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6일 수요일

야 이 자식들아!

어쩔 거야 니들. 나 오늘 만화 주인공 됐다. -_-

그다지 대수롭지도 않을 엄마 침공. 최근에는 집청소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청소할 곳도 없었다. 게다가 엄마는 며칠 전에도 찾아오셔서 와가락 뒤집어 엎고 락스까지 사용하는 대단위 청소를 감행하신 터다. 지저분할 건덕지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엄마라는 존재가 무엇인가. 목표물이 없으면 섭섭함을 넘어서서 스트레스 받으시는 운명을 타고나신 분이 엄마다. 엄마는 눈을 번득이며 '특별한 목적이 없는 시늉을 하며' 집안을 뒤적이셨다. 나는 더 이상 청소할 게 없음을 자랑할 셈으로 엄마가 이곳저곳 뒤적이시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책상 서랍을 여셨다. 그 순간 엄마의 눈에 번득하는 광채가...

영문을 모른 채 엄마의 표정을 주시하던 나는 엄마가 꺼내는 물건을 보고 창백해졌다.

모 연인이 내게 선물해주신 '쓸 데도 없는 연인용품' 한 갑이 엄마의 손에서 광채를 발한다. 이 자식들! 놀러와서 풍선으로 불지만 않았어도 수량이 풀로 채워져 있었을 거 아냐! 난 졸지에 그거 사용자가 되었다고! 난 변명했고 엄마는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시는 척'하셨다.

그 다음부터 엄마의 뒤적거림이 광범위해지고 빨라지셨으며, 나는 불안해졌다. 뭔가? 뭔가 또 내가 놓친 게 있던가?

엄마가 책장 귀퉁이에 박아넣은 것을 찾아내시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신다. 난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야 이 자식들아! 돈도 많지 않은 것들이 이 비싼 한 달 주기 여성용품은 왜 안 가지고 간 거냐고!

엄마가 드디어 시비를 거셨다. 왜 욕실에 칫솔이 3개나 있냐고. 난 '3개'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다시 한 번 '연인'이 내 집에 놀러온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 칫솔 외의 칫솔이 있다는 부분만 의식하신듯 무협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냉소(冷笑)'를 하셨다.

엄마는 또 두리번거리시며 마지막 물건을 찾아내셨다. 옆에서 열심히 변명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음흉하게 웃으시며 "그렇겠지."라고 대답하셨다. 놀러왔으면 네 양말은 신고가란 말이다! ㅠ_ㅜ

"동거하니, 성화야?"

"아니라니깟! 지금까지 내 말 못 들었어? 나중에 개들 머리채 끌고 가서 소개시켜 드릴 테니까 오해하지 말라구."

"그래."

라고 대화가 종료된 뒤 엄마가 떠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여자 나이가 몇이냐느니 예쁘냐느니 음식 잘 만드냐느니 걔들 부모님은 만나봤냐느니 하는 사소한 질문이셨지만, 분명히 핀트가 어긋났음을 알 수 있었다.

"엄마... '연인'인 내 친구'들'이 놀러왔다고 했는데 남자 쪽엔 관심없는겨? -_-"

"쌍놈의 새끼." 이 투덜거림의 의미는 뭡니꺼. 내가 구라친다고 생각하는 거지?(사실 나라도 안 믿겠지만...)

"진짜라니까!"

"에유! 알았다! 알았어!" 성질내고 난리야... ㅠ_ㅜ

전화통화를 끝낸 뒤 생각해보니 만약 엄마가 아니라 새로 사귄 여자친구였다면...;;;

지금쯤 어퍼컷을 맞고 북극성에 도착했을 지도...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8개:

  1. .....뭐랄까 만화주인공이라는 게 뭔 소리실까 하면서 봤는데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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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누군지 알것 같군. 이런 써글년, 나는 독수공방 시키고 지는 희희낙락 놀러다녔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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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글// 엑. 곧 그 주소로 연락 드릴게요. 하지만 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ㅠ_ㅜ 전혀 불편하지 않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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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배를붙잡고 구석에가서 ㅋㅋㅋ 거리며 땅을 짚으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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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음;;양말이라;;;;;;설마 스타킹 같은 거 말씀이십니까?;ㅇㅅㅇ;;;;(아니면 레디옹 어머님은 레디옹의 양말이 뭔지 몇개인지 모두 알고 계신다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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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_^ 미안하다. 사랑한다.

    .........(후다닥) 누나 알라뷰 -_-; 미안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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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Lemiel// 목이 낮은 여성용 양말과 제 양말은 확실히 다르죠.(흙!)



    아련// 쉬꾸랍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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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레디 // ...그거 내가 벗어놓은거.. -_ㅠ 발목양말은 남자도 신는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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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련// 우리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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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후.. 누나 동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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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시스// 네 이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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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쌍놈의 새끼'에서 웃어버렸습니다.

    아니 그거 어머님께서 스스로를 욕하신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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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포시티아// 제가 바로 그 논조로 반박했다가 '떼쓸놈의 새끼(태아 때 떼어버렸어야 할 새끼)'라는 욕으로 반격당했습니다. 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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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어머님은 항상 승자시지요. (푸...푸후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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