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4일 월요일

3자 회담

오늘 종각역에서 윤민혁님과 안병도님을 만나 수다떨었다.

예정 만남시각은 오후 5시였지만, 내가 책상에 엎드려 졸다가 3시 넘어서 깬 데 이어서 샤워하던 도중에 엄마빠 침공. 덕분에 상당한 시간을 지각하고 말았다.(물론 민혁님께 미리 전화해서 그 남자의 사정을 얘기했다)

안병도님은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무척 반가웠는데 놀랍게도 세월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다니신 모습이었다.(어제까지 냉동실에 담궜다가 꺼낸 듯한 그 때 그 모습!) 물론 윤민혁님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버티시면 내후년 쯤에는 나이에 걸맞는 외모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버닝하시길 빌며.

만나자마자 민혁님은 비싼 데와 닭의 이지선다 문제를 내셨다. 닭치고 비싼 데 갔다. '옥토버페스트'라는 곳인데 음식이나 술 모두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다를 떨기 시작해서 음식 다 먹고(하필 셋 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말이 술술 나오는 신공을 익힌 상태) 맛있는 맥주도 끝까지 비운 뒤 2차를 갔다. 대부분의 대화내용은 북한의 애틋한 마조히즘과 한국의 산뜻한 마초히즘. 여러가지 주변 정세들에 대해 얘기하고 이집트 자이툰 부대의 즐거운 실상을 들으며 만족스럽게 식당을 나왔다.

2차로 간 곳은 인사동의 찻집이다. 예전에 민혁님과 한 번 온 적이 있었던 찻집인데 차 맛이 좋다. 약과와 차를 각각 주문하여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장르 쪽 내용과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출판시장 등등의 여러가지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역시 군사적 부분의 대화도 제법 나왔으며 각자의 새로운 작품활동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이 모든 이야기가 신기하게도 전혀 끊기지 않고 진행되었다. 삼천포가 주제가 되고 다시 삼천포로 빠지면 그게 또 상황에 맞는 이야기가 되어 3자회담의 죽이 척척 맞았다. 게다가 안병도님의 경우는 듣고 답하는 재능이 출중하셔서 맥이 끊기는 꼴을 못 보셨다. 뼈와 뼈를 잇는 물렁뼈랄까? 윤민혁님은 또 어떤가. 지식의 보고답게 어떤 얘기가 나와도 신이 나서 보따리를 푸셨다. 듣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후딱 밤 10시를 넘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차를 모두 마시고 밖으로 나오니 밤이다.(창문이 밝기에 7-8시쯤 된 줄 알았더니 형광등을 숨겨놓은 가짜 창이었다. -_-) 병도님의 미니 노트북을 무진장 부러워하며 일어섰고,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이야기의 힘을 빌어 걸었다.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았던 재미있는 모임이었다.

그리고

어제도 코스모스 연재는 건너뛰었다. 당연하다는 듯. 랄라.

레디 오스 성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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