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30일 금요일

하나세기

하나세기

1장. 일곱 열쇠

빛이 없고 어둠이 없는 시기에 ‘셍 크라드Sen Crad’가 존재했다. 셍 크라드 외의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이 때는, 그 어떤 설명조차 존재할 수 없었다. 자신을 확인할 거울이 없고 주위를 바라볼 눈도 없었으며 냄새가 없었을 뿐 아니라 코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셍 크라드 뿐이었고 그 위대한 존재가 어째서 위대한지, 그 거대한 존재가 얼마나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지 아는 자는 존재할 수 없었다.

신들Gods도 셍 크라드가 꿈을 꾸는 것은 보지 못했다. 신들이 그러하듯 셍 크라드도 근본적으로 소유한 모든 것을 천천히 꺼내놓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존재들 가운데, 셍 크라드의 꿈이 있었다. 가장 위대한 신의 말씀에 의하면 셍 크라드는 시간의 시간의 시간Road Of Road을 헤아리다가 잠이 들었다고 했다. 신은 자신들의 ‘성스러운 어머니’를 잠재운 시간을 ‘성스러운 아버지’로 여겼다. 하지만 셍 크라드에게 있어서 시간은 적AntiCrad이었다. 셍 크라드는 시간에게 패배한 것을 수치로 여기고, 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했다. 셍 크라드의 꿈은 구름처럼 부드럽고 바람처럼 흐르는 육각의 상자였는데, 이것의 ⅓위쪽에 칠흑같이 어두운 열쇠구멍Black hole이 있었다. 셍 크라드는 시간이 만들어낸 열쇠구멍에 맞는 열쇠가 자신에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러나 그것에 맞는 열쇠를 창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꿈의 열쇠는 창조물의 창조물이 수십 수백 번을 얽히고 설키며 재창조를 반복하면서 미세하게 다듬어져야 만들어질 수 있었다. 셍 크라드는 자신의 창조물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상자를 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셍 크라드로 하여금 자신에게 존재하는 모든 창조물들을 열쇠구멍에 밀어 넣도록 만들었다. 열쇠구멍에 들어간 셍 크라드의 창조물은 상자 속에서 세상을 만들었다. 셍 크라드가 제일 먼저 넣었던 창조물은 자신이 놓여진 세계를 예스밀드Yethmild라고 불렀다.

이로써 하나세기The Absolute Century가 시작되었다.

태초의 신들은 예스밀드를 담아놓은 상자가 열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예스밀드는 셍 크라드의 꿈속에 존재하는 세계였고, 상자가 열리게 되면 꿈에서 깨어나기 때문이었다. 상자가 열리는 순간이 예스밀드의 파멸을 의미했다. 신들은 자신들의 소멸을 원하는 창조주를 증오했다. 그 때문에 창조주를 대신하여 시간을 숭배했고, 셍 크라드가 열쇠를 찾을 수 없도록 스스로의 창조를 억제했다.

셍 크라드가 열쇠구멍을 통해 밀어 넣은 2번째 창조물은 대지Mood였다. 무드는 금빛을 발하는 작은 덩어리였는데 눈물 한 방울에 가라앉을 만큼 작아서 그 아름다운 금빛을 뚜렷하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쌍의 금빛 무드는 수많은 자식을 낳고 낳아서 예스밀드에 널리 펼쳐졌다. 상자가 바람에 이끌려 70번 반복했을 때, 무드의 영역은 신들이 머물 수 있을 만큼 넓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무드의 아름다운 금빛은 끝내 볼 수 없었다. 무드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금빛이 점차 탁해지고 짙은 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대신 무드에게 남은 금빛을 지킬 기둥이 셍 크라드의 3번째 창조물로서 열쇠구멍을 통해 들어왔다. 기둥은 무드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금빛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는데, 크기가 너무 거대하여 무드의 모든 영역을 지배했다. 신들은 서로 합심하여 기둥을 부쉈다. 6개로 쪼개진 기둥은 무드의 영역을 떠나서 각자의 공간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금빛이 6개로 분열되어 불의 색Red, 물의 색Blue, 흙의 색Yellow, 쇠의 색Violet, 나무의 색Sepia, 별의 색Green이 되었다. 신들은 이들 기둥에게 각각 이름을 주어 사이바Psyba, 피안Feean, 어쓰Earth, 야쓰Yark, 엘브Elf, 레타우Retha Hoo라고 불렀다.

신들은 화합과 조화와 안정을 위하여 자신들을 희생했다. 예스밀드가 늘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셍 크라드의 꿈은 느닷없는 비논리적 창조와 예스밀드에게 해로운 존재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었다. 또한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셍 크라드의 꿈의 세계에 대한 불안이 예스밀드의 모든 것을 혼돈에 빠뜨렸다. 그것을 바로잡는 방법은 완전한 존재의 희생 밖에 없었다. 신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영원하기를 바라며, 고요와 평화로 예스밀드를 가꾸었다. 또한 창조주의 잠을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로 예스밀드의 모든 것을 적셨다.

방울이 모여 형상을 이루었던 최초의 신이자 예스밀드의 최고신 ‘하야누Hayanoo'는 셍 크라드를 숭배하는 존재였다. 하야누는 셍 크라드의 꿈을 동경하여 스스로 오랜 시간 잠을 잤다. 그러나 셍 크라드처럼 꿈속의 존재 예스밀드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야누가 잠에 빠져있는 동안에 창조된 신들은 자신들이 증오하는 셍 크라드를 숭배하는 존재에게 분노했다. 그리고 하야누를 외면한 채 저들끼리 예스밀드를 분할하여 다스리기 시작했다. 잠에서 깬 하야누는 자신의 세계가 많은 신들에게 빼앗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대한 하야누는 신들의 영역을 질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예스밀드의 조용한 영역을 떠돌며 꿈에서 이루지 못한 세계의 조각들을 조금씩 만들어냈다.

하야누가 만든 것은 존재자 셍 크라드의 기둥을 따른 것이었다. 하야누의 사이바와 하야누의 피안과 하야누의 어쓰와 하야누의 야쓰와 하야누의 엘브와 하야누의 레타우가 예스밀드를 장식했다. 그리고 셍 크라드가 자신을 창조한 것처럼 하야누의 손에 의해 새로운 신이 만들어졌다. 하야누의 모습을 빌어 예스밀드에 드러난 존재의 이름은 ‘드래곤Dragon’이었다.

드래곤은 오만했다. 창조주 하야누의 모습과 같다는 이유로 다른 신을 경시하고 스스로를 예찬했다. 그리고 하야누가 빼앗긴 예스밀드의 영역에 흉폭한 날갯짓을 하여 지배자가 되려했다. 드래곤이 바다의 신 ‘레비돈Reibeeton'에게 오만의 화염을 뿜었을 때, 하야누가 참지 못하여 징벌을 가했다. 하야누는 천 년의 긴 시간동안 드래곤을 무저갱에 가두었다. 천 년이 지나 무저갱을 나올 때, 드래곤은 신들을 향한 오만을 그곳에 남겨뒀다. 그 이후 드래곤은 신들을 경시하지 않았다.

하야누는 예스밀드가 이룬 대지의 굴곡과 바다의 고요를 동경하여 산의 형상을 이룬 신탑과 고요의 형상을 이룬 우물을 만들었다. 이 때 하야누의 마음 속 마음에 감춰진 열쇠가 바깥으로 새어나왔다. 창조의 열정에 담겨진 하야누의 열쇠 ‘나키nakey’는 신탑의 의지와 우물의 열정으로 작은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치 뮤드의 여섯 기둥과 흡사한 것이 신탑과 우물의 주변을 감쌌고, 천년이 지났을 때는 일곱 개의 대륙과 다섯 개의 바다를 만들었다. 신탑은 대륙의 가장 높은 곳이 되었고 우물은 바다의 가장 낮은 곳에 숨었다.

다른 신들이 하야누의 창조를 부러워했다.

하야누가 새로운 창조를 고민하며 여섯 종족을 만들고 있을 때, 다른 신들은 하야누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야누를 제외한 다른 신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셍 크라드의 꿈인 예스밀드라는 것을 잊고 말았다.

하야누는 자신이 만든 세상을 ‘사르티스’라 이름 붙이고, 드래곤이 다스리게 했다. 드래곤은 우물이 다섯 번째로 만들어낸 생명체 ‘뱀’과 흡사하게 생겼으나, 뱀보다 천 배는 거대한 몸체에 날개가 있었다. 하야누의 금빛 눈이 드래곤에게도 있었고, 하야누의 지식이 담긴 시간도 드래곤에게 있었다. 드래곤은 사르티스의 그 어떤 종족보다도 현명하고 강했으며 날개가 미처 지우지 못한 오만도 남아있는 종족이었다.

하야누는 사르티스의 형상을 빌어 ‘엘프’를 만들고, 신탑과 우물이 만든 모든 자연과 친밀할 것을 명령했다. 엘프는 사르티스의 거친 대지처럼 어둡고 갈라진 살가죽과 열네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으며 눈동자는 하늘처럼 맑았다. 키가 작고 느렸으나 우물이 만든 빠른 동물들에게 부탁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종족이었고, 드래곤 다음으로 하야누의 모습과 가까운 형상이었다.

하야누는 우물의 형상을 빌어 ‘인간’을 만들고, 신탑과 우물이 만든 모든 자연들을 재구성할 것을 명령했다. 인간은 우물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연의 형상을 끝없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어떤 것은 하야누를 만족시켰으며 어떤 것은 하야누를 놀라게 할 때도 있었다. 우물처럼 매끈한 살갗을 가진 인간들은 열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으며 눈동자는 바다처럼 맑았다. 엘프보다는 2배나 크고 빨랐으나 자연에게 부탁할 수 있는 권능을 갖지 못했고, 하야누와 닮은 점은 거의 없었다. 그것이 하야누를 크게 만족시켰다.

하야누는 인간의 형상에 하늘과 나무와 돌의 형상을 섞어서 ‘지니’와 ‘드워프’와 ‘스톤크’를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드래곤의 형상에 바다의 형상을 섞어서 ‘시곤’을 만들었다. 하야누는 이 네 종족에게 아무런 권능도 주지 않고, 모습의 근원을 따라 권능을 찾으라고 명했다. 그것은 인간들이 자연을 재구성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야누는 자신이 만든 종족이 스스로 창조하는 모습을 즐기고 싶었다.

하야누의 마지막 종족 ‘시곤’이 만들어졌을 때, 뮤드를 적시던 노래가 갑자기 멈췄다. 신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세계가 ‘셍 크라드의 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야누처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영역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긴 신들이 서로를 헐뜯고 싸우기 시작했다. 하야누가 뮤드에서 벌어진 뜻밖의 사태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신들은 일곱의 무리로 분열되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야누가 신들을 말리기 위하여 다시 한 번 ‘셍 크라드의 꿈’을 알리려 했다. 그러나 예스밀드를 알리기 위해 사이바의 기둥으로 가던 도중, 하야누는 누군가의 암습을 받고 무저갱에 갇혔다.

하야누가 사라진 다음 날, 제1세기의 첫 번째 전쟁 ‘안타레드’가 시작되었다.


2.

뮤드의 북쪽대지는, 그 중에서도 최북단의 대지는 폭이 좁고 끊임이 없는 강 ‘요든’에 의해서 경계선이 만들어져 있었다. 요든강은 바로 남쪽에 하야누가 만들어낸 최고의 신탑, ‘아틀라스산’의 중턱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940신터(신터: 신의 걸음을 의미하며 하야누의 이동법을 기준으로 한다. 거리단위로 1신터는 약 100미터이다)에서 2개의 줄기로 나뉘어져 동요든강과 서요든강이 되었다. 요든강의 시작이 되는 아틀라스 샘은 우물의 힘을 모두 다 동쪽에 남겼기 때문에 동요든강의 주변은 새와 나무와 붉은 흙이 있었고, 서요든강의 주변에는 돌과 노란 흙이 있었다. 요든강을 경계로 하여 북쪽 대지의 주인인 불의 신 ‘파이어’는 서요든강의 영역에 자신의 신전을 세우고 ‘화염의 3종족’을 만들었다. 대지의 북쪽 바다는 언제나 붉게 일렁거렸는데, 그 이유는 북쪽 바다의 절벽 너머에서 북쪽 기둥 ‘엘브’가 불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브의 불길 때문에 파이어의 하늘은 언제나 붉었으며, 구름도 이따금 화염을 뿜을 때가 있었다. 동요든강의 새와 나무와 붉은 흙도 엘브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여 떠나고 시들고 변색되었는데, 그 중 강한 새와 강한 나무와 강한 붉은 흙이 열기에 적응하여 살아남기도 했다. 파이어는 동요든강의 너머에서 푸르게 빛나는 나무와 그 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또한 짙은 색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요든강 너머의 붉은 흙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불의 신 파이어는 동요든강 북단의 새에게 ‘이글킹’의 이름을 주고, 그 보답으로 날개를 얻었다. 그리고 요든강의 물을 들끓게 하는 지독한 열기에도 끄덕 없는 나무들에게 다리를 주고 ‘팔과 다리’가 될 재료를 얻었다. 강물조차 증발할 정도의 열기가 내리쬐는 곳이었으나, 속에 품고있는 물을 절대로 화염의 구름에게 내주지 않는 파이어의 붉은 흙에게는 ‘고드’의 이름을 주어 자신의 창조물이 될 재료로 삼았다.

“이글킹의 날개에게 엘브의 권능을 담아야 한다.”

파이어는 자신의 첫 번째 창조물인 ‘마리오’에게 최초의 명령을 내렸다. 마리오는 파이어의 대지에 가장 많이 분포된 노란 흙으로 만들어졌다. 노란 흙은 크기가 작고 무리가 뭉쳐지지 않았으며 불타는 하늘과 들끓는 바다의 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파이어는 기둥 엘브가 뿜어대는 불꽃 코로나의 권능을 훔쳐서 노란 흙에게 주었는데, 코로나가 무지개처럼 빛을 내며 파이어가 원하는 형상을 빚었다. 형상이 반쯤 투명하고 오색의 영롱한 빛이 항상 맴도는 모습을 한 피조물은 파이어에게 ‘마리오’라는 이름을 받았다. 마리오는 ‘아름다운 불꽃’이라는 뜻이었으며 파이어가 만든 언어이자 의미였다.

마리오는 이글킹의 날개를 들고 바다절벽 너머의 붉게 타오르는 기둥 엘브에게 갔다. 그러나 엘브는 이 피조물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코로나로 배를 태워버렸다. 마리오는 바다 속을 걸어서 파이어에게 돌아왔지만, 배가 탈 때 놓쳤던 이글킹의 날개는 오랫동안 엘브의 주위를 방황했다. 1크밀드(크밀드: 신의 잠을 의미하며 하야누의 잠을 의미한다. 시간단위로 1크밀드는 1년. 1밀드는 하루다. 하야누가 잠을 자면서 뒤척이는 때를 1밀드로 하는데 하야누는 모두 365번을 뒤척였을 때 잠에서 깨어난다)가 지났을 때, 외로운 엘브는 이글킹의 날개에게 정을 주고 말았다. 이글킹의 날개는 엘브의 권능을 품에 안고서 화염의 구름을 타고 파이어에게 돌아왔다. 파이어는 무척 기뻐하며 2번째 창조물을 만들었다. 화염의 날개와 고드의 몸, 강한 팔과 다리를 가지고 태어난 이 피조물은 ‘고르고스’라는 이름을 받았다.

파이어는 고르고스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4크밀드 전에 하야누가 사라져, 창조의 땅 ‘하야누스’가 주인 없는 곳이 되었다. 그대는 아틀라스산을 넘어 하야누스를 지배하라. 그리고 하야누의 열쇠 나키를 찾아야 한다. 그대가 뮤드의 모든 세상을 정복하고 여섯 개의 열쇠를 모두 찾았을 때, 셍 크라드의 열쇠 ‘예스밀드’의 길이 보일 것이다. 쇠는 모든 것의 시작이며 너희가 있기 전에, 내가 있기 전에, 그리고 하야누가 있기 전에도 존재했던 셍 크라드의 첫 번째 창조물이다. 그것을 얻는 자가 뮤드를 지배할 수 있고, 셍 크라드에게서 예스밀드를 빼앗아 영원을 보장받을 자격을 갖게 된다.”

고르고스는 파이어의 명령과 파이어의 일부 지식과 파이어의 커다란 권능을 받았다. 수천의 고르고스 군대는 수만의 마리오와 수십만의 이글킹을 이끌고 요든강을 건넜다. 그동안 파이어는 절대권능의 힘을 부여받을 세 번째 창조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세 번째 피조물은 파이어의 모든 권능과 함께 코로나와 화염의 구름에게 축복을 받았는데, 엘브가 직접 이름을 주었다. 엘브는 파이어의 세 번째 피조물을 ‘아이니’라고 불렀다. 아이니는 3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하야누의 머리와 흡사했고, 또 하나는 하야누의 창조물인 인간의 것과 흡사했으며, 나머지 하나는 드워프와 흡사했다. 이것은 엘브가 하야누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었고, 또한 하야누의 대지를 침공하는 파이어에 대한 분노의 뜻이기도 했다. 아이니는 오른손에 코로나의 구슬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화염의 구름으로 몸을 감쌌다. 파이어는 아이니의 모습을 보고 무척 두려워하여 엘브의 힘이 약해지는 ‘푸른 하늘의 날’을 선택해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엘브가 먼저 이 계획을 알아차리고 화염의 드래곤을 아이니에게 선물했기 때문에, 오히려 파이어가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고르고스의 군대가 아틀라스 산을 넘었을 때 파이어의 피가 요든강을 붉게 물들였다. 들끓는 피의 강이 아틀라스산의 정상에서도 또렷하게 보였기에, 고르고스는 창조주의 죽음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 마리오가 고르고스의 피를 모아서 아틀라스 샘에 뿌렸는데, 그것이 강줄기를 타고 내려가다가 요든강이 갈라지는 부분에서 새로운 고르고스를 낳았다. 새로운 고르고스는 파이어의 모든 지식과 권능을 얻지는 못했으나, ‘정복욕’과 ‘쇠를 탐내는 욕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들은 파이어의 명령과 관계없이 마리오와 이글킹을 이끌고 하야누스로 쳐들어갔다. 그 때 파이어의 대지는 이미 아이니가 주인이 되어 있었다. 셍 크라드의 여섯 기둥중 하나인 엘브는 아이니에게 파이어를 대신하여 ‘불의 신’이 될 것을 명했고, 아이니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엘브의 뜻에 따라서 실종된 하야누에게 충직할 것을 약속했다.

창조주와 땅을 잃은 군대는 명령만을 소유한 채 하야누스로 진군했다. 주변의 모든 신들이 이 소식을 들었으나 하야누와 파이어 외의 어떠한 신도 자신들의 피조물을 만든 이가 없었다. 하야누를 추종하던 몇몇 신들이 자신들의 땅을 버려둔 채 하야누스로 향했다. 모두가 고르고스의 군대보다 먼저 하야누스에 도착했으나, 적들을 징벌하지는 못했다. 기둥 피안의 중심으로 자전하는 부유(浮游)의 땅 라타의 주인이자 비의 신 기나스가 자신을 따르는 신들에게 명령하여 다른 신들의 빈 땅을 침공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계를 침공당한 바다의 신 레비돈은 급히 하야누스를 떠났고, 다른 신들도 서로를 불신하여 고르고스의 군대가 하야누스에 도착하기 전에 자신들의 대지로 돌아갔다. 비의 신 기나스는 바다를 지배한 채 레비돈을 맞아들였다. 레비돈은 기나스에게 굴복하여 물의 신으로 받들겠다고 맹세했다. 그 때부터 기나스는 비를 뿌리기 위하여 물을 만들 필요가 없이 레비돈이 공물로 바치는 바다의 일부를 비로 사용했다.

손쉽게 하야누스를 정복한 고르고스의 군대는 9밀드의 휴식을 가진 뒤에 서쪽의 대지 ‘티뮤드’를 침공했다. 기둥 어쓰의 보호를 받으면서 가장 많은 신들이 연합을 하고있는 티뮤드는 남쪽 ‘라헬’의 세력과 전쟁중이었다. 고르고스의 침공시기에 맞춰 마치 연합공격을 하듯 라헬의 세력이 몰아치자 티뮤드의 주인이자 흙의 신 ‘두뮤’는 은빛 구슬 속에 세계를 감췄다. 그리고 자신과 동조하는 6명의 신과 함께 안타레드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다.

고르고스의 군대가 9밀드의 휴식을 가진 뒤, 라헬의 세력을 공격했다. 라헬의 신들은 크게 패배하여 기둥 사이바가 지키고 있는 안정의 땅으로 도망쳤다.

고르고스가 다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8밀드가 지났을 때 안타레드를 일으켰던 모든 신들이 각각 하나씩의 대표를 뽑아서 사이바의 기둥에 모였다. 물의 신 기나스와 어둠의 신 그레모리와 생성의 신 벨페고르와 신전의 주(主) 바알제붑과 파괴의 신 할투스는 다른 신들을 대표하여 알타레드의 바른 길을 약속했다. 불의 신 아이니와 흙의 신 두뮤는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니가 자신의 영원한 종 화염의 드래곤을 보내어 신들의 맹약에 동참했기 때문에 기둥 사이바는 예스밀드의 모든 신들이 하나를 이루었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하나의 세기가 시작되었고, 사이바는 그 증표로 하나의 신을 만들었다. 모든 신들이 약속한 하나는 ‘안타레드를 위한 고르고스와의 전쟁’이었으며, 사이바가 직접 만든 전쟁의 신은 창조자의 이름에서 비롯하여 ‘시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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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글을 구상하기 이전에 '다크 드래곤'이라는 제목의 판타지를 썼었다.('다크 드래곤'은 집필을 일찍 중단했기 때문에 아예 연재조차 되지 않았던 '수많은 글 중 하나'다) 다크 드래곤을 쓰던 도중, 등장인물의 대화 속에서 고대신들의 이야기가 언급됐다. 고대신들의 전설은 머리 속에 담아두거나 메모만 했었는데,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 얘기는 왜 안 썼지?'

그런 이유로 세계의 창조와 멸망에 이르는 장편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 하나세기가 나오게 된 경위다.

'하나세기'는 창조부터 고대신들의 전쟁과 몰락까지의 이야기.

'일곱 열쇠의 탑'은 고대신에게서 비롯된 신족과 인간의 싸움이야기.(이게 '파 나노스'의 설정과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파 나노스'가 모험물이라면, '일곱 열쇠의 탑'은 전쟁물에 가깝다)

'다크 드래곤'은 세상을 지배한 일곱 종족들의 전쟁, 그 속에서 세계를 정복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콘돌 킹'은 검과 마법으로 지배당한 세계 속에서 '신의 뜻'에 위배되는 신마법(과학)으로 반란을 꾀하는 이야기.(시간적 배경은 '중세에서 1차, 2차 세계대전으로 넘어가는 지구'에 가깝다.)

'신의 창'은 어느 날 우주에서 날아온 백색 창에 의해 세계의 중심이 꿰뚫리는 사건으로 시작해서, 인간과 고대신이 조우하게되는 이야기. 여기서 세계 멸망. 진행과정은 상당히 SF틱하지만, 마침 내가 주제를 알아서 판타지.

꽤 오래 전에 구상해서 쬐금씩만 썼던 이 5부작 장편은...

산이 멀다.(두리번)

레디 오스 성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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