP 5포인트가 하락했습니다~

    ......문득 요즘보는 게임소설들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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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제가 손 따는 기계 있으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아, 그거 저도 집에 있어요."



    재밌게 읽다가 알 수 없는 오한이 들어버렸습니다..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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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연락 준다더니 아직 안 줬... -_- 근데 내일은 곤란해요. 오늘 밤새 써서 아침에 올릴 게 있... 내일은 데이트... orz 우에 ;ㅁ;



    담주 일요일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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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컥! 뭘 빼먹었나 했더니... -ㅁ-;; 담주 일요일에 무슨 약속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네요. 계속 기억이 나지 않으면 내일 전화해서 약속일로 확정짓겠습니다.(누군지 모르지만 나랑 약속한 분 죄송 콜) 오늘 전화 못 드린 것 죄송해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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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뭐 레디옹이 하는 일이 항상 그렇... (오오 인격모욕)



    하여튼 연락 주세요. 단, 가능하면 오후 6시 이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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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저는 채혈침을 언제나 주머니 속에 넣고다닙니다...[히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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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오늘 저녁 7시 쯤에 연락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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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니체가 아니라 니케입니다-┏....[담배][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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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니케// 어머나.(알면서 그렇게 써서 더 어머나.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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