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7일 목요일

나 대학 때 치과 얘기

대학시절의 얘기다.

갑자기 어금니가 쑤셨다. 며칠을 참고 참았지만, 나중에는 깍두기를 씹느니 젓가락채 꿀떡 삼키는 게 낫겠다싶을 정도로 아파졌다.

그래서 임시처방으로 대학 양호실을 찾았다.

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충치네. 심하네. 뽑아야겠네."

잠시 겁이 났지만, 뭐... 내가 애도 아니고... 난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양호선생님은 내 어금니를 담은 잇몸 부위에 주사바늘을 찍어넣었다. 워매. 무서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마취제라고 하신다. 뭔가 둔탁한 느낌이 드는 것이 마취되긴 한 것 같은데, 그 '둔탁한 느낌'이라는 것 자체를 느끼고 있다는 게 어째 불안했다.

드디어 이빨을 뽑는 과정에 들어갔다. 펜치를 들어 내 어금니를 몇 번 잡으려다 실패한다. 그 감각을 입 속에서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상당히 불안해졌다. 어째 마취고 나발이고 상당히 아플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때 양호선생님이 말했다.

"안되겠어요. 잠시만요."

선생님은 몸을 돌려 뭔가 뒤적거리더니...

쇠꼬챙이를 치켜들었다. -_- 뭐랄까... 반지가 손가락에 잘 안맞을 때 그걸 늘려주는 도구와 똑같이 생긴 쇠몽둥이였다.

그리고...

퍽! 퍽! 퍽!

그걸로 내 어금니를 막 까부숴! 마취는? 마취는 어떻게 된 거야? 아파 죽겠잖아!

난 비명을 지르며 아프다고 소리쳤다. 양호선생님이 인상을 찌푸린다.

"아플 리가 없잖아요. 마취했는데."

"아니, 겪고있는 사람이 아프다는데 누구 말이 맞겠어요?"

양호선생님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 잇몸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뭔가를 여러 번 물어봤는데 그 때마다 난 정답을 얘기한 것 같다. 비로소 양호선생님이 당황하며 마취주사를 또 꺼냈다. -_-

이번엔 주사넣는 것이 아프지 않았다. 처음 마취가 풀리지 않은 것보다는 어금니가 너무 아파서 그 따위 잡스러운 아픔따위는 문제되지 않았다.

마취를 끝낸 양호선생님은 다시 그 검을 들었다. ㅠ_ㅜ 저놈의 흉폭함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깨달은 상태라서 난 덜덜덜 떨고 있었다.

퍽퍽퍽!

역시 아프다. 우엉. 참다참다 또 아프다고 쫑알거렸는데, 무시하고 계속 깐다. 누가 좀 살려줘요! 이 여자가 캠퍼스 레전드 멤버라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수십 번]을 두들겨 팬 끝에 어금니는 모두 [박살났다]. 그 때가 겨울이었고 양호실도 제법 쌀쌀했는데, 양호선생님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수건으로 닦는다. 당신... 혼신의 힘을 다해서 깐 거냐? 역시 전문가! 용케 어금니만 맞췄구나. 내 정신상태는 암흑기에 접어든 상태였다. 속으로 엄청 읍소했다. 양호실을 양호실이라 부르지 못하고 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못할 거다, 이 자식아! 그 때 태연한 음성이 들렸다.

"다 찢어졌네."

뭐가? -_-

실과 바늘...

잇몸을 꿰매기 시작했다. 바늘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한참]. 드디어 끝이 났다.

난 감사인사를 하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온몸이 땀에 젖은 채(어떻게 알아?!)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힘겨워하는 양호선생님을 보니 인사를 안할 수가 없었다. 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비틀거리며 양호실을 나왔다.

난 결심했다. 8대 캠퍼스 레전드 중 나머지 7개가 한꺼번에 덤벼들어서 피투성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결코 양호실을 다시 찾지 않을 거라고.

지금도 난 왼쪽 어금니가 없다. 혀로 더듬으면 길게 꿰맨 상처가 느껴진다. 농담 아니고 약 3센티미터 가량...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경기대 수원 캠퍼스 후배들은 양호실을 조심해라. 지금은 선생님이 바뀌셨을지 모르겠으나, 한맺힌 내가 남겨둔 원혼이 양호선생님의 손에 삑싸리를 불러오리라!

댓글 14개:

  1. 헐; 레디오스님 경기대셨네.............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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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으윽. 어쩌면 동아리와 단대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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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레디옹은 좀 무서우신것 같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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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양호실은 전문의가 아닙니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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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메.....이것이야 말로 도시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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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걸 다 참으신 레디님이 더 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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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사랑니도 아니고 어금니?! 한개만 맞췄을리가-ㅁ-;;;3센티씩이나 찢어졌다면 최소 두개이상 뽑은거 아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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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역시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해야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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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양호실에서 이를 뽑은 니가 더 무서워...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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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레디님 만세. 조국 통일 만세(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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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고등학교였다면 절대 양호실에서 이를 뽑지 않았겠죠.. ... 대학은 무섭군요. (그러고보니, 전 학교 미용실은 가봤어도 학교 양호실은 가본 적이 없네요... 다행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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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흡.... @.@;;

    이제라도 호~~^^; (고맙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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