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일 금요일

제과를 쓰며 느끼고 있는 점.

한 권을 써라, 그냥. -_-

네 덕분에 무협단편 5연작이 한권을 채우겠구나.(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다섯 편을 합치면 1권 분량이 된다. IIIoTL)

참 신기한게...

풍선을 쓰기 시작할 때, 다른 네 편에 대한 스토리 설정도 거의 잡아놓은 상태였다. 그 중 '은'과 '제과'는 각각 3개씩의 스토리를 따로 구상했었고, '해태'는 2개였다. 이 모든 스토리 중에서 가장 긴 분량이 될 것이라고 여겼던 게 '해태'다. 하지만 거의 다 엇비슷한 분량이 될 것이라고 여겼었다.

내 단편 사상 가장 많은 분량의 글이 될 예정인 '제과'는 애초의 예상을 펄떡 뛰어 넘어버렸다. -ㅁ-;;

이렇게 된 이유에 또 재미있는 사정이 있다.

실은 작년 여름 1회를 올릴 때 쯤, 글을 완성한 상태였다. -_-

하지만 완성된 분량이 너무 많아서 이전의 4편과 차이가 심했다. 나는 단편답게 압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고, 분량 줄이기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2회를 수정하던 도중에...

용들의 전쟁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감성적인 성격을 많이 가진 용들의 전쟁은 제과의 주제가 지닌 성격과 매치되는 부분이 많았다. 글은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늘어난다고,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재주가 제법 늘었다. 그리고 그 재주가 제과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2회의 상당량을 수정했지만, 새로운 부분들이 추가되었다. 결과를 보니 분량이 줄긴 개뿔.(아, 약간 줄긴 했었다)

3회 수정이 시작됐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났다. 지울 거 다 지운 뒤에 글을 읽어보니 '철수가 국어사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가 됐다. 난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추가분을 마구 썼다. 그 다음에 쓸 데 없는 부분을 지웠다. 줄였다, 줄였어라며 기뻐할 때쯤에는 3회의 초고보다 많은 분량이 되어 있었다.

이제 블랙홀의 4회를 맞이했다.

아하하, 씨박. 눈물났다. 이 시간배열로 진행해서 완결을 내려면 1, 2, 3회를 다 뜯어고쳐야만 말이 된다. 뭐랄까... 평화롭게 날아가던 아폴로 13호가 "워프 엔진 가동! 워프!"하더니 "초 공간 게이트 오픈! 초공간 워프!" "오케, 우주의 끝!"하는 기분이었달까? 난 결정했다. 그래. 넌 내가 썼던 줄거리 중에 가장 세밀하고 긴 줄거리가 되었어. 난 그 줄거리를 가지고 4회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워. 진짜 줄거리였다. -ㅁ-;; 일정 분량을 쓸 때 마다 그 진행 만큼의 줄거리 부분을 커팅하는데, 커팅하고 커팅해도 끝이 없다. 당연하다. 현재 올라온 제과 한 회 연재물 분량의 '줄거리'라고 생각해 봐라. 야호. 달려라! 언젠가는 끝나겠지.

한 마디로 글을 줄인답시고 시작했던 수정작업이 글을 와방 늘린 것이다. -_-;;

뭐 곧 끝을 내겠지만... 이거 정말 단편인 건가?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정말 걱정되는 건 내 글실력이 늘어나서 이런 건지, 줄어들어서 이런 건지를 모르겠다. ㅠ_ㅜ

댓글 5개:

  1. 와우와우. 읽는 즐거움도, 기다리는 즐거움(...)도, 길면 길수록 독자는 행복해요. (이젠 면역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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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제는 면역이 되기엔 충분한 시간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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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보통 그 분량은 중편이라고 부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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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1권만 되도 장편이죠.

    자자 우리는 장편이 완결되는 순간을 언젠가는 볼지 모르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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