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시작
잘못된 정보가 있습니다. 대여점 문제는 대여점 때문에 생겼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처음부터 얘기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긴 얘기가 될 것 같으니 어지간하면 간단히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어지는 내용
우리나라 대중창작계는 2개의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판매시장이고 또 하나는 대여시장입니다. 이 둘은 마치 바이오 리듬처럼 주기를 만들면서 떨어지고 겹치고를 반복하죠. 대여시장이 최근에 나타난 시장으로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소위 '만화가게'라고 불리는 대본소를 통하여 '대여시장'이 발전했고, 서점과 문구점을 통해서 '판매시장'이 발전했습니다.
만화가 유통된 과정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표적인 대여시장이 대본소였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 '불청객 시리즈' '무당거미 시리즈' '슈퍼스타 시리즈'등 어른들이 알고있는 다수의 만화들은 대부분 대여시장을 통해 공급되었습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소케트군' '꺼벙이' '심똘이' '소년007'등 판매시장을 통한 만화들이 독자들을 이끌었습니다. 판매시장을 형성한 만화들은 주로 소년지 신문에 연재가 되거나 소년중앙, 어깨동무와 같은 잡지 연재작품들이었습니다. 이 둘은 서로의 영역을 강하게 침범하는 일이 없었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했죠. 다이나믹 콩콩 시리즈같은 해적판 만화들이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고, 현재의 무가지처럼 풍선껌의 별책부록으로 만화가 유통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도서 대여점이 생겼을 때도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은 서로의 영역을 크게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대여점이나 대본소의 입장에서는 판매시장이 지니고있는 고퀄리티 작품들을 흡수하고 싶었지만, 판매시장의 출판사들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 진행과정에서 양쪽 모두 커다란 전환점이자 전성기 시절을 맞이했습니다.
먼저 판매시장과 대여시장 모두를 이용했던 다이나믹 콩콩 시리즈의 해적판 만화가 대여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좀 더 고급의 질로 출간된 해적판 만화는 '방의표가 주인공인 도시의 욕망(시티헌터)'나 '대야망/대룡' 등등의 뛰어난 일본작품들로 대여점의 호황기를 이끌었습니다. 이 때 제법 많은 대본소가 등장하여 만화가게의 포화상태를 만들었죠.
그것이 사그라들 즈음에는 판매시장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좀 더 강력한 변화였습니다. 500원짜리 소책자로 출간된 해적판 페이퍼백은 단숨에 판매시장을 휩쓸며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이제까지 대본소를 중심으로 만화를 접하던 독자들은 컬렉션이라는 개념을 깨우쳤고, 한국 만화계에 본격적인 판매시장의 붐을 일으켰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서 라이센스판 일본만화가 국내에 유입됐습니다. 판매시장의 흐름을 끊지 않고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이 발전이 대여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는 유래없는 만화계의 전성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의 균형이 깨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깨질 수가 없었습니다. 판매시장을 장악한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대여시장이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대여시장에 관여하는 출판사는 판매시장을 침범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 균형이 깨지게 된 것은 IMF때입니다.
대여시장은 이제까지 겪지 못했던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했습니다. 반면에 판매시장은 조금씩 부진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구매능력을 갖췄던 독자들이 IMF의 몸사리기에 동참하면서 대여시장을 찾기 시작해서입니다. 덧붙여서 일에 쫓기던 분들이 여유시간을 얻고 책으로 눈을 돌렸는데, 하필 가까운 곳에 대여점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급속도로 진행되었으며 게임방이 성행하기 직전의 여백기간동안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판매시장의 부진과 대여시장의 호황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출판계의 암흑기를 초래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대여시장이 가장 원하던 것. 바로 판매시장을 장악한 출판사들이 대여시장에 뛰어든 것입니다. 판매시장을 장악한 출판사들은 대여시장까지 먹어버릴 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시장구조를 조금이라도 알고있었다면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론은 되려 먹혔습니다.
시장구조의 관건은 구매층의 발길을 조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대여시장의 장점이 '값싸고 편하다'라면, 판매시장의 장점은 '좋고 내꺼다'입니다. 서로가 맞물리며 균형을 이루던 와중에, 판매시장이 대여시장을 먹기 위해서 '좋고'의 독점을 포기했습니다. '좋고 값싸고 편하다'의 대여시장과 '좋고 내꺼다'. 결론은 '값싸고 편하다'와 '내꺼다'의 대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먹히는 게 당연합니다.
이러한 시장구조와 관계없이 결론적으로 판매시장 쪽의 출판사는 대여시장도 장악한 꼴이 되었습니다. 시장구조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이익을 챙긴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출판사의 전략이 성공한 것 같지만, 멀리 보면 앞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근시안적 대책이 된 셈입니다.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이 통합됨으로 인해서 벌어진 문제는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결론은 현재의 대여점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판매시장을 다스리던 메이저 출판사라는 것입니다.
그 이후의 과정을 볼까요?
대여점 문제가 불거질 때, 화두에 오른 것은 '대여점이 나쁘다'가 대세였습니다. 또는 '정부가 나쁘다'도 있습니다. 출판사가 중심화두에 올라온 적은 별로 없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마운 진행이죠. 덕분에 출판사는 시장위기를 핑계로 작가에게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판사의 권한, 그것도 메이저 출판사의 권한이 강화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옛 일 말하면서 불평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앞으로가 문제죠. 제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단추가 어디서부터 잘못 끼워졌는 지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맞추기 위해서는 제대로 맞춰진 단추의 위치가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만화가 유통된 과정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표적인 대여시장이 대본소였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 '불청객 시리즈' '무당거미 시리즈' '슈퍼스타 시리즈'등 어른들이 알고있는 다수의 만화들은 대부분 대여시장을 통해 공급되었습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소케트군' '꺼벙이' '심똘이' '소년007'등 판매시장을 통한 만화들이 독자들을 이끌었습니다. 판매시장을 형성한 만화들은 주로 소년지 신문에 연재가 되거나 소년중앙, 어깨동무와 같은 잡지 연재작품들이었습니다. 이 둘은 서로의 영역을 강하게 침범하는 일이 없었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했죠. 다이나믹 콩콩 시리즈같은 해적판 만화들이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고, 현재의 무가지처럼 풍선껌의 별책부록으로 만화가 유통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도서 대여점이 생겼을 때도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은 서로의 영역을 크게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대여점이나 대본소의 입장에서는 판매시장이 지니고있는 고퀄리티 작품들을 흡수하고 싶었지만, 판매시장의 출판사들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 진행과정에서 양쪽 모두 커다란 전환점이자 전성기 시절을 맞이했습니다.
먼저 판매시장과 대여시장 모두를 이용했던 다이나믹 콩콩 시리즈의 해적판 만화가 대여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좀 더 고급의 질로 출간된 해적판 만화는 '방의표가 주인공인 도시의 욕망(시티헌터)'나 '대야망/대룡' 등등의 뛰어난 일본작품들로 대여점의 호황기를 이끌었습니다. 이 때 제법 많은 대본소가 등장하여 만화가게의 포화상태를 만들었죠.
그것이 사그라들 즈음에는 판매시장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좀 더 강력한 변화였습니다. 500원짜리 소책자로 출간된 해적판 페이퍼백은 단숨에 판매시장을 휩쓸며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이제까지 대본소를 중심으로 만화를 접하던 독자들은 컬렉션이라는 개념을 깨우쳤고, 한국 만화계에 본격적인 판매시장의 붐을 일으켰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서 라이센스판 일본만화가 국내에 유입됐습니다. 판매시장의 흐름을 끊지 않고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이 발전이 대여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는 유래없는 만화계의 전성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의 균형이 깨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깨질 수가 없었습니다. 판매시장을 장악한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대여시장이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대여시장에 관여하는 출판사는 판매시장을 침범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 균형이 깨지게 된 것은 IMF때입니다.
대여시장은 이제까지 겪지 못했던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했습니다. 반면에 판매시장은 조금씩 부진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구매능력을 갖췄던 독자들이 IMF의 몸사리기에 동참하면서 대여시장을 찾기 시작해서입니다. 덧붙여서 일에 쫓기던 분들이 여유시간을 얻고 책으로 눈을 돌렸는데, 하필 가까운 곳에 대여점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급속도로 진행되었으며 게임방이 성행하기 직전의 여백기간동안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판매시장의 부진과 대여시장의 호황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출판계의 암흑기를 초래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대여시장이 가장 원하던 것. 바로 판매시장을 장악한 출판사들이 대여시장에 뛰어든 것입니다. 판매시장을 장악한 출판사들은 대여시장까지 먹어버릴 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시장구조를 조금이라도 알고있었다면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론은 되려 먹혔습니다.
시장구조의 관건은 구매층의 발길을 조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대여시장의 장점이 '값싸고 편하다'라면, 판매시장의 장점은 '좋고 내꺼다'입니다. 서로가 맞물리며 균형을 이루던 와중에, 판매시장이 대여시장을 먹기 위해서 '좋고'의 독점을 포기했습니다. '좋고 값싸고 편하다'의 대여시장과 '좋고 내꺼다'. 결론은 '값싸고 편하다'와 '내꺼다'의 대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먹히는 게 당연합니다.
이러한 시장구조와 관계없이 결론적으로 판매시장 쪽의 출판사는 대여시장도 장악한 꼴이 되었습니다. 시장구조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이익을 챙긴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출판사의 전략이 성공한 것 같지만, 멀리 보면 앞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근시안적 대책이 된 셈입니다.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이 통합됨으로 인해서 벌어진 문제는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결론은 현재의 대여점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판매시장을 다스리던 메이저 출판사라는 것입니다.
그 이후의 과정을 볼까요?
대여점 문제가 불거질 때, 화두에 오른 것은 '대여점이 나쁘다'가 대세였습니다. 또는 '정부가 나쁘다'도 있습니다. 출판사가 중심화두에 올라온 적은 별로 없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마운 진행이죠. 덕분에 출판사는 시장위기를 핑계로 작가에게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판사의 권한, 그것도 메이저 출판사의 권한이 강화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옛 일 말하면서 불평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앞으로가 문제죠. 제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단추가 어디서부터 잘못 끼워졌는 지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맞추기 위해서는 제대로 맞춰진 단추의 위치가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trackback from: 허생전 패러디! 레디옹전.
답글삭제레디오스님이 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허락을 해 주신 통에 때는 이 때다 하고 올리기로 했다. 근데 레디오스님..ㄱ- 이 심야에 깨어계시는구나. 학설에 의하면 달 아래서 사람의 이성이 약화되고 감수성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밤에 깨어있는 것은 숙명이 아닐까? 물론 난 피씨방 야간알바 대타 서 주느라 깨어있는 거지만..-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