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3일 수요일

[단편] 옆집 아이를 조심하세요 (3/3)

옆집 아이를 조심하세요(3/3)


나는 몸을 뒤척였다. 꿈결 속에서 그 부드러운 목소리가 또 들렸다.

“오빠아, 일어나. 아침이야아야아야아아아.”

“우우웅…….”

나는 또 한 번 몸을 뒤척였다. 조용해졌다. 그 정적을 행복이라고 여길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끄아아아악!”

난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일으켰다.

“와! 오빠! 오늘은 다섯 개야! 기록이다.”

눈곱을 통과하는 나의 시야 속으로 5개의 꼬부랑 털을 들고있는 희진이가 들어왔다. 난 외쳤다.

“종아리털 뽑지 말랬지!”

“잘못했어 오빠.”

“그렇게 웃으면서?”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희진이는 곧 2초 가량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뒤 다시 웃었다. 난 더 이상의 구박을 포기한 채 희진이가 내민 볼에 뽀뽀를 했다. 그러자 희진이는 잽싸게 몸을 일으키며 방을 나갔다. 옷을 갈아입으라는 무언의 명령이다. 내가 옷을 다 갈아입기도 전에 방안으로 들어온 희진이는 곧장 TV리모콘을 찾았다. 난 희진이가 리모콘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방을 나왔다. 일단 세수는 해야 하니까.

거실로 나오니, 둘째 누나와 셋째 누나, 그리고 희청이형이 신나게 떠들어대며 마당에서 복식탁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불쌍한 셋째 누나만 빼고는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난 세수를 마친 뒤, 방으로 들어왔다. 예상대로 희진이는 게임준비를 완료한 상황이었다.

'레지던트 이블 투!'

어젯밤에 희진이가 찾아와서 내밀었던 CD였다. 롤플레잉의 성격은 아주아주 쬐금만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희진이는 그것을 고집했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근에 느껴지는 건데 이 녀석의 취향이 점점 변한다. 아니, 어쩌면 원래 취향이 이건 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나에게 맞춰주었다가 은근슬쩍 내 취향 자체를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버리려는 음험한 음모. 희진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아이다.

“희진아. 너 말야…….”

난 오락을 하는 희진이에게 매뉴얼을 읽어주면서 슬쩍 말을 걸었다.

“응?”

“어제 너… 내 친구들한테…….”

“응? 아! 그 개떼들?”

“그래. 개떼… 아니, 바로 그거야. 오빠 친구들한테 개떼가 뭐냐?”

“잘못했어, 문영오빠.”

눈은 텔레비전을 보고, 입가는 미소를 띄우고, 손가락은 패드를 누르고, 발바닥은 통통거리고……. 도대체 ‘잘못했어, 문영오빠’라는 육성을 제외한 나머지에게서 잘못을 인정하는 무언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내가 화났다. 아니지. 드디어 내가 화난 것을 표현하는… 이른바 ‘화냈다’를 했다.

“에잇!”

난 과감하게 게임기의 코드를 뽑아버렸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희진이를 향해 외쳤다.

“그게 사과하는 태도야? 너무한 거 아냐? 자꾸 이런 식이면 앞으로 너 안 볼 거야!”

“…….”

희진이는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당연하다.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봤을 테니까. 희진이는 잠시 멍한 얼굴로 날 응시했다. 그리고 몇 번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뭔가 불안했다. 저 끄덕거림은 ‘그래. 난 정말 잘못했어. 나는 너무 못됐던 것이야. 반성해야지. 지금이라도 반성해야 앞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야.’보다, ‘그래. 넌 정말 겁이 없어. 나는 너무 순했던 것이야. 죽여놔야지. 지금이라도 죽여놔야 앞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야.’의 성격이 더 강했다. 난 뒤늦게 후회하며 돌아서는 희진이의 손을 잡았다.

“희, 희진아!”

탁!

희진이는 야멸치게 내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여전히 입을 다문 채 방을 나갔다. 난 곧바로 희진이의 뒤를 쫓는 대신 방안에서 이것저것 엎어버리며 분을 풀었다. 그리고 희진이에게 제대로 사과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 방문을 열었다. 희진이가 화를 내서 사과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어린애가 아닌가! 내가 지금 어린애를 상대로 왜 이렇게 화를 냈단 말인가! 정말로 희진이에게 미안했다. 난 진심 어린 사과를 가슴속에 담고 방을 나왔다.

“…….”

레지던트 이블 2의 세계가 여기로 나왔나? 세수하고 방에 들어갈 때까지 활기찼던 우리집이 갑자기 왜 이렇게 됐지? 고요했다. 음산한 바람이 내 주변을 휩쓸었다. 냉장고문과 욕실문과 기타 등등의 막힌 것을 개방하면 그곳에서 좀비가 우어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거실청소를 하던 엄마도, 소파에 앉아 책을 읽던 큰누나도, 히데의 사진을 파일에 붙이던 작은누나도, 탁구를 하던 3마리도……. 없었다. 몽땅 사라져 버렸다. 난 청각을 곤두세웠다. 무슨 일이냐! 지금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냐!

“저기다!”

청각을 곤두세운 덕에, 나는 보스룸을 찾을 수 있었다. 희진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곳은 옆집이었다. 나는 잽싸게 담으로 달려가서 옆집을 정탐했다.

“엉엉엉엉엉!”

“희진아, 울지마. 응? 그쳐, 뚝! 아줌마가 오빠를 막 혼내줄 테니까 걱정말고… 응?”

“아유! 남동생이라고 하나 있는 게 왜 그렇게 속이 좁지? 희진아, 걱정하지 마. 금방 와서 잘못했다고 빌 거야. 응? 그러니까 그만 울어.”

“기타등등…….”

그날 나는 굶었다.



한 달이 지났다. 성필이가 목숨 걸고 우리집에 왔다. 새로 출시된 격투게임 때문이었다. 성필이는 ‘버쳐 태켄 얼라이브’의 마니아였고, 그것의 신작을 꼬박꼬박 구입할 돈이 없었다. 나는 돈이 있었고, ‘버쳐 태켄 얼라이브’의 마니아가 아니었다. 성필이는 힘이 세고 집요했다.

“그건 얍삽이잖아!”

내가 외쳤다. 성필이는 앉아서 발질만 하는 괴상하고도 얄미운 기술로 승리하고 있었다. 그게 마니아라는 작자가 할 짓이냐! 성필이가 19연승을 했을 때, 난 결국 못 참고 실전 격투를 원했다. 힘이 세면 다냐?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마!

콰당탕!

게임기 앞에서 성필이의 목을 조르며 뒹굴기 시작했다. 곧 성필이가 우악스러운 힘을 앞세워 상황을 뒤집었다. 깔린 채로 손을 파닥거리던 나는 잽싸게 게임패드를 쥐고 전선으로 성필이의 목을 감았다. 마지막 반전을 위해서 성필이의 목을 조르는 순간에 문이 열렸다.

덜컥.

“뜨어어어어!”

희진이가 문지방에 선 채 입을 쩍 벌리고 비명을 질렀다. 우리가 서로를 죽이는 중이라고 착각해서 지른 비명이었을까? 아니었다. 희진이는 빨개진 얼굴로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문 옆 옷장 위에 놓여진 꽃병을 들었다. 그리고 던졌다.

“뭐야! 추잡해!”

추잡이라고? 어째서! 성필이와 난 그 한 마디에 상당히 당황했다. 성필이는 추잡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채 멍하니 있다가 꽃에 맞았고, 난 빠른 동작으로 회피했다가 병에 맞았다. 천장이 그래서 노랗구나.

“으음…….”

내가 깨어났을 때 희진이의 옆얼굴이 보였다. 생글거리고 있었다. 그 너머로 성필이의 턱이 보였다. 싱글거리고 있었다. 내가 신음하며 몸을 일으키자 희진이가 말했다.

“깼어 오빠? 미안해.”

날 돌아보지도 않고 있다. 생글거리고 있었다. 키패드를 열심히 누르고 있다. 싱글거리고 있었다. 둘은 지금 기절했던 나를 옆에 놔두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주둥이만 미안하면 다냐!

“왜… 왜 던진 거야, 꽃병을!”

목소리에 분노를 담았다. 하지만 희진이는 여전히 날 돌아보지 않고, 턱짓으로 성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이거랑 오빠가 섹스 준비하는 줄 알았어.”

이거가 놀라서 희진이를 돌아봤다가 게임에서 패배했다. 이거는 허망한 얼굴로 고개를 꺾었다. 34연패? 대체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거야! 난 외쳤다.

“뭔 소리야? 남자끼리 무슨 섹… 넌 제발 나이답게 살아! 그런 말은 애들이 하는 게 아냐! 아무튼 남자끼리 무슨 섹… 그런 말 쓰지 마! 응? 그러니까… 미치겠네. 뭐라고 말해야 돼?”

그제야 희진이가 날 돌아봤다.

“나도 알 건 다 알아. 저번에 ‘절애’를 보니까 남자끼리도 잘 하더만.”

“절애가 뭐야?”

“재미난 만화영화.”

“근데? 무슨 만화영화인데 그런 게 나와?”

“그게 주제야, 문영오빠. 근데 내가 문을 열었을 때 오빠랑 이게 똑같은 짓거리를 하더라고. 그래서 던진 거니까 봐줄 거지?”

“19금을 봤구나! 내가 지금 19다! 너 미쳤니? 게다가 우린 그냥 사심 없이… 성필이 넌 왜 물러나는 거야! 장난이었잖아!”

“아, 아니… 음……. 정말 장난이었지? 그치?”

“…….”

내 참을성에 한계가 왔다. 이제는… 이제는… 인생도 싫어졌다. 난 드디어 희진이에게 마지막 폭탄을 던졌다.

“희진아.”

“응? 백수오빠, 캐릭터 새로 고를 거야? 문영오빠는 말 계속해.”

“너 이제 내 방에 오지 마.”

그 순간 희진이의 손이 굳었다. 나는 말을 이었다.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척하지 마.”

희진이의 얼굴도 굳었다.

“앞으로 네가 우리집에 찾아오거나 날 아는 척하면 난 자취방 구해서 나갈 거야. 지금 당장 나가.”

희진이가 창백한 얼굴로 날 돌아봤다.

“정말?”

“정말.”

“그럼 뽀뽀는?”

“장난하냐?”

“나… 실연당한 거야, 문영오빠?”

“그래.”

“…….”

“…….”

“…….”

“…….”

“나 가슴 나왔는데 보여줄게.”

“나갓!”

난 희진이의 손에서 게임패드를 빼앗고, 완력으로 일으켜 내쫓았다. 잠긴 문 밖에서 희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괴로웠다.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다 못해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였다. 그래도 울음소리가 들렸다. 곁에서 성필이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주시했다. 그것이 더 싫어서 인상을 찌푸렸다. 눈도 감았다. 내 생활이 누군가에 의해서 흔들리는 것보다는 지금 잠깐 겪는 고통을 넘기는 것이 나으리라. 난 이를 악물고 희진이의 울음소리에 저항했다.

“어어엉… 문영오빠아…….”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다. 반성했을까? 어린아이인데 내가 너무 심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버텼다. 이제는 뭐가 잘못한 것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에 빠졌지만 버티고 또 버텼다. 그 이유는 자존심이었다. 내 곁에는 성필이가 있었다. 성필이에게 나 자신의 냉혹함을 보여주고만 싶었다. 하지만 희진이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건지 계속 울었다.

“우어어엉! 오빠…….”

마음이 점점 풀어졌다. 성필이도 내게 용서해주는 것이 어떻겠냐며 물었다. 결국 나는 지는 것인가. 내가 한숨을 쉬며 잠긴 문을 향해 누그러진 얼굴을 향하는 순간 희진이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엉엉엉. 오빠들 지금 그거하고 있지?”

“…….”

“…….”

“문영아. 난 집에 갈래.”

성필이가 나갔다. 열린 문틈으로 눈을 흘기는 희진이의 얼굴이 살짝 보였다. 덕분에 나는 더 독해질 수 있었다. 그 날 밤 희진이는 눈이 퉁퉁 부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난 끝까지 용서해주지 않았다.



한달 간 희진이와 나는 만나지 못했다. 그 한달 동안 나는 또 다른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공허함. 내 생활패턴이 원래대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것과 다른 생활에 이끌리는 것만 같았다.

“문영아.”

수업 중에 옆에서 유나가 속삭였다. 유나는 내 얼굴 앞에 영화표 2장을 흔들었다.

“볼 거지?”

“으응…….”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유나에게 흥미를 잃고 있음을 깨달았다. 유나의 얼굴이 예전처럼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 어쩌면 유나가 들고있는 영화표도 달갑게 여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오래 전부터 기대하던 영화여서 유나가 일부러 표를 끊었던 것 같은데, 감동은커녕 고맙지도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내 공허함은 허접이 되었다. 영화는 재미있었고 난 즐거워졌다. 유나와 함께 활짝 웃으며 극장을 나왔고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주점을 찾았다. 주점에서 레몬피처를 시킨 나는, 유나가 초청한 숨겨진 남자친구를 만나서 1시간 넘게 웃음꽃을 피웠다가 헤어졌다.

“그 따위 지문으로 끝낼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잖아! 그리고 웃음꽃이 아니라 쓴웃음꽃이라고!”

난 아무도 없는 야밤의 골목길을 외로이 걸으며 투덜댔다. 제기랄. 스피디한 실연을 당하고나니 희진이가 더 그리워졌다. 가로등만 희미하게 비추는 쓸쓸한 골목길이다. 곧 모퉁이를 돌면 우리집이 보일 것이다. 그 앞에 희진이가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쓰게 웃었다. 지금은 새벽 2시다, 류문영. 정신차려라. 난 현실로 돌아가서 모퉁이를 돌았다.

“어.”

기적이 일어났다. 그토록 그립던 작은 꼬마가 우리집 대문 앞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움찔하는 저 여린 어깨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숨을 죽인 듯, 울음이 섞인 듯 낮게 흘러나오는 저 목소리.

“문영 오빠…….”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해졌다. 등에 맨 쌕과 교복을 보니 바로 옆에 있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날 기다린 것 같았다. 왜! 나같은 놈한테 왜 그렇게까지 하니, 이 바보야. 울고싶었다. 하지만 그 감동을 감춘 채 난 무뚝뚝한 표정으로 희진이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가로등 아래서 울먹이는 희진이의 앞에 섰다.

“나… 많이 반성했어, 오빠. 그러니까 옛날처럼 같이 놀면 안 돼? 앞으로는 버릇없이 굴지 않을게.”

안아주고 싶었지만 안을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가진 감정은 또 다른 의미의 포옹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안 된다, 류문영! 미친 거냐! 첫사랑에 성공만 했어도 이만한 막내딸이 있을 거다! 이렇게 깜찍한 교복을 입은 꼬마애한테 입힌 교복이 깜찍해서 이렇다니. 교복이라니? 교복! 난 비명을 질렀다.

“으, 으악! 너 고등학생이었냐?”

“으응. 그래서 오빠한테 버릇없이 굴었던 거야. 나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늘 어린애 취급만 하니까 심통났었어.”

“그, 그럼… 내가 지금까지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고생한테 뽀뽀를 하고 있었단 말야?”

“…….”

희진이는 대답대신 배시시 웃었다. 하하하. 웃음만 나왔다. 어쩌란 말인가! 이제 내게 무슨 선택권이 있단 말인가! 꺼져라, 유나. 늙은게 큐티도 못한 주제에 남자도 숨겨? 희진이를 본받아! 이런 횡재가 일편단심도 한단 말이다! 난 미쳐가는 정신을 급히 바로잡고 웃었다.

“아하하하.”

“오빠… 용서해… 줄 거야?”

난 대답대신 희진이의 볼을 손끝으로 눌렀다.

“용서해 주는 거야?”

“용서는 무슨. 내가 미안해, 희진아.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는데 용기를 못냈을 뿐이야. 정말 미안해.”

“헤헤헤. 흑.”

희진이는 내 앞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흐느끼는 희진이의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얘는 고등학생이었지. 난 희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울지마. 정말 미안.”

“안 울어. 흐… 헤헤.”

희진이는 몸을 일으키며 눈과 볼에 가득했던 물기를 손바닥으로 지웠다. 그리고 작은 몸을 내게 날렸다. 아아, 비로소 징했다. 내가 지금 이성과 포옹하는 중이구나. 희진이는 아직도 물기가 남은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나… 대학가면 오빠랑 약혼해도 되는 거야?”

“응. 네 맘대로 해.”

진심이었다. 어쩌면 너보다 내가 더 안달일지도 모르는 걸?







에필로그

“나… 대학가면 오빠랑 약혼해도 되는 거야?”

“응. 네 맘대로 해.”

문영은 희진의 눈가에 맺힌 물기를 닦아주며 환히 웃었다. 가로등 아래서 둘은 다시 한 번 기쁨을 담고 포옹했다. 그 모습을 골목 모퉁이에서 몰래 지켜보던 문영의 둘째 누나가 코웃음을 쳤다.

“재들 웃긴다. 안 그래, 희청오빠?”

“뭐 귀엽잖아? 걱정할 것도 없고. 네가 올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하자. 그럼 끝이지 뭐.”

“알아 오빠. 그래서 하는 말이야. 후훗.”

웃음을 흘리는 문희의 입술을 희청의 입술이 가볍게 덮었다. 2개의 가로등이 각각의 연인을 비추며 이따금 깜빡거렸다. 희진이네 옥상에서 홀아비인 희진이 아빠와 문영이의 엄마가 서로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골목의 4명을 가소롭게 주시하는 좋은 밤이었다.

C'est Fin

레디 오스 성화 올림(거 참 힘드네... -_-;;)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