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내게 향한 채 침대에 눕는다. 시트에 닿은 몸에 땀이 맺히면 몸을 돌려 선풍기 바람을 쐬게 한다. 딩굴댕굴 딩굴댕굴 만물의 영장은 끝없이 구르고, 미물은 그저 바람만 뿌린다. 이 더위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황용은 여전히 홍칠공에게 수작을 부리고, 곽정은 변함없이 어리버리하다. 몇 번째 다시 보는 영웅문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음 편을 보지 않으면 못참게 만든다. 스토리는 둘째 치고 황용 때문에 다음을 안 볼 수가 없다. 조인은 왜 이렇게 귀엽냐고!(사길 잘했다. ㅠ_ㅜ)
이어지는 내용
의지력이 약해서일지 모르겠으나, 심하게 더우면 무쟈게 글이 안써진다. 그럴 때는 만화책, 소설책을 읽거나 비디오를 본다. 우리 동네 비디오 대여점은 재미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제일 처음으로 비디오를 대여할 때 집문서와 신분증을 가져와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 동네 특성상 빌리고도 안 갖다주는 집이 많다나? 그래서 난 비디오 대여점을 이용하지 못한다.(내 동생의 명의로 되어 있는 집문서인데, 신문기자인 내 동생은 대여점이 문을 닫을 시간에만 집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아예 안들어온다. 최근엔 아예 다른 집으로 떠나버렸다.)
남은 것은 내가 그동안 구입해놓았던 비디오들. 하나같이 수작들이라서 다시 보더라도 재미있다. 이 더위에 영웅문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면서도 더위 자체를 깜빡깜빡 잊을 정도였으니. 게다가 마침 쓰고있는 글이 무협소설이기 때문에 한참을 보고 있으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난 반 오마주 성격이 강해서 어떤 작품을 봤을 때, 그에 반하는 아이디어를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특히 개연성과 우연성이 심하게 등장하면 그것에 개연성과 우연성을 부여하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어쩌면 난 반골일 지도... -_-)
루비가 내게 달려와 꼬리를 친다. 뭔가 원하는 게 있다. 밥을 줘도 도리돌 물을 줘도 도리돌이다. 간식을 주면 잠시 물었다가 '사실은 이게 아니었어'라며 날 야린다.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난 버티고 그 놈도 버티는데, 자고로 개라는 존재는 주인 앞에서 버티는 것이 필수 직업이다. 9편까지 보고나서 새벽 산책을 하고 샤워하고 10편을 꺼낸 채 고민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니 온몸이 땀 천지다. 더운 여름. 선풍기가 하소연을 한다. '너도 알잖아. 헤드뱅을 계속하면 뒷목이 뻐근하고 열이 올라.' 선풍기의 더운 바람을 외면한 채 샤워를 했다. 좀처럼 꺼내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앗! 미지근해!"
어쩌면 이렇게 더울까. 이 더위를 종식시킬 방법은 없을까?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각종 소설이 경고했다.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 나를 변화시키자. 더위를 인식하지 않으면 되겠지. 내 정신상태를 변질시켜 이 더위 자체를 인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빌어먹을.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가 떨어졌다. oTL
뒤늦게 확인한 건 샴페인. 영원히 없을 집들이를 위해 미리 구입했던 고급 샴페인이다.(난 지금껏 이게 와인인 줄 알았다) 뚜껑을 열고 샴페인잔에 따랐다. 과일냄새를 음미하며 한모금 들이켰다. 아! 이 맛이야!
계속 마셨다.
2/3병을 마신 뒤 샴페인을 뚜껑으로 막고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주량이... 주량이... 내 정신상태를 변질시키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 덥다. oTL
에어컨을 샀다는 아울이가 부럽다. 안되겠다. 아울이는 중년남자'만' 좋아하니까 꼬셔서 걔 집 가서 살아야지. 엇! 취한 건가? 크하하, 불어라 봄바람! 더위야 다 덤벼라! 내 친구들 집에는 에어컨이 있다! 엇! 미친 건가?
내 뒤에서 10편이 부른다. 어흑. 주인이 장지림옆에 바짝 붙어서 손가락질을 한다. 빨리 책장에 꽂아두고 샤워하러 가야겠다.
더운 여름.
빨리 시원하게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주변의 친구들 글에서 짜증이 흘러나오고 있다. 짜증이 지구침공을 시작하고 있다. 비가 쏟아지고 더위가 도망가면 친구들의 글은 짜증을 벗어나 그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해 관대함을 보일 것이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비디오라...고무인간의 저주(제목이 이게 맞던가?;)가 생각나는군요...
답글삭제그나저나 이쪽 동네는 어제부터 시원해져서 에어컨은커녕 지금시간엔 선풍기조차 안틀어도 땀이 안날 정도.....(염장입니다아~퍽)
목요일쯤에는 비가 내린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저는 덥지가 않으니...후후후.
답글삭제조인이 아니라 주인이겠지. -_-; 하려다가 밑에 주인과 장지림이라고 써놓은걸 보고, 오호라, 위에 나온 오타는 더위가 손가락을 삐끗스럽게 해놓은 것이구려. 라고 생각했지롱.
답글삭제동생분 명의라 해도, 거소지가 그곳으로 되어 있는 주민등록등본 한 통이면 될 듯합니다. 주소를 잠시 옮기면 돼요.[....]
답글삭제흠.... 더우시군요... 저는 집에서 요가합니다만.. 선풍기조차 안틀어요 ㅋ 무협소설 집필중이시군요... 코스모스는 윤년기념 연재 하실건지...(전 아직 코스모스가 무협이라는 걸 안믿어요!!)
답글삭제덤디 더워서 똥꼬에 땀띠 날것같아 두려움...
답글삭제정말 덥죠, 비좀 내렸으면 좋겠어요. 전에도 왔었는데 왜 링크를 안가져갔었지.. 링크신고합니다 :)
답글삭제사아기// 고무인간의 최후도 레어품이라고요. 피터 잭슨의 데뷔작이니만큼... ^^
답글삭제좀비君// 휴. 좀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좋겠어요. ;ㅁ;
가엘// 맞아, 주인. 아, 더워. ㅠ_ㅜ
박군// 제 거주지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요. 친형이 제 명의로 빚진 금액이 억대거든요. ㅠ_ㅜ
82828// 윤년이... 오면...(과연? -_-)
오시// 더워도 체통을 지켜라. 덥다고 똥꼬를 내놓고 다니다니! BB탄에 맞아서 치질 걸린 정도로 끝난 것도 다행이다. -레디오스님이 오시님의 댓글 반격을 차단하셨습니다.
세닐리아// 정말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ㅠ_ㅜ
오빠, 나는 중년남자'만' 싫어하는 내 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어. ^^
답글삭제중년임을 고백한 건 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까요 -_-; (헉;)
답글삭제아울// 자룡이를 마따다미로 유혹해서 방생해 버린다고 협박...
답글삭제마로// 다들 중년을 맞이할 때가 됐거든. 근데 넌 예외인 줄 아니? -_-
아직 15년 남았는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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