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4일 화요일

돈 얘기.

가끔 날 놀라게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성화씨는 돈 잘 벌겠어요.'

으하하하하. 뭐라고 답하기 어려운 말이다.(날 아는 사람은 나보다 더 웃을 지도...)

근거는 있다. 어쩌다보니 내가 돈을 벌려고 작정만 하면 정말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지금 들어오는 만화 스토리 청탁만 받아들여도 무려 한 달에 660만원! 더헉! 꿈같은 돈이닷!

근데 난 만화 스토리를 전혀 손대지 않는다. 만화 스토리에 손을 댄 이후 확실히 느낀 건데, 소설을 쓰기가 힘들어진다.(확실치는 않지만, 내 추론으로는 이렇다. 만화 스토리는 아트 작가가 최대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익숙한 단어만을 기호처럼 사용하여 상황을 설명하는 게 좋다. 쉽게 만화로 표현될 수 있도록 알아보기 쉬운 문장만을 사용하는 거다. 그런 작업을 지속할수록 나는 사용하는 문장을 제한하는 버릇이 생기게되고, 어느 순간에는 특정한 소설 속 상황을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글이 막힌다) 그래서 소설을 위해 만화 스토리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그 이후 내가 출간한 책은 5권이다. 게다가 난 누구에게 빚진 채 살아가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빚을 갚아가며 고료를 받겠다는 제의를 했다. 출판사측에서는 내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생활이 걱정되어 6권 분 고료까지 주셨다. 그렇게해서 받은 고료가 600만원이다.

 만화 스토리를 접은 것이 2004년 10월쯤이니까 햇수로 3년이 되어간다. 600/36= 한 달에 16만 7천원 가량의 수입으로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물론 그 전에 벌어들인 돈도 조금 있었지만, 용들의 전쟁을 쓰기도 전에 이미 떨어졌다.

내 동생에게 빌붙어살던 중 동생이 직장 위치 문제로 나왔다. 다른 곳으로 이사할 돈이 없어서 어찌어찌 엉겨붙다보니 약 2년 동안 한달 월세 33만원짜리 집(내 한 달 수입의 두 배였군)에서 아직도 버티고 있다.(무보증 집이라서 월세가 비싸다)

중간중간 글과 관련없는 알바를 뛰었다. 열심히 개기고 버텼다. 그래도 한계에 이르러 결국 작정하고 이사를 선택한 지금, 난 친분을 명줄로 해서 빌붙어 살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과정 중에...

담배, 커피값을 포함해서 한 달을 4천원으로 버틴 적도 있다.

밥이 없을 때는 밥같은 거 안 먹는다. 반찬이 없을 때는 맨밥을 음미하며 먹는다. 3끼 4끼를 굶어도 허기졌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숙련도가 쌓였다.

예전에 최후식 형이 나를 두고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저놈 밥먹는 걸 보면 무슨 전투를 하는 것 같아. 지금 못 먹으면 언제 또 먹게 될 지 모르는 사람처럼.'

음. 정말 그렇게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난 내 앞에 음식이 남는 꼴을 절대 못 본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다 쓸어먹는다. 버릇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식이형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 기회는 주변에 넘쳐나지만, 그 길로 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늙어서 홀로 살 능력이 못되는 길이거든. 또는 후배를 등쳐먹고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는 길이거든. 그래서 가지 않는 거다. 얼마나 더러운 길인지 내 눈으로 보고, 내 몸으로 똑똑히 겪었으니까.

이게 내 연중의 변명은 절대 아니다. 영향을 끼치기는 했어도 내가 저지른 짓의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죄의 일부를 사하는 방법은 오로지 완결뿐이다. 흑흑.

순수문학 작가의 굶는 모습 이야기를 읽던 중 생각나서 적는 글이다. 생각해보면 나만큼 굶어본 사람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도 않다. 어쩌다가 문단에서도 친분을 쌓게 되어 순수문학 작가들을 제법 만났는데, 다 나보다 잘 살더만 뭐.(혹시 부자들만 만난 건가!)

아무튼 이 글의 주제는...

저 만나면 밥 사주세염. ㅇㅅㅇ!(비싼 밥은 체해서 싫어염. 첫만남에 룸싸롱 데려갔던 모 만화 출판사는 저한테 디지게 혼났어염)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중간에 글과 관련해서 420만원을 번 게 있었다! 그런 이유로 3년간 한 달 평균 수입 28만 3천원!

댓글 12개:

  1. ... 담에 봐요. 고기 살게요. -_-;

    답글삭제
  2. 허..웬지 없는돈 털어 사드리고 싶어집니다..(..)

    답글삭제
  3. 만나만 주신다면 사드리겠습니다 'ㅅ'

    답글삭제
  4. 비싼 밥 말고 그럼 뼈다귀 해장국이나 시골백반 먹으러 가요-ㅇㅅㅇ/(토닥토닥)

    답글삭제
  5. 레디님..한번도 뵌 적 없지만 고기드시고픔 댓글 달아주세요ㅠ.ㅠ

    답글삭제
  6. ...................... ㅠㅠ .... 역시 이 바닥 한달평균 수입은 20만원이었던 거예요!!!!!!!!!!!

    답글삭제
  7. ...큭큭큭;

    큭큭..

    웃으면 안되는데.. 너무 웃겨요;;

    큭큭큭;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