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2일 수요일

후천개벽

새벽 4시.

1시간 전 인천에 사는 동네 친구는 내가 서울에서 원고에 매진하는 틈을 타서 전화했다. '고기 사줄게(하트)'+'지금 당장 와.'='염장이지롱'

통화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모니터를 바라보니 이미 절전모드다. 까만 모니터는 거울이 되어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내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반짝이는 이마에는 소림사 승려 특유의 점박이대신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고기'

에헤라. 글이 다 무어냐. 주변에 아무도 없겠다 하고싶었던 짓이나 해보자! 난 건물 복도로 나간 뒤, 끝에서 끝까지 굴러봤다. -_-

재밌는 짓을 하고나니 글 쓸 마음이 잠깐 외출했다. 바닥에 공처럼 뒹굴면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그 중 하나를 뽑아내어 포스팅.

서문 끝.(워매 -_-)

내 편견이 가득 찬 견해에서의 단어 '후천개벽'은 이제 미래의 무언가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워졌다. 후손들이 뒤집어써야 할 업이 아니라 내가 조만간 겪을 폭풍이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난 내 주관적인 견해를 사실인 것처럼 떠벌리는 예언자 문체로 글을 쓰고 있다. 그래야 실감나지롱. 진심으로 휘말리신 분이 계시다면 추첨해서 소주 1만병을 드리겠다.(이미 이 글은 진실을 떠나갔다는 증거)

현재의 세대는 '인류'라 불리는 종족의 선천개벽 끄트머리에 있다. 선천개벽이란 세상이 인간을 창조하고 키우는 시기를 말한다. 인간은 이제 사춘기도 벗어났고, 독립할지 말지 고민하는 시기에 왔다. 세상의 보살핌을 받고 편안하게 자라던 집을 떠나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각종 판타지 이야기들의 검증이 없는 한, 지구상에서 아직까지 후천개벽의 시기를 맞이한 종족은 없었다. 인간은 후천개벽을 통해 진정한 지구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전엔 지배자가 아니었냐고?

당연하다.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럼 지구의 지배자는 누구였을까.

에너지다. 흔히 말하는 '자원'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인간은 자원에 의해 키워지고 길들여지고 변화했다. 인간의 생존방식은 오로지 자원이 원하는 방향대로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후천개벽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 자원을 지배하는 시대를 말한다. 과거에 자원이 인간을 창조했듯, 거꾸로 인간이 자원을 창조하는 그 순간부터 선천개벽의 시대가 끝나고 후천개벽이 시작된다. 그 시기는 놀랄 정도로 빨리 다가온다.

물론 자원의 영역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포함할 정도로 광범위하지는 않다. 그저 지구가 지닌 한계를 벗어날 정도의 자원이면 된다. 시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인간은 창조한 자원을 이용하여 물질을 만들고, 그것이 지구와 흡사한 행성을 창조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몇 만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수많은 세대를 살아왔다. 그 긴 역사의 발전이 지금 1세대의 발전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다.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현재의 발전속도는 이미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의 꾀하는 특정한 조직들은 '경제 전쟁'을 벌이는 중이고, 그것이 각 분야별 소속자들을 '전문가'의 경지를 넘어 '오타쿠'급으로 이끌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거나 신제품으로 맞이하는 물품들은 대부분 오타쿠의 산물이다. 이 광기어린 전문가들의 물품들이 언제고 인간들의 시간을 급박하게 만든다.

지금 당장은 10대와 20대의 사회에 대한 사고가 별 차이 없겠으나,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10대와 20대의 세대차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과거의 10대 20대가 느꼈던 세대차를, 10-14살 15-20살이 겪게되고, 급기야 이들 모두가 40세가 되기 전에 1년 단위로 세대 차이를 느끼는 사태가 벌어진다. 문화에 도태되는 자는 셀 수 없이 많아질 것이며,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반을 이용해 '미칠듯 달리는 발전'을 막으려 한다. 심할 경우, 이것이 문제가 되어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엄청나게 빠른 발전을 증명하는 것이 자원이다.

인간이 오랜 역사 속에서 꾸준하게 사용하는 자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도로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문화의 발전과 똑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지는 않으나, 거의 흡사할 정도로 급박하다. 지금 믿고있는 자원량은 인간의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 자원을 끝까지 사용하기 전에 후천개벽이 온다.

그 이유는 조금 전에 언급한 내용인 '문화의 발전속도와 자원의 사용량 수치 비교'다. 놀랍게도 인간은 자원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다.(근성으로 달리는 전문가들의 위대함이란... -_-) 일정시간이 지났을 때, 자원은 발전이 요구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발전된 만큼 더 위력적인 자원의 힘을 요구하게 될 텐데, 그 힘을 뒷받침할 자원이 존재하지 않는(세밀하게 말하자면 자원은 존재하지만, 원하는 힘이 발휘되도록 하는 방법이 없는) 시기를 맞이한다는 얘기다.

이 순간, 인간들은 엄청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나는 이것을 발전의 관성법칙이라고 말해버리겠다. 인간의 의식은 미칠듯 달리는 발전속도에 적응하기 위하여 발악하고(쫓아가고) 있었는데, 발전이 급정지를 해버렸다. 인간의 의식은 발전이란 놈과 다르게, 한동안 계속 달리게 된다. 이때 인간들은 문화에 대한 허탈감 비슷한 것을 느낀다. 그리고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걱정과 잡생각이 많아진다)

예를 들겠다.

초소형 슬림 핸드폰 크기의 케이스 안에 120GHz급 연산장치 칩을 넣은 컴퓨터를 만들었다 치자. 냉각기는 둘째 치고, 이걸 1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원이 같은 시기에 개발될 수 있을 것 같은가. 전자의 경우는 근시일 내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는 쉽지 않다. 초소형 원자력 전지를 실용화해도 한순간이다. 우리 오타쿠들은 여전히 전쟁중이며, 그것을 토대로 더 빠른 발전을 자랑하게 된다. 안드로메다로 달려가시는 오타쿠들의 물건에 인간들은 정신없이 휩쓸린다.

기술의 발전을 자원이 쫓아가지 못하여 큰 공백이 생기는 순간부터, 오타쿠들의 관심은 에너지 쪽으로 빠지게 된다. 이제는 닭과 달걀 중 어느 게 먼저인지를 확실히 인지한 것이다. 발전의 관성법칙으로 인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인간들은 신속하게 움직인다. 누군가는 이 정신적 공황상태를 마약중독자들의 금단증상에 빗댈 것이다.

그것이 곧 후천개벽의 작업과정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지구의 자원을 뛰어넘는 우주급 자원에 눈을 돌릴 것이고, 흔히 생각하는 SF시대의 서막이 된다. 지구가 늙어 뒈질 때까지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원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간은 자원을 창조하는 순간부터 지구의 자원을 더 이상 탐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듯 지구를 보살필 것이다. 이때 비로소 인간은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가 된다.

레디 오스 성화가 1시간 놀았다. >ㅁ</

댓글 8개:

  1. 레디옹 원고 잘 안 되시는 듯 하다능.



    이글루 포스팅의 양과 질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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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처음과 끝을 보건데.. 또 노셨군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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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르천 때문에 1시간 반을 더 놀았다능...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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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니 뭐랄까. 참 . . . . . . . . . . . . . . . . . . . . . . . . . 저희 아파트 복도 참 긴데 여기서도 굴러보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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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과연 올해안에 1권을 쓸수 있으시긴 한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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