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사람들은 인생을 공포에게 내맡기고 있다.
암에 걸리면 끔찍하게 죽는대. 담배를 피우면 몸에 해롭대. 하나님 믿지 않으면 지옥간대. 밤길 조심해, 위험하대. 공부 열심히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한대. 누가 사고로 죽었대. 경제가 어려워서 살아가기 힘들어졌대. 안녕하세요? 등등 수많은 언어들이 공포로 점철되어 있다.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제일 크다. 꿋꿋하게 희망적인 정보를 안겨주는 매스미디어는 대한뉴스 밖에 없는 것만 같다. 그나마 대한뉴스도 '이런 거 없으면 국민들이 안 속아주고 우릴 쫓아낼 거야'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공포심리 발동물이다.
모든 것이 공포다. 보는 것마다 사고가 터지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강력히 요구하고 싶을 때는 공포로 양념을 쳐서 설득한다. 사람들은 어느새 희망을 위해 살아가지 않고,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 살아간다. 난자가 정자에게 물었다. "내가 보고싶어서 왔니?" 정자가 대답했다. "아니, 내 뒤에서 정자들이 쫓아오잖아."
이어지는 내용
그 결과, 사람들은 경쟁심리를 갖게 된다. 저 녀석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저 녀석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난 과장으로 머물고, 저 녀석은 이사직에 오른다. 내가 이 녀석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저 녀석이 먼저 친분을 다져서 날 왕따시킬 것이다. 내가 먼저 친해져서 저 녀석을 왕따시켜야 내 생활이 편하다.
서로를 경계하는 경쟁심리는 공포에서 비롯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왜 해를 입혀야하는 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상대자는 자연스러운 공격심리를 발동한다. 그 기준은 공포에 있다. 경쟁심리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공포에 의한 경쟁심리는 부작용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상대를 찍어눌러서라도 자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가치관이다. 쫓는 자는 쫓기는 자를 앞서야만 짓눌리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감에 쌓여있고, 쫓기는 자는 쫓는 자를 두려워하며 도망가는 데에만 급급하다.
발전이라는 것이 뭘까. 가장 빠른 개인의 발전이 상대적인 존재를 기준한 발전일까?
만약 본인이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대감님이 될 수 있다면 돌아가겠는가.
알다시피 조선시대는 컴퓨터가 없다. 햄도 없고, 치즈도 없으며, 장티푸스에 걸리면 대감님이고 뭐고 뒈진다. 샤워시설, 텔레비전, 게임, 하다못해 연필도 없다.
단지 의학과 과학만을 언급했지만, 그 시대의 사람보다 현대의 사람들이 개인적 편이성에서 더 낫다는 것은 여러 방면에 걸쳐 증명할 수 있다. 이것은 '단체의 발전'이 파생하는 효과에 대한 언급이다.
제대로 된 발전은 서로의 경쟁체제가 비교우위만을 기준한 채 상대에게 도움을 받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앞서려는 가치관의 발전이다. 그것은 단체의 발전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대한 공포의식 자체를 경쟁의식이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회시킨다.
인생을 다루는 방법은 공포가 아니라 이상이다. 자신의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과정에서 인생의 바람직한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지, 타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생의 걸음을 한다면 그건 자신의 인생이라고 하기 어렵다. 수동적인 것이며, 나의 가치관을 온전하게 발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인생이다.
주변 전체가 공포감에 시달린다고 해서 그것이 당연한 사회성이리라 판단하는 것은, 단체적 최면에 빠진 환자의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남을 믿었다가 배신을 당하는 것도 사회적 희생양이라 여길 필요가 없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다면 남을 믿어도 남에게 흔들리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공포로 인해 자신의 인생설계를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자신의 인생설계를 내맡기는 것또한 어리석은 행동이다.
내가 확신이 섰을 때, 남을 끌어들여라. 또한 남이 '같이 고생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도 내가 확신이 서지 않으면 물러나라. 자신의 완성을 바란다면 자신만으로 완성을 해야한다. 남에게 자신의 완성을 요구하는 것은 남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고 나 자신도 피해를 입는 행동이다.
공포는 상대적이다. 서로 공포에 젖은 채 상대한다면 결국은 '내가 당하기 전에 남을 공격하는' 불신적이고도 공격적인 행동을 야기시킨다. 그러나 자신의 완성에 확신을 가진 사람이 서로를 상대하게 된다면 서로의 인생에 뚜렷한 경계선을 긋고 각자의 발전에 최선을 다한다. 그와 함께 서로의 교집합을 통하여 인생을 가꾸는 장식품을 공존한다.
공포에 흔들리지 말자. 매스미디어가 떠들어대는 공포는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사고로 죽는 이야기가 꼬박꼬박 터져나오지만, 한국 남자의 평균수명은 73세이며, 여자의 평균수명은 80세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만족할만큼 열심히 썼다면, 악플을 달며 조롱하는 독자보다 묵묵하게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반드시 더 많다. 그런데 몇몇 작가들은 악플에 휘말려 자신의 연재주기를 결정짓거나 글로 독자를 휘두르려 한다. 묵묵하게 글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에게 배신당하는 독자들이 제법 있다. 이 독자들이 악플러와 꼭 맞서 싸워야 할까? 작가는 무엇이 두려운가. 한 두 개의 악플로 인하여 '스스로가 만족할만큼 열심히 쓴 글'의 가치가 떨어질까 두려운가? 자신의 글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 글에게 마침표를 찍어라. '나는 널 믿는다'라는 스스로의 인생이 지닌 자신감을. 그리고 묵묵하게 읽어주는 독자와 감사의 코멘트를 남기는 독자를,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는 코멘트를 봐라. 당신의 글은 분명히 발전한다.
공포로 인생을 다룰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공포로 점철된 이유는, 놈이 너무도 눈에 띄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되 자신의 곁을 언제나 감싸고 있는 존재다. 믿어라. 자신을 믿고, 이상을 믿고, 걸음을 믿어라. 길 한가운데 놓여진 거치적거리는 돌을 하나하나 치우다가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저 길을 걷는 또 다른 이에게 '그 옆에 돌이 없는 길이 있어'라고 말해주면 그만이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보통은 이오공감에 오른글들을 읽기만 하고 댓글은 안남깁니다만, 글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스스로를 한번 뒤돌아 보게 하는 내용이었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이상을 잊고 산지가 꽤 오래되었군요.
답글삭제많이 공감가는 좋은 글입니다.
답글삭제공포로 인한 경쟁심리, 공포에 기인한 인생...
거기서 벗어나려 하는 중입니다. ^^
절대공감이군요. 흠.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합니다.
답글삭제이상으로 설득 당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살기 괜찮은 곳이 되겠죠?
레디옹! 어느새 이글루에까지 멀티를!(이오공감 보고나서야 알았다) 게다가 은근슬쩍 제 블로그를 링크하시기까지! 흥, 레디옹이 이렇게 음흉한 사람일 줄 몰랐어요. 실망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당당하게 레디옹 링크양을 납치해가겠습니다.(당당하게 들고 걸어간다)
답글삭제...그나저나 정말 좋은 글이기는 한데, 한가지 걸리는 사실이 있으니 그건 바로 레디옹이 메롱작가라는 것이로군요.(지그시 바라본다)
아,좋은 글이군요. 매일써내는 뉴스미디어란 게 좋은 글이 되긴 힘들죠.그냥 매일 정보정도랄까...
답글삭제아니, 형님! 언제 여기에 블로그를! (저도 이오공감 보고 알았심더 -_-;) 링크 꾹 누릅니다!
답글삭제그나저나 내용은 뭔가 심오하군요. (...) 사실 인생 될 대로 되라, 살아가는 저에겐 뭐든지 다 부질없는... (...)
우왓! 오랜만입니다아아! 잘 지내고 계세요~?
답글삭제언제 한 번 불러주세요~ 대단히 보고 싶습니다!
...and 링크 납치 해 갑니다아~ 시작해놓고 글 하나 밖에 안 올려놨지만(먼산)
좋으면서 멋진 글입니다. 고민중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덜덜덜...
답글삭제지인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만든 이글루였는데... oTL
이글루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오공감이라는 시스템이 있군요. 글이고 뭐고 팽개친 채 이오공감의 글들을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이 많네요. ^^
제 미숙한 글에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그리고...
막 몰려온다. 로나경, 음흉해서 죄송합니다. 마로야, 안녕? ^^;;
아라이경과 같이 필사적인 음주가무를 하기로 마음만 먹는군요. 이것도 세월이 지나다보니 어느덧 '이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실로 바꿔주세요. ;ㅁ;
공감가는 글입니다.(..)/
답글삭제그리고 아라이님처럼 링크군을 납치해갑니다.( ")/
앗; 레디오스님이시군요.. ^-^;
답글삭제이오공감 보다가 낯익은 닉이길래 링크양 모셔가러 왔습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그것이 공포였다는걸 이 글을 보고서야 깨닫게되었습니다.
답글삭제좋은 글 감사합니다.
'타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생의 걸음을 한다면 그건 자신의 인생이라고 하기 어렵다. 수동적인 것이며, 나의 가치관을 온전하게 발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인생이다.'
답글삭제정말 공감가는 구절이었습니다. 저도 링크양 납치해 갑니다~
읽어주시는 것도 부족해서 이렇게 동감까지 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ㅠ_ㅜ
답글삭제밸리를 통해 왔습니다.
답글삭제생각지도 못한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정말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좋은 글 읽고 갑니다-
답글삭제덤으로 링크군도 데려갈게요'ㅂ'
좋은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답글삭제저 역시 링크 신고~
아앗! 레디오스님이시군요! ...링크 신고합니다;
답글삭제헉, 레디오스 님.. 이오공감 보고 들어와서 좋은글- 하면서 읽다가 아래의 이름을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링크해가요.
답글삭제앞에 몇 줄을 제 블로그 포스트에 인용했는데 괜찮을런지요? 공포라는 모티브로 현대인의 불안과 좌절감에 대한 처방을 명쾌하게 풀어내신 솜씨가 대단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예전에 '공포마켓팅' 을 주제로 이오공감에 올라온 글이 있었지요. 후후.
답글삭제두려움으로 사람을 자극하는 것...
협박이지요.
성화형 오랜만입니다. ^^
답글삭제글쓰기는 잘 되시는지 ^^
이글루에 옛 나우누리 멤버분들이 속속 눈에 띄는군요.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꾸벅)
답글삭제마음껏 인용하셔도 괜찮... 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공감해주시는 분이 많을 수록 저 또한 즐거우니까요. 고맙습니다, DESERTFISH님. ^^
무쟈게 많은 링크... 감사합니다. 제 정신이 빠릿해지면 저도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네요. ^^
서린언니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노아도 왔던데... 이거 향수에 마구 젖기 시작하네요. 하하하. 서린언니님도 잘 살고 계시죠? ^^
trackback from: 2005년 7월 15일 이오공감
답글삭제조금은, 아니 꽤나 무거운 이야기 하나. by 직장인평소에 회사일이나 무거운 주제는 극도로 피하는 편입니다만, 가끔은 사회 생활의 얘기를 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이렇게 길고 지루한 글을 읽으실 분들이...우아한 아침? 뱃살찌는 아침. by 파애울 한의원에서 비만치료를 거의 한달간 받은 분이 있다. 글쎄. 체지방은 줄었을지도 모르지만 체중은 정말 100그램도 안 줄고 계속 그자리길래 일단 담당인...인생을 다루는 방법은 공포가 아니다.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