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8일 금요일

어긋남은 있어도 틀리지는 않았다.

지금도 레디 오스 성화

세상에 불만은 없다.

불만이 있다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를 고쳐야 한다. 내가 세상의 일원이니까 별 수 있나.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남에게 뭔가를 원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세상에게 뭔가를 원하지만 않으면 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를 고쳐야 한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해탈과정을 거쳐 부처님이 되신 뒤 좋은 불당 하나 찾아가라고? 미쳤냐? 그나마 십자가에 못박힌 채 대량생산되는 예수님보다야 낫겠지만, 오십보 백보지. 내가 왜 태어났는데.

나를 고쳐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내 힘으로 얻어내서 원하는 것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한 걸음이다. 남에게 뭔가를 원한다면 나를 고쳐서 남이 그것을 주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냥 달라고 찡찡대고 투덜대면 걔가 주나? "한 번만 주라, 응?"이라며 애원하는 섹스구걸도 아니고, 인생을 이루어가는 보석인데 그걸 그냥 주나? 누런 이빨 드러내며 손바닥 벌리는 사람만 거지가 아니다. 남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그래야 내가 행복하고 사회가 안녕한다."라고 행동방식을 구걸하는 것도 상당한 거지다. 카악 퉤. 일을 하라고, 일을! 남이 그걸 하기를 바라면 그걸 하게끔 만들라고.

눈깔 빛내며 "호오. 당신은 그곳에 있습니까?"라고 묻지 마라. 날 흡수해서 어쩔 건데? 내가 당신이 원하는 행동양식을 따라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의 미래를 결정하고 싶은 당신의 계획 속에는 내 모든 미래가 확고하게 자리잡힌 거냐? 그저 맡길까? 왜 날 낳지 않았지? 나에게 그것을 강요하기 이전에 했어야 할 일을 잊고 있군. 아직 내 머리통엔 자네가 만든 칩이 박혀있지 않아.

나에 대한 걱정은 너무도 고맙다. 하지만 내가 뭘 해도 당신은 나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나에게 존재하고 있다면, 당신은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내가 널 만들었어. 오냐. 머리를 숙여주마. 감사합니다, 마스터. 이제는 제 앞에서 칼 들고 얼쩡거리는 저 꼬마에게 내가 아버지라고 밝혀도 되겠습니까?

나도 사람이니까 어긋남은 있겠지. 하지만 내 길은 틀리지 않다. 틀렸다고 해도 내 잘못이다. 남이 지시하는 길을 따라가서 틀린 삶을 살았다면, 나의 끝은 누군가를 향한 원망이 될 것이다. 그러고싶지 않다. 누군가를 원망하고싶지 않다. 원망 또한 남을 향한 강요가 아닌가. 내가 싫은 걸 남에게 하고싶지 않다.

작가들 힘들다고? 요즘 출판계가 극악이라고? 그래 맞다. 극악이다. 그런데 어쩌라고? 힘드니까 직업 바꾸라고? 옛날 생각하는 건 정말 싫지만, 옛 얘기 하나 꺼내보자. 나 고등학교 때 이과 선택했다. 국어 디따 잘하고 미대를 목표로 하는 놈이 이과를 선택했다. 왜냐고? 먹고 살기엔 이과가 낫다고 하니까. 그런데 요즘 그렇던가? 이렇게 오래 살고도 세상이 돌고 돈다는 거 아직 모르겠나?

세상은 언제나 바뀐다. 주기가 있다. 그 주기에 휘말려서 성공하는 사람이 있지만, 묘하게 그 주기를 잘못 따라서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확실한 건 그 따위 주기를 무시한 채 항상 그곳에 있는 사람은 절망할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때가 왔을 때 그곳에 있어야 한다. 뭐 잘된다고 거기가서 깔짝대고, 뭐 안된다고 잽싸게 도망가는 것보다야 낫다고 본다. 누가 뭐라고 하건 난 여기에 있다.

난 세상에 바라는 게 없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얻겠다. 넌 내가 바라는 것을 몰라도 된다. 주게끔 만들겠다.

그러니 제발 나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칭얼대지 마라. 구걸하지 마라. 한두 푼 줄 수는 있겠지만, 내 인생을 줄 수는 없다. 게다가 넌 절실하게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잖아? 잊고있나본데 난 레디 오스 성화라는 필명으로 창작을 하고 있는 창작가라고! 내가 죽기 전까지 좀 더 많은 세상을 알고싶고 좀 더 많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창작가란 말이다. 난 신문기자도 아니고, 만평가도 아니고, 만화가도 아니고, 소설가도 아니고, 게임제작자도 아니고 그저 창작가란 말이다. 나의 한계를 네가 정하지 말아라. 어제의 한계와 지금의 한계는 너만 아는 게 아니라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1초 후의 내 한계는 나도 몰라. 네가 날 알아?

나의 어긋남을 갖고 미래를 보지 말아라. 어긋난 길을 바로 잡는 것도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틀리지 않은 길을 보고 있는 건 나 밖에 없으니까.

레디 오스 성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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