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5일 수요일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가치관

난 이 부분에 대해 의외로 고지식하다. 누군가의 입장에 대해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어떠한 입장은 직접 내 스스로 저지르고 겪어보기까지 했으면서 여전히 내 관점이 참이라는 고지식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글과 출판의 경계, 계약의 경계다.

난 시대가 바뀌어서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하나의 기준점을 고수한다.

1. 출판사가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

2. 작가가 출판사를 선택하는 이유.

1의 경우, 출판사는 '이 작품이라면 반드시 흑자를 낼 수 있어'라는 관점으로 선택한다고 본다. 여기에 작가가 누구냐하는 네임밸류도 포함되어 있고, 현재의 유행을 염두에 둔 시간적 배경도 포함되어 있다.

2의 경우, 작가는 '이 출판사라면 반드시 내 작품을 잘 팔아줄 수 있어'라는 관점으로 선택한다고 본다. 여기에 출판사가 그간 해왔던 사회적 네임밸류도 포함되어 있고, 직원의 능력을 염두에 둔 인간적인 면도 포함되어 있다.

그게 전부다. 간단한 말 같지만 이 기준이 계약 후에 벌어지는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첫 번째로 출판사는 '설득할 수 있는 오타나 비문을 제외한 그 어떤 작품의 변화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팔 수 있는 작품이기에 계약한 것이다. 그걸 이리저리 뜯어고칠 계획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면 작가에게 사기를 친 것과 같다. 또한 작품을 통해 흑자를 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출판사의 책임이어야 한다.(물론 나같은 작가가 계약의 내용대로 제한시간 내에 원고를 주지 못하여 변수가 생기는 건 당연히 예외다. 이런 부분이야 계약서에 적혀있으니까 뭐 통과.) 그 때문에 적자가 난다고 예정된 발행부수를 줄이는 것은 작가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다.

이게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가 상당히 바뀌어서 위의 기준에 맞출 수가 없다. 대표적인 이유가 다수의 출판사 경쟁이다. 작품의 시작만 보고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스피드 컨택시대인지라 처음 몇 페이지만 보고 뒷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가 막힌 기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 위 문항들은 성립될 수 없다. 그 때문에 위의 기준에서 일부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그 변형을 기준이라 여겨서는 곤란하다. 애초에 작가는 출판사에게 원고를 줄 때, 완결편까지 주고 계약사항을 논의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에 대한 예외사항이라면 네임밸류다. 네임밸류만으로 흑자를 볼 확신이 들 경우, 출판사는 원고의 완결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작가는 '출판과 관련된 어떠한 요구도 해서는 안 된다'

잘 팔아줄 출판사이기에 계약한 것이다. 표지 일러스트나 겉표지의 문구, 종이의 질, 인쇄의 질, 홍보 등의 다양한 출판행위에 대해 작가가 뭔가를 요구할 자격은 없다. 일단 계약한 이상, 출판사의 판매능력을 믿어야 한다. 작가가 요구할 것은, 자신이 썼던 글이 온전하게 읽히느냐에 대한 부분 뿐이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죽 자기 글에 자신이 없으면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을 쓸까'라는 관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대의 변화로 조금씩 변형되었다. 출판사는 작가의 영역을 침범하는 대신, 안쪽의 영역 침범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는 추세가 첫째다. 작가들뿐 아니라 독자들의 성향 속에 글뿐 아니라 일러스트라던가 책의 페이지수라던가 여러 가지 부분들까지 작품의 일부로 여기는 게 들어가 있다는 게 둘째다. 그런 성향이 만들어진 이유는 큰 폭으로 상승한 책값, 그리고 대여점 시스템을 통해 대거 유입되어 책을 선택하는 폭이 넓어지게 된 상황이다.

난 이런 변화를 정상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여전히 내겐 기준의 가치관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변화에 적응한 출판과정을 걷는다. 소나무처럼 뻣뻣하게 버티다가 뚝 부러지면 나만 손해인 걸.

그래도 언젠가 저런 출판시스템이 이루어지겠지라는 바람을 갖고있다. 저 시스템이야말로 그냥 속 편하게 글만 쓰면 되는 시스템이니까.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그런데 이것과 똑같은 글을 예전에 쓴 것 같다. 뭐 시간 떼우기 포스팅이니까 통과. -ㅅ-;;

댓글 11개:

  1. 아... 정말 이루어지면 좋은 소원이군요 이건.



    근데 정말 포스팅 속도가 빠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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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포스팅 갯수가 점점 많아지고...있는 거 같은 착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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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고일어나니 포스팅 3개 추가.. 헉..



    글막히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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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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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포스팅이 3연발이면 글이 평소보다 세 배 더 안 써진다고 생각하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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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1, 2의 이유들에 대해선 공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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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잘 읽고 갑니다. 그건 그렇고.. 포스팅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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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ㅁ' ...... 좋은 공부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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