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0일 토요일

읽다 지친 글

친구가 재밌다고 해서 읽었다.

읽은 부분까지만 언급하자면...

3P에 등장하는 첫 사건 이후, 200P쯤의 두 번째 사건에 이를 때까지 20여 명의 캐릭터만 주구장창 설명하는 내용에 지쳐버렸다. 책은 그렇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건만 주인공과 그 옆사람만 기억하고 나머지 캐릭터는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이후로 사건이 더 나오겠지만, 앞부분에 너무 지쳐서 읽을 기운이 나지 않았다.

인물 만들기에 재미붙인 분이라는 게 첫 번째 결론. 뭐랄까... 소설을 이용해서 인형놀이를 한다는 기분이었다.

이 생각을 떠오르게 만든 또 하나의 표현.

인물에 대한 설명이 배경과 옷과 장식과 평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과 그 옆사람을 제외하고는 성격과 특성을 알 수가 없었다. 성격과 특성은 대부분 비슷비슷했고, 외모, 배경, 옷, 장신구, 평판, 이름으로 구별할 수밖에 없었다. 인형에게 옷입히는 걸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만화가 아니라 일러스트를 보는 기분이었달까.

또 한 가지.

글을 읽다보면 전문적인 설명이 나오는 경우를 접할 수 있다. 내용을 알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기꺼운 마음으로 읽는다. 하지만 그게 도를 지나치면 지친다.

'M-16소총의 총탄 지름이 몇이고, 그 회전력이 어떻다. 그 때문에 어깨를 맞으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까지는 좋다.

'M-16소총의 총탄 지름이 몇이고, 그 회전력이 어떻다. 차라리 베트남전에 사용된 단축형 XM-177처럼 어떠어떠한 회전력이면 어쩌고 하겠는데, 어찌어찌한 M4A1의 무슨무슨 효과보다 어쩌고한 M-16소총의 총탄이라서 어깨를 맞으니 어떤 결과가 나왔다'라고 쓰는 것까지도 봐주겠다.

하지만 저렇게 써놓고, 그 이후의 내용에 XM-177이나 M4A1같은 총기가 전혀 나오지 않으면 불쾌하다.

잠비야로 적을 찌르면서 잠비야가 어떻게 생기고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설명하면서, 이후에 나오지도 않을 패스카즈, 시커, 칸자르까지 설명하면 '참 날로 먹는 분이시군'이란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그게 어디 내 글인가? 전문용어 설명은 짧을수록 좋다는 게 독자로서의 내 견해다. 작가가 만든 전문지식이라해도, 이야기와 하등 상관이 없으면 꺼내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특히나 이야기와 상관이 있는 지식을 언급 못해서 개연성까지 뽀사버린 작품이 그러고 있으면, 이 까탈스러운 독자는 읽다가 삐진다.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6개:

  1. 과학은 극의로 나갈 수록 개념적으로 나가서 판타지가 되고

    판타지 소설은 들어올 수록 이과계가 되어버리니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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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저런 전문용어 난무하는 것은 싫다는... orz 설명하느라 작가도 지치고 독자도 지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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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요즘 만화는 공부해가면서 읽으려니 머리에 쥐나궁 결국 삐질 수밖에 없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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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설명은 간단한 게 좋더군요. 쓰는 작가들마저 이게 무슨 뜻일까 아리송하게 만드는 표현도 질색이고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고 명쾌한 문체쪽이 좋고. ^^ 그래서 요즘은 장식적인 표현이 다 떨어져나간 살벌한 문체가 되어(...) 점점 단문이 되어가고 있어요.



    ps. 위의 저런 소설은 읽다가 헷갈려서리... 저도 안 보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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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떤 소재에 대한 전문용어를 서술 하는 것보다는 그에대한 작가만의 느낌을 전달해주는 것이 독자에게 어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총의 전문지식을 알고 있는 작가가 그 총의 느낌을 그것이 날카롭게 저민 육식동물의 부라린 눈이라고 해주는 것이 그에 대한 느낌을 살리는데 저에겐 좋더군요. 아흑 이런 무식한 비유라니...ㅠㅠ

    그래서 김훈작가의 글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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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뭔지 알거같은 글........



    재미없음 절대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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