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3일 토요일

내 눈이 잘못된 건가? -_-;;(정치 얘기)

조중동에 휘둘리는 게 일상화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라면 그래도 이해가 간다. 내 부모님께서 그러시니까.

난 정말 궁금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말 문제가 있을까? 난 눈을 문지르고 씻고 까뒤집어도 이만한 대통령 다신 안나오겠다 싶은데.(농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어디 아프리카 오지에 나라세우면 난 그 나라 갈 거다)

이 눈으로 보는 것 좀 얘기하고 싶다.

지금 경제 어려운 게 노무현 대통령 탓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무능해서 나라가 이꼴 됐을까? 내가 보기엔 무능이 아니라 불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능력이 있다. 그것도 역대 대통령이 아닌 역대 정치인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능력자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중동과 기득권 세력들이 자기들 살까지 깎아가며 기를 쓰고 짓누르려고 할 이유가 없다. 요즘 조중동의 방향을 자세히 봐라. 저들이 열우당을 겨누고 있는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 하나만을 겨누고 있는지. 열우당의 수많은 의원들 따위야 언제든 자기 멋대로 부릴 수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게 안되니까 이 기회에 짓밟아 죽이려는 거다. 생각해봐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유리할 때 타협한 대통령이 누가 있나? 노무현 대통령 한 명 뿐이다. 다들 불리할 때 타협하고 대통령 먹었다. 그리고 어떤 대통령은 타협한 죄로 정신까지 먹혀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무능해서 경제가 이 꼴 난 게 아니다. 경제는 김영삼 때 이미 이꼴 났다. 그리고 김대중 때는 경제파탄을 체감할 수 없도록 카드경제를 활성화시켜 버블사회로 유지했다. 경제파탄으로 인해 국민의 소비가 극감하면 빈익빈의 악순환을 거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은 버블경제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본 적 있는가?(아, 요즘이라면 리플리를 봤냐고 묻는 게 더 낫겠다) 자신이라는 나방이 향하는 저것은 불이다. 가면 죽는다. 그걸 알면서도 가고 있고, 점점 날개가 타들어가고 있다. 불의 유혹에 빠져서 내 날개가 타는 줄도 모른다. 어쩔 것인가. 나방의 삶을 책임진 누군가가 방향을 뒤틀어 불의 현혹을 지워버리면 그제야 날개가 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걸 일깨워준 자를 비난할 생각인가? 내 날개 태웠다며 욕지거리를 할 셈인가?

카드경제는 무너뜨렸어야 했다. 다분히 사회주의적 발상이기는 했으나, 그 책임의 상당수를 대기업(카드사)에게 돌린 것도 어쩔 수 없다. 책임을 질 능력을 가진 이는 그쪽 밖에 없었으니까.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개판이었다. 배드뱅크, 워크아웃이 괜히 활성화된 게 아니다. 카드사가 오죽 급했으면 그 제도를 최대한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했겠는가. 만약 위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개인파산 제도는 좀 더 눈에 띄었을 것이다.(물론 현재도 개인파산자들이 대폭 늘고있다. 이 제도는 카드경제에 희생된 사람들을 구제하는 정책이다. 기득권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개인파산을 하면 완전 병신이 되어서 노숙자 생활이나 한다고 인식시켰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_-)

한 마디로 말해서 경제가 어려운 건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삽질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경제가 어려워서다. 김영삼 때 경제가 어려웠었는데, 김대중은 "아녀. 그럭저럭 괜찮으니 돈을 써."라고 말한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어려운 거 맞아."라고 솔직히 말한 것 뿐이다.

부동산 대책? 그 이전으로 넘어가자.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대책을 위해 기득권의 양보를 요구했다. 이건 물론 자본주의 국가에서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걸. 게다가 기득권만 양보했냐? 김대중 정권 때 중산층이 그렇게까지 양보했으면(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긁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구입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버블기업에 투자를 했는가.) 이제는 기득권도 좀 양보할 때가 된 것 아닐까? 오죽 양보를 많이했으면 '저 기특한 양보의 미덕 좀 보게'라며 1588어쩌고저쩌고가 활성화되기까지 했을까.

기득권은 양보하라는 말에 펄쩍 뛰며 인질의 목에 칼 들이대고 "니가 양보해!"라고 외쳤다. 지금 우리 목에 칼 들이댄 놈들은 기득권 세력이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다. 손 뻗어서 "워워, 진정해. 원하는 게 뭐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자신을 위해 타협했다기보다는 도저히 감당 못할만큼 국민이 위험하기에 타협해서 저 괴상한 열린우리당이 생성됐다. 그 이전의 괜찮았던 열우당이 저꼴 난 이유는 개기름이 껴서다. 원래 있던 몇몇 돌대가리 표면에 개기름까지 껴서 반짝이니까 지들이 보석인 줄 알고 나대는 저 당이 바로 열우당이다. 초심의 열우당은 저렇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타협이 저따위 당을 만든 것이다. 그 원인은 인질인 국민에게 있고, 범인인 기득권에게 있다.

이 정도라도 안했으면 우리나라는 정말 불로 뛰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카드사의 지원으로 1000원도 안되는 조조영화표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옥션에는 정체불명의 몇 백 만원짜리 물건이 등장하여 바로 낙찰받는 카드깡 시대가 열렸을 거다. 월드컵 16강 경기 광고에 1588어쩌고저쩌고가 반을 차지하고, 인터넷 요금이 끝내 종량제가 되어서 어둠의 전용선이라는 신종 사업이 펼쳐졌을 거다. 사람들은 여전히 희희낙락거리며 "우리나라는 위태롭지만 사실 건재해!"라는 외침과 함께 카드빚을 펑펑 지고 다닐 거다.

이 기득권 세력에 대한 횡포에 대해 전면전을 펼치면서부터 국민들이 더 고생한 건 사실이다. 부동산 대책의 경우는 상당히 눈에 띈다.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서민층도 있다. 당연하다. '나 괴롭히면 얘들 다 죽인다?' 부동산 기득권이 이러고 있거든. 인질놀이에 빡돌아서 "씨박. 그래, 네 맘대로 해. 걔 죽으면 넌 아주 찢어죽일겨."라고 총 겨누는 것도 인질 입장에서는 빡돌지만, 아무튼 근본적인 개자식은 범인 아닌가.

지금 내가 보는 관점이 잘못된 건가? 기득권이 하는 짓이 정말 불로 달리세가 아니란 말인가? 어차피 쟤들은 불에 안타걸랑. 우리가 불타서 재가되면 그걸 몸에 쳐발라서 따뜻하게 보낼 놈들이걸랑.

지금 내가 기득권 재산 빼앗아서 서민 살리자는 사회주의 논리를 펼치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논리 또한 사회주의와 거리가 멀다. 기득권이 저지르는 잘못을 바로잡는 건데, 그건 저들의 돈을 빼앗는 게 아니라, 저들이 돈을 빼앗는 걸 막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득권이 서민에게 돈을 어떻게 빼앗고 있냐고? 자본주의 원칙대로 잘 돌아가지 않냐고?

저들은 자본주의 원칙 중 하나인 자유경쟁체제를 막고 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중세 봉건주의의 땅따먹기를 하고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머리 조아리는 이유가 뭘 얻어먹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우리 몫을 주세요.'다. 한 푼만 더 주세요가 아니라 한 만큼 주길 바라기 때문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한푼만 더 주셈. 안그럼 깽판친다?'라고 협박하는 일부 노동조합과 혼동하지 마라. 국내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자기가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을 못받기 때문에 굽신거린다. 이게 자유경쟁인가? 대기업과 정부가 당장 급한 불 끄기 위해서 빈자루 하나 꺼내들고, "얘들아, 기억해 둬. 이 안에 돈 잔뜩 들었다?"라고 구라쳤다. 그게 빈자루라는 거 알면서도 사람들이 소꿉놀이하듯 자기 돈 채우며 "그래. 이건 돈자루야."라고 위안할 때, 저것들이 그 돈 빼가며 자기네 자루 채운다. 이게 자본주의냐?

기업은 소비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소비는 기업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일을 하여 공급품을 만들고, 일의 보상을 사용하여 공급품을 구하는 수요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전의 대한민국은 기업이 약화된 걸 빈자루로 감추고 소비는 '기업이 약화되지 않았을 때'처럼 하라고 요구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 빈자루를 없애며 이럴 때가 아니라고 말한 거다. 와오. 같은 말 지겹게 하고 있다.

이게 내 눈으로 본 현재의 정치판이다. 기업들과 연결된(그래서 기득권자가 된) 세력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싸움이다. 우린 지금 인질이 된 상태에서 범인의 속삭임을 듣는 중이다. "아프지?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야." 대체 누굴 욕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둘 다 나쁘니까 범인도 경찰도 다 갈 길 가버려? 이 범인새끼 회개시키지 않으면 또 인질되는데?

이렇게 보는 내 눈이 잘못된 건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6개:

  1.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 부족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언론의 탓이던 기업의 탓이던 야당의 방해 공작이던간에 이번 선거 지지율이 그렇게까지 뚝 떨어진 것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온갖 방해 공작이 있더라도 그런 거 다 이겨내고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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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군요. 제 머릿속에서 뒤죽박죽하던게 정리된 것 같습니다! 윗분은 노통의 리더쉽 부재라고 하는데, 이끌 사람이 있어야 리더쉽을 발휘하는데, 이끌어야 할 열우당이 개기름 껴서 미끌거리니까 답이 안나오는 거죠. 독고다이 하면서 다굴맞는 중인데 카리스마가 발휘될 여지가 없죠. 무슨 영웅신화의 시대도 아니고, 여지껏 50년 전통의 국가급 구더기단체와 맞짱떠서 누가 이겼나요. 노통이 다 잘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했고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습니다. 열우당의 개삽질을 그의 탓으로 돌리는 건 좀 억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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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으하하, 저도 열린우리당이 개삽질 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그것도 뛰어 넘을 정도의 능력있는 인물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려나요...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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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노통의 탓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원래 그런 자리죠. 비가 와도 걱정이고 비가 안 와도 걱정인. 뭐, 노통이 얼만큼 했는지는 이번 임기가 끝나면 확실히 밝혀지겠죠. 하지만 제가 기대하던 부분(그건 경제를 살리는 건 아니었어요)에서 노통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서민을 위한다는 걸 표방하는 대통령으로서 어느 정도 기준은 지켜주시리라 생각했던 것들을요. 그 부분의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워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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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노무현은 그놈의 위원회 좀 그만 만들었으면 합니다. -_-;;; 위원회라 이름 붙은 게 수백 개가 넘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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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본문에 동의해요 전 왜 노통이 욕먹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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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죄송한데; 이 글좀 트랙백 해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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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윤군// 넵. 전 늘 트랙백 허용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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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나도 요즘 노통 보면 안습이지. -_-;; 무능하다 뭐하다 하는데, 까놓고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유능한 대통령이 있기는 있었나. 박통? 그게 무슨 나발스런 유능이야. 문제점을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문제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뭉개버리는 정권이었지. 게다가 문제 없는 시절이 어딨어? 박통 전통 시절에는 문제가 있어도 알려지질 않으니(아니, 못하게 하니)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보이지.



    게다가 이게 다 노통탓 노통탓 하시고 열렬히 나불대는 사람들도 참 한심스러워. 자기가 책임져야 하거나 자기가 노력해야 할 부분에서도 아무 노력도 안하면서 노통탓 노통탓 하면 인생이 즐거워지나 봐? 하긴, 더 즐겁기는 하겠지. 뭐가 잘못되도 내탓은 아닌 세상이니, 얼마나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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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노통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90이하 정도로 잘 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의 힘이 되어줘야 할 열우당이 삽질 한 것도 사실이고

    그 삽질에 원인 중 큰 원인이 노통이라는 것도 부정 할 수 없죠.



    ....사실 노통이 운이 없었던 점도 작용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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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제가 노통이었다면 국가보안법 부활시키고 공수부대를 조중동에 투하시키고 군대를 선동한 놈들은 내란죄 선동죄 적용시켜서 광화문 앞에서 60포차로 거궐형에 처해버렸을 텐데요. 그럼 사해에 걸쳐 위대한 민족의 영도자 대통령동지에 대한 칭송이 자자했을 것을....너무 봐주니까 기어오른게 문제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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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안녕하세요.

    링크를 타고 와서 글을 읽게 됐습니다.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선거에 많이 실망을 했던 사람이라서요. 그것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잘못 된 걸 바로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주위에선 아닌 모양이에요. 내년 대선이 두렵습니다. 아마 과거로의 회귀가 될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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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동의합니다.

    헌데 공산주의란 말대신 사회주의가 저상황에 맞는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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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초록물고기// 헉! 그러네요. -ㅁ-;;(본문 보신 분이 댓글도 보셨기를 바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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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trackback from: 아버지 이글 좀 보시고 힘내세요
    내 눈이 잘못된 건가? -_-;;(정치 얘기) 레디오스 님 이글루에서 트랙백했습니다.....아아 아버지가 인터넷을 쓰실줄 아시는 분이라면 이글 보시고 끄덕끄덕하며 모니터 붙잡고 눈물흘리실텐데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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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trackback from: 후우..
    내 눈이 잘못된 건가? -_-;;(정치 얘기) 아우 속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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