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2일 금요일

판타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눈도 아프겠다. 피곤도 쌓였겠다. 이불도 빤지 얼마되지 않아서 폭신폭신하겠다.

마냥 잤다. 마치 이 세상 시간과 싸움이라도 하듯 최선을 다해 잠을 청했다. 중간중간 잠깐씩 깼지만 또 잠을 청해서 꿈나라를 침공했다.

아기코끼리 댄스나 크레파스 병정 서핑은 볼 수 없었지만, 아주 오래 전, 대체 언젯적 꿈일지 모르는 옛꿈과 연합한 재미있는 세계를 쏘다녔다.

내 꿈의 로망은 공포물인 건가. -_-

적어도 4년은 지나버린 옛 꿈속에서 나는 이상한 동굴에 들어갔었다. 다른 사람들은 포기하고 등을 돌리던 위험한 동굴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쉬지 않고 그 속을 끝없이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여러 갈래의 폭포가 있고 물과 이끼가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곳까지 갔었다. 바위들은 인공으로 만든 계단처럼-어떻게 보면 게임 속의 지형처럼- 밟고 밟아서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다. 커다란 신전이 있었고, 그 뒤로 더 어려운 길이 늘어선 또 다른 동굴이 있다. 어느 누구도 오지 않은 지역에 이르렀을 때, 이곳이 세상 무엇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곳임을 느꼈다. 기분 좋은 꿈이었다.

오늘 새벽에 꾸었던 꿈은 전쟁이었다. 인간이 아닌 소수의 종족들과 전쟁을 벌였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다 군인일 수밖에 없었다. 적은 수가 적었지만 너무 강해서 자기 몸을 스스로 지켜야만 했다. 우리들은 모여서 수없이 총을 쏴대고 어디선가 우리를 지원하는 포탄들이 끊임없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내 동생놈이 너무 용감했다. 난 그게 불만이었다. 전세는 확실히 불리해서 뭉쳤다는 안도감에 젖어있다가는 적한테 죽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동생은 아군 속에 파묻혀 저 편 적에게 끊임없이 총탄을 퍼부었다. 같이 가자는 내 제안에 녀석이 저항한다. 이 세상 어디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말과 함께.

그 때 난 동굴을 떠올렸다. 완전히 잊고있었던 그 동굴이 오늘 새벽의 꿈 속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천안에서 어떤 산의 능선을 타고 죽 걷다가 너구리굴처럼 작은 구멍 안으로 들어가면 그 동굴이 나오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된다. 그래도 그곳 외의 안전한 지역은 없었다. 난 계속 동생에게 같이 갈 것을 권유했다. 동생은 거절했다. 난 삐져서 혼자 갔다.

가다보니 적들이 일부 지역들을 막고 있었다. 아군과 대치중이었던 적들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놈들이 이렇게 여러 지역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놈들과 상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발견할 때마다 요리조리 피했다. 그러다보니 아군지역으로 되돌아오는 꼴이 되었다. 엄청나게 마음 졸이며 걸었는데 다시 제 자리니까 서러웠다. ;ㅅ;

언덕 아래쪽으로 아군의 진형이 보인다. 지휘관 아저씨가 옆의 장교들과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때 모든 사람들이 일시에 멈췄다. 시간이 정지된 것이다. 그리고 적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천천히 다가와서 어려움 없이 지휘관 아저씨 옆까지 접근했다. 총으로 쏴 죽인다. 녀석이 자기 진형으로 돌아가니까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렀다. 저런 기술까지 있는데 어떻게 이겨! 난 언덕을 내려가자마자 내 동생을 구박해서 끌고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탈영이지만, 지금 목숨이 오가는데 그런 거 따질 수야 있나.

다시 동굴을 향하면서 별별 녀석을 다 만났다. 고교 동창, 대학 동창, 작가작가작가작가작가작가들들들들들에 출판사 직원까지. -_-

거의 대규모 집단이 되어서 동굴까지 가다가 잠에서 깼다. 간단하게 말했지만, 그 중간 과정이 정말 스릴 넘쳤다. 걸릴까 무서워서 몇 번을 떨었는지 모른다.

잠에서 깨고나니까 그 동굴을 찾아가고 싶다. 길은 외웠어!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7개:

  1. ..전 마지막주에 동원훈련인데.. 3주전부터 재입대 꿈을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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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끝부분의 '작가...들 출판사 직원' 부분에서 어쩔 수 없는 프로의식이..ㅋㅋ;

    근데 그 동굴, 정말 아름다울 거 같은데 길도 외우셨으니 담엔 저도 데꾸 가주세효~^^

    (제 특기: 주로 대형 기관총을 잘 쏨<ㅡ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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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감사합니다!(군대가 결성되고 있다!)



    정말 가보고싶긴 해요. 어릴 때 지나다녔던 산길인데, 지형이 묘하게 맞물려서 정말로 그런 동굴이 있을 것같은 기분이 들 정도거든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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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흐응~ 진짜로 한 번 가보시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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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비밀글// 정오에 전화 한 번 할게. 과연 그 시간대에 의식이 있을 지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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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비밀글// 라고 써놓고 내가 먼저 뻗으러 직행. 저녁 때 전화할게.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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