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내용
그곳에서 모실장을 만나 스토리팀을 결성했다. 별 발악을 다 해가며 내 만화스토리의 첫작품 '타락고교'를 작업했다. 중요연출은 내가 직접 그림으로 그려서 보내줬고, 필요한 자료들을 통신에서 찾아 스토리에 첨부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타락고교 1권 원고를 기다렸다.
1권 원고가 나왔다. 떨리는 손으로 1권 원고를 봤다. 조심조심 원고지를 넘기면서 나의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져만 갔다. 중요한 연출로 여겨서 참고그림을 줬던 부분을 확인했을 때는 입에서 게거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스케치한 그림보다 원고가 더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단행본 만화가의 일부가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나는 타락고교의 내용을 전면 수정하고 작화가분이 그릴 수 없을 것이라 판단되는 내용 전체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처음에 구상한 앤딩과 각종 복선들을 삭제했다. 다음에 한 일은 소설 타락고교를 통신상에 연재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만화 타락고교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작화가분의 능력에 맞춰 최대한 스토리를 조정하면 될 것이라 여겼다. 여전히 발악해가며 스토리를 보냈다. 원고가 들어오면 꼬박꼬박 찾아서 검토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연출들은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손에 원고가 들어오지를 않았다. 원고가 들어오지 않았냐고 물으면 벌써 인쇄소로 보냈다고 고개를 젓는다. 인쇄소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안 가르쳐준다. 원고는 오탈자를 그대로 유지한 채 책으로 출간되고 나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뭉갰다. 난 출판사에게도 호감을 잃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타락고교의 작화가분은 그림을 전혀 안 그린다고 했다. 그저 어시스트들을 모아서 원고를 만들고 그것을 판매하는 중간책이었던 것이다. 이게 나에겐 제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 다음엔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사무실의 한켠을 빌려서 작업하는 분이 만화에 무척 열정적이셨다. 그분의 열정에 감동받아서 그분의 작품을 위한 스토리를 썼다. 실장이 그 스토리를 보더니 다른 작가분께 넘겼다. 애초에 사무실 작가분의 연출과 그림을 보고 그에 걸맞게 짠 스토리였기에, 이 새롭게 등장한 작가분의 원고는 스토리와 매치되지 않았다. 출판사가 하자는대로 따라가야 할 상황이었던 그 작가분은 오히려 그 문제로 껄끄러운 일을 당했다. 나보고 항의하지 말라시며 술잔을 건네셨다.
난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좋은 작가분을 잡아챌 수 있었다. 결과는 제일 안팔린 작품의 출간이었고, 4권이라는 짤막한 권수로 끝을 맺었다. 그래도 내가 썼던 스토리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원고로...가 아니구나. 아무튼 만족스러운 원고로 나왔다.
정말로 손에 꼽혔다. 단행본 작가분들 중에서 한 작품 한 작품에 열정을 가지고 덤벼드는 분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웠다.
술좌석에서 우연히 한 작가분을 만났다. 실장의 소개를 듣자면, '오로지 돈을 위해서 만화를 그리는 작가'란다. 그것도 나름대로의 가치관이라 여겼다. 차라리 그렇게 속편히 밝히고 작업하면 밉지나 않다. 자기 작품에 열정을 다한다면서 얼렁뚱땅 해치우는 작가와는 천지차이다.
그 작가와 밥을 먹으면서 느꼈던 점은 '사람이 참 좋다'라는 것. 주변 사람에 대해서 여러 모로 신경을 쓰고 곁에 둔 사람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만화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서 친해지기는 어려운 분이었다.
이 분에 대해 통신상에서 안 좋은 말이 많이 나돌았는데, 출판사의 실장은 '이런 식으로든 유명해지면 돈이 잘 벌린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오히려 홍보효과라며 좋아하더라.
후에 이분과 같은 잡지에서 연재하게 되었다. 난 같은 잡지에서 연재를 하면서도 이분의 작품을 욕했었다. 이분이 화를 내시며 '독자들의 비난은 참을 수 있어도, 어떻게 같이 연재를 하는 처지의 사람이 내 작품을 욕할 수 있는 거냐'라고 말했다. 난 수긍하며 사과했다. 사과는 진심이었다. 지금도 그 행동이 내 치기가 저지른 실수라고 여기고 있다.
당시에 내가 하이텔 CCC에서 욕했던 이 작품의 이름은 '스타 크래프트'다. 이분의 이름은 '김성모'씨다. 그 이후로 나는 김성모씨를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분들이 많다. 만화가가 아닌 분들, 예술가, 소설가 중에서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자신의 작품에 평생의 열정을 바치는 작가분들이 존경스럽다. 그런 분들 중 일부는 '화백'이라는 호칭을 얻는다.
내가 앞서 말한 작가분들, 김성모씨를 포함한 단행본 전문 작가들이 화백의 호칭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주체와 객체의 차이겠으나,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김성모씨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한 호칭이라는 건 잘 안다. 그러나 김성모씨를 비꼬기 위해 사용하는 존재로 '화백'을 사용하는 건 좀 아니다싶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나이트를 갔다. 나이트를 가서 홀에 앉았는데 '장군'이라는 명찰을 단 웨이터가 와서 내 얼굴이 늙어보인다고 나가라고 했다. 내가 싫다고했더니 맥주병을 들고와서 머리통을 후려쳤다. 내가 화가나서 녀석의 멱살을 잡으니까 웨이터는 자기 명찰을 가리치며 "내가 왜 '장군'인지 보여줄게."하더니 다른 웨이터를 호출해서 내 주변에 학익진을 펼쳤다. 개잡듯 얻어맞고 널브러진 나한테 웨이터가 말했다. "이래도 장군한테 까불래?" 그래서 내가 녀석에게 빈정댔다. "그래. 너 이순신 장군님이다." 나이트에서 춤추던 사람들이 내 말에 감명을 받고서 인터넷에 유행시켰다. 조금이라도 넷상에서 깽판을 치는 사람이 있으면 '이순신 장군 납셨네.' '이순신 장군! 어인 행차시오?' '이순신 장군이다! 모두 피해!'라며 리플을 달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 있어서 '화백'이라는 호칭은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조롱할 때 사용할 정도로 어지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명색이 기자라는 직책을 가진 녀석까지 김성모씨에게 '화백'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게 하도 어이가 없어 적는다.
1권 원고가 나왔다. 떨리는 손으로 1권 원고를 봤다. 조심조심 원고지를 넘기면서 나의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져만 갔다. 중요한 연출로 여겨서 참고그림을 줬던 부분을 확인했을 때는 입에서 게거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스케치한 그림보다 원고가 더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단행본 만화가의 일부가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나는 타락고교의 내용을 전면 수정하고 작화가분이 그릴 수 없을 것이라 판단되는 내용 전체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처음에 구상한 앤딩과 각종 복선들을 삭제했다. 다음에 한 일은 소설 타락고교를 통신상에 연재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만화 타락고교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작화가분의 능력에 맞춰 최대한 스토리를 조정하면 될 것이라 여겼다. 여전히 발악해가며 스토리를 보냈다. 원고가 들어오면 꼬박꼬박 찾아서 검토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연출들은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손에 원고가 들어오지를 않았다. 원고가 들어오지 않았냐고 물으면 벌써 인쇄소로 보냈다고 고개를 젓는다. 인쇄소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안 가르쳐준다. 원고는 오탈자를 그대로 유지한 채 책으로 출간되고 나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뭉갰다. 난 출판사에게도 호감을 잃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타락고교의 작화가분은 그림을 전혀 안 그린다고 했다. 그저 어시스트들을 모아서 원고를 만들고 그것을 판매하는 중간책이었던 것이다. 이게 나에겐 제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 다음엔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사무실의 한켠을 빌려서 작업하는 분이 만화에 무척 열정적이셨다. 그분의 열정에 감동받아서 그분의 작품을 위한 스토리를 썼다. 실장이 그 스토리를 보더니 다른 작가분께 넘겼다. 애초에 사무실 작가분의 연출과 그림을 보고 그에 걸맞게 짠 스토리였기에, 이 새롭게 등장한 작가분의 원고는 스토리와 매치되지 않았다. 출판사가 하자는대로 따라가야 할 상황이었던 그 작가분은 오히려 그 문제로 껄끄러운 일을 당했다. 나보고 항의하지 말라시며 술잔을 건네셨다.
난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좋은 작가분을 잡아챌 수 있었다. 결과는 제일 안팔린 작품의 출간이었고, 4권이라는 짤막한 권수로 끝을 맺었다. 그래도 내가 썼던 스토리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원고로...가 아니구나. 아무튼 만족스러운 원고로 나왔다.
정말로 손에 꼽혔다. 단행본 작가분들 중에서 한 작품 한 작품에 열정을 가지고 덤벼드는 분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웠다.
술좌석에서 우연히 한 작가분을 만났다. 실장의 소개를 듣자면, '오로지 돈을 위해서 만화를 그리는 작가'란다. 그것도 나름대로의 가치관이라 여겼다. 차라리 그렇게 속편히 밝히고 작업하면 밉지나 않다. 자기 작품에 열정을 다한다면서 얼렁뚱땅 해치우는 작가와는 천지차이다.
그 작가와 밥을 먹으면서 느꼈던 점은 '사람이 참 좋다'라는 것. 주변 사람에 대해서 여러 모로 신경을 쓰고 곁에 둔 사람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만화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서 친해지기는 어려운 분이었다.
이 분에 대해 통신상에서 안 좋은 말이 많이 나돌았는데, 출판사의 실장은 '이런 식으로든 유명해지면 돈이 잘 벌린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오히려 홍보효과라며 좋아하더라.
후에 이분과 같은 잡지에서 연재하게 되었다. 난 같은 잡지에서 연재를 하면서도 이분의 작품을 욕했었다. 이분이 화를 내시며 '독자들의 비난은 참을 수 있어도, 어떻게 같이 연재를 하는 처지의 사람이 내 작품을 욕할 수 있는 거냐'라고 말했다. 난 수긍하며 사과했다. 사과는 진심이었다. 지금도 그 행동이 내 치기가 저지른 실수라고 여기고 있다.
당시에 내가 하이텔 CCC에서 욕했던 이 작품의 이름은 '스타 크래프트'다. 이분의 이름은 '김성모'씨다. 그 이후로 나는 김성모씨를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분들이 많다. 만화가가 아닌 분들, 예술가, 소설가 중에서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자신의 작품에 평생의 열정을 바치는 작가분들이 존경스럽다. 그런 분들 중 일부는 '화백'이라는 호칭을 얻는다.
내가 앞서 말한 작가분들, 김성모씨를 포함한 단행본 전문 작가들이 화백의 호칭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주체와 객체의 차이겠으나,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김성모씨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한 호칭이라는 건 잘 안다. 그러나 김성모씨를 비꼬기 위해 사용하는 존재로 '화백'을 사용하는 건 좀 아니다싶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나이트를 갔다. 나이트를 가서 홀에 앉았는데 '장군'이라는 명찰을 단 웨이터가 와서 내 얼굴이 늙어보인다고 나가라고 했다. 내가 싫다고했더니 맥주병을 들고와서 머리통을 후려쳤다. 내가 화가나서 녀석의 멱살을 잡으니까 웨이터는 자기 명찰을 가리치며 "내가 왜 '장군'인지 보여줄게."하더니 다른 웨이터를 호출해서 내 주변에 학익진을 펼쳤다. 개잡듯 얻어맞고 널브러진 나한테 웨이터가 말했다. "이래도 장군한테 까불래?" 그래서 내가 녀석에게 빈정댔다. "그래. 너 이순신 장군님이다." 나이트에서 춤추던 사람들이 내 말에 감명을 받고서 인터넷에 유행시켰다. 조금이라도 넷상에서 깽판을 치는 사람이 있으면 '이순신 장군 납셨네.' '이순신 장군! 어인 행차시오?' '이순신 장군이다! 모두 피해!'라며 리플을 달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 있어서 '화백'이라는 호칭은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조롱할 때 사용할 정도로 어지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명색이 기자라는 직책을 가진 녀석까지 김성모씨에게 '화백'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게 하도 어이가 없어 적는다.
저도 최근까지 농락을 위한 호칭과 존경을 위한 호칭 두가지 용법으로 화백을 써왔다는 점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답글삭제그래서 최근엔 그 분 존함뒤에 "형"을 붙여서 부르고 있지요.
(어쭈? 형이면 만만하다 이거냐?)(아,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
전 요새 그분을 본좌라 부릅니다. 참고로 제가 꼽는 본좌는 사마 선생, 와 선생, 그리고 그분이 있지요 (-_-;)
답글삭제음... 그런 쪽으로는 생각 못해봤습니다..좀 생각해봐야겠네요..
답글삭제확실히 타락고교 만화책 쇼크였죠-_-;; 그때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근데 대행로 4권은 나온 거 맞습니까? 얼마전 3권까지는 어떻게 중고로나마 구했는데...4권은 없더군요.. 옴니버스식이라 크게 상관은 없지만..
역시 만화계라는 것이 힘든 이야기만 들리는 것 같습니다. 판타지 쪽에서도 사기 당했다, 돈 못받았다는 소리가 산더미처럼 쏟아지긴 합니다만... 그래서 출판사 고르기는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하고. 그나저나 저 김성모씨 사건은 그때 상당히 유명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답글삭제...근데 레디옹, 엘경 블로그에만 리플을 남기는 이유는 설마 제가 김성모씨를 김화백이라 부른 것 때문에 삐져서입니까!?(...)
로오나경도 알다시피...
답글삭제전 리플을 남길 때 아무 생각이 없어요. -_-/ 무엇보다 댁은 라그나로크 이야기만 가득해서 읽는 것도 벅차단 말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댁이 그런 말을 하다니! 억울하면 로나경도 스타크글을 남기쇼!(이러면서 댓글 남기러 놀러간다. -_-)
김성모 님인 겝니까; 쿨럭;
답글삭제만화계에서는 참 힘든 일이 많군요. 아는 형이 그쪽 관련해서 알고 있는 게 좀 있다 보니까 가끔 들리기는 하지만(쿨럭)
역시 편집진이 개차반이니 이 나라 만화미디어가 경쟁력이 떨어지죠...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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