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6일 수요일

내가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

일단 나는 반 한나라당 노선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 단체가 싫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이 내가 가진 노선의 희망줄이 될 텐데, 문국현 후보는 그 표를 갈라버릴 가능성이 무척 높다.

단지 그것 뿐이라면 난 무책임한 시선으로 대선을 바라보는 사람이겠지.

문국현씨가 후보로 나섰을 때, 내심 큰 기대를 했다. 여타의 후보가,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채 정립하지 못한 보충분을 채울 미래형 후보이길 바랐다. 이런 기대는 조금씩 흐트러졌고, 이녁님의 블로그를 읽은 뒤 한숨으로 이어졌다. 문국현씨 홈페이지를 찾아간 뒤, 정책자료실의 글을 모두 읽은 뒤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 후보들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도중에 뭐하고 살았는가. 이명박 후보의 경우라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 서울 시장으로서의 업무에 충실하느라 대선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변명할 수 있을 테니까.(얼마나 충실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잠깐 딴소리 하나만 하자.

2002월드컵의 주역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혼자서 이룩했을까? 혹시 히딩크 '사단'이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

대통령의 직함은 하나지만,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다. 아무리 대단한 팔방미인이라도 수천만의 국민들이 엮여사는 사회를, 생활을, 문화를 모두 관리하고 통제할 수 없다. 거기에 덧붙여 외교문제까지 감당한다는 건 모래알로 쌀을 만들기 모드의 김일성이 와도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팀이다.

공약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쌓인 이 시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다'식 공약은 의미가 없다. '무엇을 명확히 어떻게 했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책에 대한 세부적 사항을 만들어봤자,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수에 의해 바뀔 수 있다'라는 논조라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그래도 세부적 사항이 없을 때보다는 있을 때가 변수에 대처하기 쉽다'라고.

대선을 염두에 둔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회의원 주워담기에 정신이 없다. 세부적인 균열 따위 무시한 채 이런 저런 일들을 잔뜩 벌려놓으면서, '난 이걸 한 사람이야'라는 자랑거리를 만들었다고 좋아한다. 업적이 평가에 도움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전부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은 자신의 임기라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다.

그러한 청사진을 어리벙벙하고 흐릿한 화질로 내세우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다. 이 청사진을 뚜렷하게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 각 정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오랜 시간을 들여 최적의 플랜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정당의 패거리를 모으고, 자랑거리를 늘릴 시간에, 정책별 인재들을 찾고 찾아서 뚜렷한 팀을 구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 팀으로 최선을 다해 구체적 정책사항들을 만들어 공약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건 뭐 노스트라다무스의 시도 아니고, 물인지 술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문장 하나 딸랑 내밀어 공약이라고 하니 답답해서 읽을 수가 있나.

이 글도 흐리멍텅하다고? 사실 그렇다. -_-

아예 대놓고 찝적대겠다. 나야말로 비전문가의 극치를 달리는 평범한 국민에 불과하다. 그런 애의 투정이 어떤 건지 보자.

이녁님 블로그의 질문 답변에 따라 내 생각을 적겠다.

원서값을 낮추고 저소득 계층에게 특별지원을 하는 등의 단기적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도 몇몇 유럽 국가처럼 보육에서 대학까지, 나아가 평생 학습까지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건은 인재에 대한 투자이다. 나아가서 지방의 국립대를 발전시키고 공교육 전반의 질을 높혀야 한다. 외국어 교육 역시 어릴때부터 강화해야 한다.

원서값은 정부가 책정하는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하여 내신반영이나 수시모집, 수능점수 반영 등등의 문제로 정부가 입을 열 때, 대학에게 '권고'를 하지 명령을 내리지는 못한다. 이 또한 권고사항에 불과할 것이며, 대학들이 단합하여 저항할 경우 상당한 시간을 끌거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내 견해다. 박정희가 저 말을 했다면 믿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낸 현 시대상황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는 공약이다. 여기서 어렵다고 말을 하는 이유는, 저 표현 자체가 '강제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나는 저런 표현이 아니라 '어떠어떠한 방법을 사용하여 원서값이 낮아질 수밖에 없도록 할 것이고'이길 바란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형식의 '구체적 언급이 없는' 공약들이 많다. '보육에서 대학까지, 나아가 평생 학습까지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역대 대통령 후보들 중 모르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을까? 다들 알면서 일부러 외면했을까? 중요한 건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그렇게 되도록 만드느냐다. 그건 며느리도 모른다고?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그따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는 자를 찾지 않았을 뿐이고, 찾고 싶어도 모르는 자들이 아는 자들을 가렸기 때문일 수 있다.

대통령 후보가 인재들을 찾아모아서 팀을 구성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 아니잖은가.(위반인가? -_-)

스크롤 압박이 심하면 100에 100이 모두 다 '미안. 스크롤 내렸어'할 줄 아는가? 500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엄청난 공약의 내용을 딸랑 몇 줄 써버리면 잘도 믿음이 가겠다. 클린턴의 기업형 정부니, A.Merkel의 창조적 정부니 내가 알 게 뭐냐. 그게 한국의 실정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리도 없다. 그 모든 사항을 또박또박 적은 뒤에 몇몇 부분은 국내 실정에 맞춰 다시 고민하고 해답을 밝히는 방식이 보고 싶다는 얘기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나라 전체를 책임지는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함인데, 그런 정도의 노력은 기본 아닌가? 난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 정리'와 '철저한 계획표 제작'에 비하면 '홍보'는 거품에 불과하다고 본다. 거품을 지적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른 후보에 비해 문국현 후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다. 나도 모르게 '이 사람은 뭔가 알고 있구나!'라고 소리지르게 만든 내용은 '후견인'이다. 중소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력인 '기획/코칭 인력'을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듣게되긴 처음이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주먹구구식 덤벼들기 운영이 많아서 일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잔업은 잔업대로 하고, 밤 새는 걸 기본으로 하는 열정들이 사실은 '제대로만 하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행동'에 불과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전문적으로 지적해주고,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맡고 어떠한 형식으로 분업화/체계화하는 지 조정해주는 전문직업이 정말 필요하다. 이것만 제대로 해주면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문국현 후보에게서 제일 원했던 것은 기득권이 추가로 확보하는 미래재산(자신의 몫 이상으로 가져갈 몫)에 대한 대처방안이다. 공약에는 그저 '특혜와 특권 청산으로 경쟁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는 말로 끝맺었다.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임기동안 줄창 매달렸던 노무현 대통령도 결국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이 아닌 다음 대선이 되더라도 좋다. 그 때 가서 벼락치기 공부라도 하듯 서둘러 선거에 임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확실한 정치적 팀을 구성하여 모든 분야에 걸쳐 국민을 확실히 설득할 공약(이라 쓰고 공략집이라 읽는다)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국민들 중에 그 공약을 읽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들도 나올 수 있다. 이거야말로 온 국민이 힘을 합해서 정책을 만드는 것 아닐까?

상대 후보가 그걸 읽고 이용해 먹으면 어쩌냐고? 상관없잖은가. 내가 대통령이 못되면 어때. 내 플랜을 저들이 사용한다면 목표는 달성한 것이 아닌가. 나라 잘되자고 대통령에 출마하는 거지, 대통령 되어보자고 나라 잘되게 하려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내가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표가 갈릴 것 같다는 이유와, 지지하기엔 너무 모호한 공약내용이어서라고 하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이거 선거법 위반이면 지적해주세요. 지우겠습니다. -0-;;(법을 어기긴 싫으니까)

추잡2: 근데 아파트 반값 공약은 내 불평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상당히 세부적인 내용이 적혀있다) 나중에 영훈씨가 문국현 후보의 홈페이지에 가서 아파트 관련 공약 좀 읽어줬으면 고맙겠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에 어때요? -ㅁ-;;

댓글 4개:

  1. 한가지 궤가 어긋나는 질문이 있습니다.

    대전제로 까신 것 말씀입니다만, 왜 그 단체가 싫으신지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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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대머리의 직계이기도 하고, 장로님들의 직계이기도 하고 난쟁이의 직계이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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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스칼렛님. 그 이유는 복합적이에요. 지켜본 오랜 시간의 행동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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