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2일 월요일

오늘은 아빠마마 생신이다.

가까운 친척분들과 함께 외식했다. 자식이 되어 글을 쓴답시고 돈 한 푼 벌지 못한 죄를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4살 어린 내 동생이 나를 대신해 자식노릇했다.(형은 내다버렸고 -_-) 친척분들이 없는 살림에 돈을 걷어 주셨지만, 내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

엄마는 내가 만화라도 계속 하길 바라신다.(만화 스토리를 쓰면 생활은 넉넉해지지만, 앞일이 암담해진다. 머리가 굳어가는 걸 느끼게되고, 소설을 다시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작년 용들의 전쟁을 쓰기 시작했을 때 결심한 것이 '만화는 절대 손대지 않겠다'였다. 그 결과 상당한 생활력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_-)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어거지로 버틴 결과,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다.

내가 원래 느긋한 성격이라서 작년까지만해도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아빠의 몸에 이상이 온 것을 알게된 이후로 더 이상 느긋할 수가 없게되었다. 나이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셨던 아빠는 갑작스레 쇠약해지셨다. 차를 모시던 중에 갑자기 사고를 내실 때에야 비로소 알게된 게 부끄러울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최근 한방치료를 통해 많이 좋아지신 편이지만, 여전히 걸음이 불편하시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냉장고를 번쩍 치켜들고 거침없이 걷던 분이 이렇게 되시니 당혹스럽다.

난 37살의 나이에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고 엄마를 엄마라고 부른다. 내 동생이 아빠를 아버지라 부른 것은 10년 이전의 일이다. 가족중에서 나만 아빠라고 부른다. 당신께서는 젊게 사시길 원하셨고, 가장 많이 닮은 내가 그것을 크게 느꼈다. 아빠와 나는 당연하다는 듯 10대와 40대의 대화를 주고 받는다. 세월은 나와 아빠에게 그런 놀이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런 불효에 마음이 아파도 나란 놈은 갈 길 계속 가겠지만, 언제고 한이 될 듯 싶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

레디 오스 성화 올림

"희영이, 미영이, 진영이가 지금 몇 살이지?"

"희영이 누나가 저보다 3살 많아요. 미영이 누나는 1살 많고, 진영이가 아마 저보다 3살 아래일 거예요."

"엥? 네가 그렇게 나이가 많아? 그럼 성균이는?"

"제가 1살 위죠."

"근데 네 아버지를 아직도 아빠라 불러, 이 녀석아?"

"엄마라 부르기는 좀 그렇잖아요."

"하하하하!"

친척분들의 어택을 얼렁뚱땅 넘기는 데엔 고수됐다. -_-/

댓글 3개:

  1. 친척분들 어택만이 아니라, 독자들 어택 얼렁뚱땅 넘기는 것도 고수시면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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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하핫~ 사아기님 말씀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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