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볼 일이 있었다. 오전에서 정오로 달리는 시간대라 비교적 한적했지만, 서 있는 사람이 2-3명 가량 있을 정도로 자리가 찬 상태였다.
이어지는 내용
나는 중앙에서 한 칸쯤 벗어난 자리에 앉아있었다. 중앙쪽을 향한 내 옆자리는 딱 한 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여자분이 앉았다. 그 여자분은 남자친구와 동행하는 중이었다. 책을 읽느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적당한 톤으로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했던 것 같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서 문쪽을 향한 내 옆자리의 2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마침 그쪽에 기대어 서 있던 아저씨도 있고해서 나는 여자분의 남친을 배려해 한 칸만 옆으로 이동했다. 곧 그 남친분이 내가 앉았던 자리를 차지했고, 문쪽에 기대섰던 아저씨가 구석자리에 앉았다.
연인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내가 자리를 옮겨준 게 고마웠나보다.
"껌 드시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친분이 내게 2개의 껌을 내밀었다. 난 먹는 거 거절 안한다. -_- 웃으며 껌을 받고 하나를 씹었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껌을 보며 찰나의 고민을 했다. 이건 내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드리라는 얘긴가?
"껌 드세요."
난 아저씨에게 껌을 내밀었다. 그 아저씨도 먹는 거 거절 안하는 성격인가 보다. 조용한 목소리로 "고마워요."하더니 껌을 받아 씹으셨다.
잠시 후 아저씨가 가방을 뒤적이더니 보온병을 꺼내셨다.
"이거 집사람이 만든 건데 한 번 마셔봐요."
책을 읽던 나는 좀 당황했다. 아저씨가 내민 것은 수정과였다. 먹는 거 거절 안하는 성격은 둘째 치고 구수한 수정과의 냄새때문에 냉큼 마셨다. 무쟈 시원했다. 아저씨에게 컵을 돌려주며 고맙다고 말하자, 아저씨는 "뭘요."하며 웃으셨다. 그리고 보온병 뚜껑에 또다시 수정과를 따르시더니 내게 주셨다. 나를 보며 주신 수정과지만 아저씨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난 수정과를 옆으로 넘기며 "여기 아저씨가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남녀분은 아저씨를 향해 웃으며 고맙다고 말한 뒤 수정과를 나눠마셨다. 아저씨가 한 잔 더 따라주셨을 때는 거절했지만, 넷 다 서로 알고있는 사람처럼 똑같이 히죽거리며 즐거워했다.
먼저 남녀분이 일어났다. 두 분은 나와 아저씨의 앞에서 인사하며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저희 가볼게요."라고 말했다. 아저씨와 나도 맞인사를 하며 "예. 안녕히 가세요." "좋은 하루되세요."라고 답했다. 다음엔 아저씨가 일어나며 "반가웠어요. 잘 가세요."라는 인사를 했다.
그 이후로 그 분들을 다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날 하루동안 내 기분이 무척 상쾌했었던 건 기억난다.
뒤늦게 아저씨의 마지막 인삿말을 떠올렸다. 반가웠어요. 그렇다. 난 그분들이 반가워서 상쾌했던 것이다. 생판 안면도 없는 사람들이 특별한 만남의 목적도 없이 친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런 상황을 맞이하여 그런 행동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을 대면하는 것. 나 또한 그분들을 만난 게 반가웠을 것이다.
마치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만들어낸 광고의 한 장면같았던 그 때의 상황을 글로 쓰다보니 내 얼굴이 어느새 웃고있다. 기분이 좋다.
난 그분들에게 아무 것도 준 게 없다. 껌을 받았고 수정과를 마셨을 뿐이다. 하지만 그 분들은 나라는 존재를 반가워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만남이 언제 또 어디서 이루어질 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즐거움의 기회를 놓친다면 참 아쉬울 것 같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서 문쪽을 향한 내 옆자리의 2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마침 그쪽에 기대어 서 있던 아저씨도 있고해서 나는 여자분의 남친을 배려해 한 칸만 옆으로 이동했다. 곧 그 남친분이 내가 앉았던 자리를 차지했고, 문쪽에 기대섰던 아저씨가 구석자리에 앉았다.
연인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내가 자리를 옮겨준 게 고마웠나보다.
"껌 드시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친분이 내게 2개의 껌을 내밀었다. 난 먹는 거 거절 안한다. -_- 웃으며 껌을 받고 하나를 씹었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껌을 보며 찰나의 고민을 했다. 이건 내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드리라는 얘긴가?
"껌 드세요."
난 아저씨에게 껌을 내밀었다. 그 아저씨도 먹는 거 거절 안하는 성격인가 보다. 조용한 목소리로 "고마워요."하더니 껌을 받아 씹으셨다.
잠시 후 아저씨가 가방을 뒤적이더니 보온병을 꺼내셨다.
"이거 집사람이 만든 건데 한 번 마셔봐요."
책을 읽던 나는 좀 당황했다. 아저씨가 내민 것은 수정과였다. 먹는 거 거절 안하는 성격은 둘째 치고 구수한 수정과의 냄새때문에 냉큼 마셨다. 무쟈 시원했다. 아저씨에게 컵을 돌려주며 고맙다고 말하자, 아저씨는 "뭘요."하며 웃으셨다. 그리고 보온병 뚜껑에 또다시 수정과를 따르시더니 내게 주셨다. 나를 보며 주신 수정과지만 아저씨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난 수정과를 옆으로 넘기며 "여기 아저씨가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남녀분은 아저씨를 향해 웃으며 고맙다고 말한 뒤 수정과를 나눠마셨다. 아저씨가 한 잔 더 따라주셨을 때는 거절했지만, 넷 다 서로 알고있는 사람처럼 똑같이 히죽거리며 즐거워했다.
먼저 남녀분이 일어났다. 두 분은 나와 아저씨의 앞에서 인사하며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저희 가볼게요."라고 말했다. 아저씨와 나도 맞인사를 하며 "예. 안녕히 가세요." "좋은 하루되세요."라고 답했다. 다음엔 아저씨가 일어나며 "반가웠어요. 잘 가세요."라는 인사를 했다.
그 이후로 그 분들을 다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날 하루동안 내 기분이 무척 상쾌했었던 건 기억난다.
뒤늦게 아저씨의 마지막 인삿말을 떠올렸다. 반가웠어요. 그렇다. 난 그분들이 반가워서 상쾌했던 것이다. 생판 안면도 없는 사람들이 특별한 만남의 목적도 없이 친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런 상황을 맞이하여 그런 행동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을 대면하는 것. 나 또한 그분들을 만난 게 반가웠을 것이다.
마치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만들어낸 광고의 한 장면같았던 그 때의 상황을 글로 쓰다보니 내 얼굴이 어느새 웃고있다. 기분이 좋다.
난 그분들에게 아무 것도 준 게 없다. 껌을 받았고 수정과를 마셨을 뿐이다. 하지만 그 분들은 나라는 존재를 반가워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만남이 언제 또 어디서 이루어질 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즐거움의 기회를 놓친다면 참 아쉬울 것 같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그저, 그저 부러워요!!!!
답글삭제^^^^^^^^^^^^^^^^^^^^^^^^^^^^^^^^^^^^
답글삭제행복한 분들이시군요....
오, 멋지잖습니까. 저 정도로 따사로운 인심은 이제 버스 하루에 한 네대 정도 다니는 데에서나 찾아볼 수 있...
답글삭제정말 멋지군요. 역시 먹는 건 거절하면 안되는.....
답글삭제버스에서 모르는 아주머니 누님 저 아저씨 와함께 닭과 막걸리를 나눠먹던 기억이...
답글삭제저도 지하철에 앉아있는데 그렇게 자리가 나면 옆으로 비켜주는 편이죠. 서로 즐겁게 즐겁게 사는 게 좋아요.^^
답글삭제행복하고 또 흐뭇한 일이네요. 저런 일상을 갖고 싶어요.
답글삭제아주 재미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남자가 군대에 간다고 영장을 보여주니 전철안에서 여자가 울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답글삭제여자 : 엉엉엉, 어떡해.. 너 보고 싶어서 어떡해 엉엉엉(꽤 오래 울고 있었다. 무쟈게 서럽게)
남자 : 괜찮아... 나 4주만 다녀오면 돼.(훈련소가는 것 같다. 방위로.)
남자는 마치 치킨같은 삐죽한 노란 머리, 여자는 괴상한 망사 스타킹에 뱀가죽을 두른 빨간머리. 뭔가 날랄틱한 그들의 순정...
우와... 정말 공익광고같아요.. ^ㅁ^
답글삭제굉장히 멋진 인연이었네요~♡
정말 기분 좋은 만남이었죠. 저런 일이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 싶어요. ^^
답글삭제다만 불안한 건, 저 글을 쓰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이나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행동하시는 마음을 조금 이해했다는 것.
저... 늙은 건가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