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4일 목요일

머리카락과 모가지

난 머리숱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머리카락이 남들보다 늦게 성장하는 편. 미용실 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헤어스타일을 내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언제부터 미용실에 갔었는 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는 미용실 가는 것을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쪽팔려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미용실도 가고 여자목욕탕도 가... 고싶다.(;ㅁ;)

그 결과 나는 늘 장발족이다. 미용실을 자주 가지 않아서다. 그러다 때가 되면 가차없이 벅벅 잘라서 '애인과 무슨 일 있니?'라는 말을 듣거나, 애인마마에게 '너 나한테 불만있니?' 소리를 듣곤 하지만, 이 패턴은 현재까지 불변한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것중 제일 큰 부분이 모가지의 고통이다.

'머리카락이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느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무거운가 보다. 장발족이 되면 여지없이 내 모가지는 통증을 호소하며 잠조차 못자게 만든다. 머리를 저을 때마다 목뼈는 '뚜두둑!'소리를 내며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 통증은 얼마 후 어깨로 옮겨간다. 팔을 저어도 '뚜두둑' 길을 걷다 상반신이 너무 흔들려도 '뚜두둑'. 손마디를 자주 꺾으면 마디가 굵어진다고 했던가? 분명 10년 후의 내 상반신뼈는 다 통뼈가 될 것이다.(뼈들의 합체인 건가!)

단발일 때는 목의 통증이 미약하다. 그래서 상쾌하다. 그러나 나는 미용실에 자주 가지 않는다. 귀차니즘도 있지만 외모와 관련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부르스 윌리스가 내 숨겨진 아버지라고 착각할 만큼 세부적 헤어스타일이 비슷한 나로서는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내 손바닥놈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고 꼬박꼬박 머리를 뒤로 넘긴다. 그렇게 넘길 때마다 내 고개는 뒤로 젖혀지고, 모가지는 '뚜두둑' 소리를 낸다.

머리카락과 모가지. 지금 나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상황에 놓여있다. 남자답지 않게 가녀린 모가지를 볼 때마다 내 손으로 '또깍?' 꺾어버리고 싶은 욕구가 든다. 왜 이렇게 내 모가지는 약할까. 만약 영화배우가 됐다면 모든 감독들이 나를 보초 배역으로 캐스팅하겠지? 주인공에게 모가지가 또깍 꺾이는 역할로...(진짜 꺾일 지도 모른다고!)

어쩔까나. 내 손에는 미용실에 갈 비용이 쥐어져 있다. 갈까? 가서 가차없이 시원한 여름을 맞이할까? 내 모가지를 위해 이 돈을 쓸까!

담배갑을 열었다. 12개비.

미용실은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모가지가 뚜둑거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담배가 떨어지는 건 못참으니까.

언제나 내 행동을 결정하는 놈은 선택의 갈림길이 아니라 그 길 앞에 놓여진 동전 하나다. -_-

이 즉흥적인 삶에 가끔은 회의를 느낀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주제는 담배냐? -_-

댓글 4개:

  1. 저는 어제 결국 머리를 자르고 왔습니다. 그나저나 장발이 되면 여름에 지옥이긴 지옥이라고 하더군요. 무거워서 머리가 뻐근하다고도 하고-_-;

    답글삭제
  2. 지금 제 머리가 좀 깁니다. (...) 머리카락 한번 털 때마다 사뿐히 내려앉는 열기에 땀이 주르륵. (...)

    답글삭제
  3. 로오나경... 댁의 글을 읽고 적은 겁니다. 케케케! >ㅁ<



    마로야! 걱정하지 마! 네 목은... 두껍잖아.

    답글삭제
  4. 흑, 목이야 탄탄한데 열기가 싫어요. Orz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