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4일 일요일

글을 왜 쓸까.

괴로워하며 가는 길

 음...

처음부터 누군가 몽둥이 들고 줘 패면서 글 쓰라고 강요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좋아서 쓰는 거다.

퇴고 한 번 없이 즐거움에 휘말려 와라락 쓰는 글이 있고, 퇴고에 퇴고에 퇴고에 퇴고에 정서를 거쳐 피눈물 흘려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쓰는 글이 있다... 치자!

일단 나도 전자의 경우가 더 오랫동안 글을 쓰게 될 거라고 말하겠다. 이유는 잠시 후에 설명하겠다.

그 전에 저 비유를 먼저 언급하고 싶다. 저건 누군가를 설득하기위한 극단적 비유법이다. 실제로 전자와 후자 어느 쪽으로 치우친 사람이란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창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애초에 저 비유에 자신에 대입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모른다'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사람은 반드시 퇴고한다. 그렇지 않은 놈은 정신나간 놈이며 글을 즐기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집안에 개털 고양이털 풀풀 날리는데 바닥에서 옷 주워입고 나가며 '옷입는 걸 즐기는 스타일 리스트'라고 떠드는 것과 같다. 전자 쪽에 비중을 둔 사람이 '전자의 비유' 자체인 양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다.

완벽주의? 완벽주의에 빠진 글이란 걸 읽어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내가 아는 완벽주의 글이란 '어쩔 수 없는 미사여구' '어쩔 수 없는 접속사' '어쩔 수 없는 대사' '어쩔 수 없는 했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펼쳐서 어떤 문장을 시커먼 매직으로 칠해버렸는데도 남이 보기에 글의 내용에 변화가 없다면 완벽한 글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대중소설이라면 내가 별별 소리 다 해가며 변명을 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결국 후자의 비유에 치중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후자의 비유 자체가 못된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전자의 경우가 더 오랫동안 글을 쓰게되는 이유는 뭘까?

그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글을 즐기니까 글을 쓰는 거지, 누가 시켜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혼자서 문장이니 뭐니 개고생을 한다지만 그걸 굳이 할 이유가 없다. 기본이 빠져버리면. 명확히 따지면 그것이 즐겁기 때문에 붙잡고 늘어지는 거다.

음식과 같다. 미식가가 맛있는 음식을 찾는 건 당연하다. 이유는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다. -_-

어느 지역, 어떤 음식점에, 얼마의 비용으로 맛있는 음식을 팔고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찾아가는 이유가 뭘까? 맛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와인명소에 세계 최고의 와인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찾아가서 마시지 못하는 와이너(-_-?)가 있다. 왜일까? 찾아가기 힘들고 돈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걸 끝까지 바득바득 찾아가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만큼 와인이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다'와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사이에 낑겨있는 수많은 고생들을 '노력'이라고 부른다. 이 노력에 휘둘려서 나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다'라는 마음을 까먹으면 안된다.

음식뿐 아니라 어떠한 것이든 더 높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글은 즐기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비유된 경우가 존재한다면 전자 쪽이 유리한 이유가 이것이다. 기본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더 오래 버틴다.

하지만 후자의 비유는 일반적으로 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애초에 저 비유는 말이 되지 않는 거다. 저러한 비유가 나온 이유는 기본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극단적 표현이 필요해서다.

엉뚱한 말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뭘하건 글을 붙잡고 열심히 쓰는 이유는 그 즐거움 때문이지 다른 무엇이 껴들어서가 아니다. 글의 성취감, 또는 나 자신의 성취감이라 해도 그 소재가 '글'인 이유는 '글이 좋기 때문'이다. 글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저 비유는 같은 말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자. 둘 다 오래간다. -ㅅ-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8개:

  1. 우오! 글쓰고 싶습니다! 흑흑!

    (야간 당직 서는데 주무시는 직원 나리들 깰까봐 분당 10타의 스무스한 키보드 터치 중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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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단 넌 건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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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후응...글 잘 쓰는 사람 보면 정말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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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들 즐거워서 시작하는거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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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글이 싫다면 안 쓰면되겠죠. 진정한 글쟁이는 글이 좋아해야만 하는 직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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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트랙백 남겨주신 걸 이제야 보았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옳은 말들이 그러하듯 글은 즐기기 위해 쓰는 거라고 알고 있음에도 자꾸 잊을 때가 많습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잘하고 싶지 않다면 저러한 고민 또한 하지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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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후자도 전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공감공감공감했답니다.

    그러게요, 누구나 글이라는 걸 쓸 때에는 전자를 통해 후자로 가는데 말이에요.

    아자! 둘 다 오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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