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8일 토요일

내가 보는 시드 노벨

아. 복잡한 거 싫다.

어쩌다보니 난 주변에서 많은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특히 출판관련 정보들의 상당수가 익숙한, 또는 뜻밖의 경로를 통해 내 귀로 들어온다. 나는 대부분의 정보를 신용하지 않는다. 보거나, 겪거나, 관련자에게서 직접 듣지 않는 한 믿을 생각이 없다.

시드 노벨에 대하여 여러 가지 평을 보고 들었다. 몇 가지는 직접 접했다.

내 현재까지의 결론은 이렇다.

1. 시드노벨은 대여점 기반이었던 시장에서 탈피하고 서점기반의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자칫 잘못하면 기존에 갖고있던 대여점 기반의 시장마저 축소될 수 있는 모험이다. 서점 기반이라는 말 자체가 대여점측 유통계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겠는가. 그걸 감수했다고 치자. 서점기반으로의 진출이 '나 거기 갈게'하며 딸랑 한 걸음 옮기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 진출이란 위험부담은 둘째 치고 피가 마를 정도로 빡센 움직임이 필요하다. 난 이러한 도전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줬다.

2. 어떤 작품이 나왔다.
이 문제가 제일 시끄러운 것 같다. 일본색이라느니, 그게 그거라느니, 라노베의 공식이라느니 여러 가지 말들이 분석의 가면을 쓰고 돌아다닌다.
음. 어디까지나 작가랑 출판사편에서 하는 말인데, 새롭고 참신하며 재미있는 글이 '자! 쓰자!' 그러면 뚝딱 나오는 건가? 출판사가 '자! 킹왕짱글 잡자!' 그러면 냅탑 잡히는 건가?
내가 본 시드노벨 편집부는 작품에 대해 만족스러울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현재 시드노벨 측에서 제시하는 작가들 대부분이 어떤 관점으로 인식되던 작가인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작가다. 시드노벨 작가진은 흔히들 말하는 '양산형 판타지'에서 벗어난 글을 쓸 확률이 높은 작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대중들이 작품적으로 만족할 가능성이 높은 작가만 찾아다녔다는 의미다. 이렇게 한 줄도 안되게 써놓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면서도 '일단은 팔리는' 작품을 쓰는 작가 찾기가 잘도 쉽겠다. 그럼 파트라슈나 우마왕도 출판사 차린다. 적어도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시드노벨이 '독자가 만족할 확률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라는 것이 내 견해다. 이 과정이 지속되다보면 시드노벨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은 원하는 작품을 언젠가 만나게 될 '확률이 기존 출간방식의 출판사가 내는 책보다 높을' 것이다.

3. 어떻게 홍보했다.
몇몇 자잘한 부분에서 시드노벨이 서투른 모습을 보였다. 문희준이 '쀍!'하며 락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는데, '오이 먹고 살아요' '레드 제플린이 누구삼?' 운운하는 건 문제였다. 내가 보기에 시드노벨은 가끔 이런 실수를 범한 것 같다.

첫 째가 공모전에 도전한 작품들을 탈락시킨 사유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보기엔 안 팔려' '내가 보기엔 재미가 없어' '의논해봤는데 마음에 안 들어' '이건 뭐 글도 아니고'가 탈락의 사유다. 장르가 어쨌느니 우리의 취지가 어쨌느니하는 건 진실이 가진 상처를 가리기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시드노벨은 독자에게 투명성을 제시하며 가깝게 접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 이런 저런 변명으로 '재미 없어'라는 말을 감췄다가는, 그게 트집의 요소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글에 대한 평가에서는 '솔직해서 나쁠 것 없다'고 본다. 프로 진출을 위해 도전한 글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이런 저런 저울질을 해봤자, 결국은 '팔린다, 안 팔린다'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게 당연하다. 그냥 솔직하게 '당신의 글이 가진 재미로는 출판시장이란 대전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게 좋다. 시드노벨을 바라보는 독자들 상당수는 그것을 투명하고 아름답게 본다. 아니면 완벽할 정도의 변명을 꺼내어 트집의 이유로 써먹지 못하게 만들던가.

둘째는 말로 기준을 정하는 것. 이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공적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기준이라면 난 딱 두 가지 뿐이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거 좋아해' '잘 팔리는 거 좋아해'

이것 외의 기준, 특히 기존의 역사에서 잠깐 변화했던 시기를 손가락질하거나, 특정한 유행을 잣대로 기준을 정할 경우 개피볼 수 있다. 위에 언급했듯 '잘 팔릴 정도로 재밌는 작품'이 모든 출판사들의 컨택 기준이며, 그 외의 기준을 꺼낸다면 언제고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출판사는 어떠어떠한 관점과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떠한 작품을 지향하고...' 운운했던 경력이 있는데, 그것과 전혀 상반되는 내용이지만 피를 토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어쩔 생각인가.

그래도 이런 자잘한 부분을 제외하면 시드노벨의 홍보전략은 성공했다는 게 내 견해다. 일러스트나 홍보문구만 봐도 보고싶어지게 만들더라. 이런 욕구를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홍보진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4. 가격
내렸다. 가격에 대해 불만 있는 사람은 일러스트를 포함한 저 정도 퀄리티의 책을 직접 출간해봐라. 이게 황당한 소리같으면 책이 출간되어 서점에 깔리는 과정까지의 가격책정 사정에 대해 알아봐라.(여기엔 기존 시장의 가격책정이 끼치는 영향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책값 다운을 주구장창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이 가격은 기준선에서 독자쪽으로 접근한 가격이다. 끝.

5. 관계
최근으로 갈수록 출판계에서 한 가지 문제가 순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작가와 출판사와의 관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가와 출판사는 말 그대로 얼굴 맞대면 웃고, 등 돌리면 씨밥하는 사이였다. 시간이 지날 수록 출판사들이 메이저에서부터 작가를 배려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의 시드노벨은 이러한 관계의 결정판에 가깝다. 시드노벨 작가진의 일부는 그곳 출판사 직원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하트를 드러낸다. 라스베가스5년 전의 출판계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 엮은 결과, 난 시드노벨을 상당히 좋게 평가한다. 또한 대원 출판사의 아키타입에도 큰 기대를 걸고있다.

앞으로 여타 출판사들이 서점계에 진출하면서 과거에 누렸던 꿈의 100만 부 시장을 열었으면 한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5개:

  1. 글 내용은 일단 제쳐두고서라도...

    레디님 진짜...이 일주일동안 포스팅폭주...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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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말이 서점기반이지, 이거 알게 모르게 대여점에서 구르는 양이 꽤 되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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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잘 읽었습니다.

    뭔가 희망이 새록새록 솟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서 두근거리는 독서를 많이 했으면 좋겠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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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처럼 평소 책 안사는 사람도 사게 만들더군요

    (<-대부분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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