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내용
36살이 된 지금, 나는 차도를 관통할 때마다 손을 든다. 예전처럼 '저요 저요!' 외치며 선생님이 날 찍어주길 바라는 아이처럼 바짝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을 든다. 손바닥을 곧게 세우고 차를 향해 뻗으며 '제가 지나갑니다. 주의해 주세요.'라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한다. 내가 뻗은 손바닥의 높이는 '건널목을 지날 때 손을 드세요'라고 배웠을 때의 어린 내가 손을 번쩍 치켜든 높이와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어른의 손높이를 따라갔어야 하는 이유는 어른의 세상을 보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안아달라고 보챌 때 왜 손을 머리 위로 뻗을까. 당신의 높이에 다가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것은 아이들의 욕구에 앞서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이루어놓은 고도의 세계 속에서 아이들이 적응하기를 바랐다. 교육은 그런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무엇을 위해 손을 높이 들어야 할까?
나는 손을 높게 치켜들 때가 있다. 건널목을 지나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오른손이 높게 하늘로 향한다. 그럴 때는 언제나 내 손가락 사이에 담배가 끼워져있다. 연기는 하늘로 비상하거나 바람에 흐트러진다. 행여나 연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기라도 하면 나는 깜짝 놀라며 손을 흔든다. 오레오레오레오레. 예이. -_-
담배를 피우며 보행하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겼는 지 모른다. 어느새 나의 코와 눈은 담배연기에 적응되어, 공기의 일면처럼 '당연히 있으니 관심가질 필요가 없는' 존재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다른 담배를-그것도 독한 담배를- 피우며 내 곁을 지나갔을 때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담배연기는 존재하고 그것은 다른 사람의 목구멍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나는 손을 높이 드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어린아이나, 아이를 업고있는 아주머니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오레오레오레오레. 예이. 물론 이 행동이 남의 시선을 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눈에 안띄게 손을 들지만 그게 되나! 가끔은 이런 날보며 가볍게 웃는 사람들도 있다. 진지한 얼굴로 보행하면서 손을 휘젓는 녀석이 정상처럼 보이긴 어렵다. -_-
생각해봤다. 나는 지금 아이들의 높이를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걷는 이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만이 아니었다. 내가 손을 드는 이유는 아이들의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정화조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볼을 부풀린 채 숨을 멈추고 걸음을 빨리하던 내가 기억난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트럭을 지나보낸 뒤 길게 한숨을 쉬었다가 자지러진다. 냄새가 내 몸을 꼬옥 끌어안고 버티다가 숨을 쉬자마자 아싸하며 달려들곤 했기 때문이다. 내가 정화조 트럭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담배연기가 싫다고해서 숨을 꼭 틀어막고 지나가봤자, 그 연기는 정화조 트럭의 그것처럼 꼭 붙잡고 따라다니리라. 내가 숨을 멈춰야 한다. 담배연기를 뿜을 타이밍이 되었건만 곁에 사람이 지날 때! 그럴 때는 언제나 입술을 악다물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길게 한숨을 뿜듯 담배연기를 배출한다.
손을 들고 건널목을 지나는 어린 아이들과 담배가 들린 손을 들고 건널목을 지나는 내가 마주쳤다. 아이는 나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지나쳤지만, 나는 아이를 보고 웃었다. 너와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건널목 앞에 세워진 하얀색 자동차의 운전사를 봤다. 나를 보고 미소짓더라.
더운 날. 해가 지고 어둠이 슬며시 깔린다. 담배를 사고 집에 돌아온 나는 창 밖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음미하고 있다. 듣기 좋은 소란은 내 손가락의 자판소리에 맞춰 밤을 맞이한다. 곧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자동차의 바람소리만 요란스레 울릴 것이다. 기분 좋게 두드릴 내 자판소리도 요란스레 울리기를 바란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어릴 때부터 어른의 손높이를 따라갔어야 하는 이유는 어른의 세상을 보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안아달라고 보챌 때 왜 손을 머리 위로 뻗을까. 당신의 높이에 다가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것은 아이들의 욕구에 앞서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이루어놓은 고도의 세계 속에서 아이들이 적응하기를 바랐다. 교육은 그런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무엇을 위해 손을 높이 들어야 할까?
나는 손을 높게 치켜들 때가 있다. 건널목을 지나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오른손이 높게 하늘로 향한다. 그럴 때는 언제나 내 손가락 사이에 담배가 끼워져있다. 연기는 하늘로 비상하거나 바람에 흐트러진다. 행여나 연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기라도 하면 나는 깜짝 놀라며 손을 흔든다. 오레오레오레오레. 예이. -_-
담배를 피우며 보행하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겼는 지 모른다. 어느새 나의 코와 눈은 담배연기에 적응되어, 공기의 일면처럼 '당연히 있으니 관심가질 필요가 없는' 존재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다른 담배를-그것도 독한 담배를- 피우며 내 곁을 지나갔을 때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담배연기는 존재하고 그것은 다른 사람의 목구멍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나는 손을 높이 드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어린아이나, 아이를 업고있는 아주머니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오레오레오레오레. 예이. 물론 이 행동이 남의 시선을 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눈에 안띄게 손을 들지만 그게 되나! 가끔은 이런 날보며 가볍게 웃는 사람들도 있다. 진지한 얼굴로 보행하면서 손을 휘젓는 녀석이 정상처럼 보이긴 어렵다. -_-
생각해봤다. 나는 지금 아이들의 높이를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걷는 이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만이 아니었다. 내가 손을 드는 이유는 아이들의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정화조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볼을 부풀린 채 숨을 멈추고 걸음을 빨리하던 내가 기억난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트럭을 지나보낸 뒤 길게 한숨을 쉬었다가 자지러진다. 냄새가 내 몸을 꼬옥 끌어안고 버티다가 숨을 쉬자마자 아싸하며 달려들곤 했기 때문이다. 내가 정화조 트럭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담배연기가 싫다고해서 숨을 꼭 틀어막고 지나가봤자, 그 연기는 정화조 트럭의 그것처럼 꼭 붙잡고 따라다니리라. 내가 숨을 멈춰야 한다. 담배연기를 뿜을 타이밍이 되었건만 곁에 사람이 지날 때! 그럴 때는 언제나 입술을 악다물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길게 한숨을 뿜듯 담배연기를 배출한다.
손을 들고 건널목을 지나는 어린 아이들과 담배가 들린 손을 들고 건널목을 지나는 내가 마주쳤다. 아이는 나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지나쳤지만, 나는 아이를 보고 웃었다. 너와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건널목 앞에 세워진 하얀색 자동차의 운전사를 봤다. 나를 보고 미소짓더라.
더운 날. 해가 지고 어둠이 슬며시 깔린다. 담배를 사고 집에 돌아온 나는 창 밖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음미하고 있다. 듣기 좋은 소란은 내 손가락의 자판소리에 맞춰 밤을 맞이한다. 곧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자동차의 바람소리만 요란스레 울릴 것이다. 기분 좋게 두드릴 내 자판소리도 요란스레 울리기를 바란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저는 앞을 가리키면서 건넙니다. 서양식이래요. [...]
답글삭제정화조 트럭 옆에서 숨을 참고 지나간다라. 전 담배 피는 사람 옆을...(먼산)
답글삭제사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중에서 남을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남을 조금이라도 배려해준다면, 남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고 지나가지는 않을 터인데. 그런 점에서 레디오스님은 좋은 분이시군요.
음. 신호등 딸린 횡단보도에선 그냥 건너지만 신호등이 없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는 저도 손을 들고 건너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분뇨차와 담배피는 사람..... 쿨럭쿨럭. 딱 저네요......
앞으로도 멋진 컨트롤 부탁드립니다 >.<
레디오스님은 참 친절한 분이네요. ^^
답글삭제정말 친절하시군요. 저는 도로가 무지 넓어서 겁날때만 손을 들어요. 음.. 멋진 글입니다.
답글삭제박군// 헉. 서양식도 있었습니까! 몰랐어요. ^^
답글삭제Frey// 저도 분명히 과거엔 퍽퍽 뿌리고 다녔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착해요. 보행하며 담배피우던 중에 누구한테 구박받은 기억이 없더라고요.
꼬야// 차의 속도가 빨라져서인지 자연스레 손이 들리더군요. ^^ 컨트롤의 대가가 되면 담뱃불로 차를 세우는 경지에 이르는 자로 발전!
마른미역, 르세// 감사합니다.(부끄러워서 무슨 답글을 남겨야 할 지 모르겠어요. -ㅁ-;;)
건널목 건널떄 왠지 속도내고 달려오는차가있음 그차선에 멈춰서 파란불 다될떄까지 버텨본적 수십번..그리고 씩웃으면서 손을 살짝들고 후다닥~!
답글삭제보행하며 담배피우는 사람을 갈구지 못하는 이유는.... 담배빵 맞을까봐 무서워서...... 훌쩍훌쩍.
답글삭제마비쟁이들이 에린을 놔두고 농땡이를 피우시다니!(그나저나 내가 컴터 포맷할 때 버리 인벤에다 철괴120개를 넣어뒀던 기억이...)
답글삭제으음... 멋지네요 ^^
답글삭제좋은 글 항상 잘 읽고 갑니다 ^^
답글삭제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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