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선생님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때 물리선생님은 여자분이셨다. 예쁘지는 않았지만 밉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이다. 하지만 가냘픈 몸매에 늘 정장을 입으셔서 스타일로 인기를 얻는 분이셨다.

문제는 이 선생님의 다리.

이상할 정도로 종아리가 굵으셨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선배 때부터인 건 확실하다) 선생님의 별명은 '무선생님'이었다.

어느날 우리 반 녀석 중 한 명이 인상적인 물건 하나를 들고왔다. 그것은 싱싱한 '무우'였는데, 엄청나게 크고 줄기까지 고스란히 달려있었다. 용도야 뻔했다. 녀석은 그 커다란 무우를 교탁 안에 넣었다. 1교시는 물리시간이었다.

수업 시작 후 얼마되지 않아서 무선생님은 그것을 발견했다. 이게 뭐냐고 교탁에서 꺼냈을 때, 애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책 덮어. 쪽지시험이야."

같이 웃으면서 말씀하셨기에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로 선생님은 앞자리 애를 불러서 칠판에 문제를 적게했다.

20문제 짜리 쪽지시험은 순식간에 끝났다. 짝과 바꿔서 채점을 시키고 시험지를 모두 걷을 때까지도 수업종이 울리지 않았을 만큼 초 스피드로 진행된 시험이었다.

70점 이하는 앞으로 나와서 그 무우로 맞았다. 그 이후 누구도 교탁 안에 무우를 넣지 않았다.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6개:

  1. .....왜 이렇게 학창시절엔 짓궂은 애들이 많았을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선생 노릇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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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지만 그게 또 의외로 재밌어요.(선생 입장에서...)



    제가 가르치던 애들도 장난이 무척 심했었는데, 가끔 애들 생각할 때마다 저한테 장난쳤던 기억만 주로 떠오르더라고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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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 이거 보니 저도 하나 생각나네요.

    고 2땐가 담임선생님께서 4.1 만우절날에 장난치지 말랬는데[진지하게] 반 바꾸고 [몇 명] 한거 들켜서 각목으로 맞고 - _-;; 벌서는 도중에 왠 아이가 분위기 파악 못해서 시시덕거리다가 뺨 맞고...했었더랬죠. 무지 조용하고 착하고 좋은 선생님이셨는데 한 번 말 한걸 지키지 않으니 폭발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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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음? 무 들고온 학생이 남학생이었나요? 학생이랑 선생님 둘 다 센스 있으시네요. 저는 여학교만 다녀서 그런지 이런 (센스있는)장난을 본적이 없네요. 아주 음험하게... 신입 강사가 울면서 뛰쳐나가는 일도 있었죠. 여자애들이 사람을 심리적으로 피 말리게 하는데 뭔거 있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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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무우로 맞으면 아픕니까?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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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ㅋㅋㅋ; 남학교의 여선생님들... 존경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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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여학생들이 저 데리고 놀았던 기억으로 가장 인상깊었던게, 화이트 데이 때 갑자기 떼거지로 달려와서 "선생님, 안아주세요!"라 외치더군요. 놀라서 일단은 도망갔는데, 알고보니 일본어로 사탕이 '아나'라면서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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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무우 아파요... ;ㅅ;



    확실히 남학교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선생으로 버티시려면 보통 내공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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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제 아는 동생 반에서 있었던 일인데, 남고에 예쁜 여자 교생이 오셨답니다. 그래서 장난기가 발동한 애들이 미술 시간에 지점토로 크고 아름다운 버섯[...]을 만들어서 그 교생 시간에 교탁 위에 세워뒀대요. 교생이 들어오고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애들이 "선생님, 그거 버섯이예요. 낄낄." 하니까 교생이 입맛을 다시며 말하길 "어머, 맛있겠네."



    ...혀놀림에 애들이 다 쓰러졌댑니다.[...] 물론 그 후에 담임선생님한테 피떡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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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선생님의 콤플렉스를 건드리신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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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사탕은 '아메' 입니다. 아나는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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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화룡의숨결// ...



    내 이 지지배들을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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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무들고오신분은 70점 넘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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