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0일 목요일

닥치면 안 된다.

닥치지 좀

대단히 큰 착각을 하는 포스팅이다.

지금 우리가 무슨 일이 있을 때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저 만화 '백지'에서 피와 땀을 흘린 열사께서 만든 터전이 있기에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와 모니터를 통해 대화하는 것이 바로 결과물이며 직접 보이는 '뭔가'라는 존재다. 또한 이것을 두고 키보드를 통한 모니터와의 대화'만' 하는 것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700만 국민이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가 대한민국을 외쳤을 때, 그 시작은 스페이스A님께서 말한 키보드에 있다. 우리 선배들이 노력하여 일군 터전을 사용하여 6월 항쟁을 능가하는 전국민적 단결을 보인 것이다.

닥치면 안 된다. 이는 열사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행동이다.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알려 하지 않고 그저 나불대는 키보드와, 알기위해 알려주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하여 두드리는 키보드를 동급으로 치부하지 말라. 어째서 시위가 필요한가. 왜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투쟁을 외쳤는가. 몰랐다면 지금 알아둬라. 선배들은 잘못된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뛰쳐나왔다. 어머니께서 교도소 담벼락을 넘어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저들이 목숨 걸고 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 결과 없이 헛되이 무너져버린 세상이었다면 키보드질은 의미 없다. 하지만 선배들이 이룩한 터전은 그렇게 하찮은 게 아니다. 말 그대로 편하게 의자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려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신 거다. 그걸 부정하면서 선배들을 칭송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걸 부정하면서 선배들처럼 바깥으로 뛰쳐나가 몸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향수에 취해 놀고 자빠지는 것이다.

선배들이 힘들게 일구어 놓은 세상을 왜 그렇게 무시하는 거냐. 그분들이 이 세상을 보고 쪽팔릴 거라고? 웃긴다. 이제 시위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세상을 보며 흐뭇해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이러한 세상을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일반화된 나라로 성장한 이유를 그저 세계 흐름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선배들한테 쪽 팔린 줄 알아야 한다.

정치기사 리플들이 다 가관은 아니란 말이다. 민주주의를 도 아니면 모로 보지 말아라. 도 아니면 모로 보는 것이야말로 사회주의다. 개념 없는 리플, 선동적 리플, 보수적 리플, 진보적 리플, 그냥 욕설 리플, 찬양 리플, 비난 리플 등등 이 세상에 존재가 가능하다 싶은 모든 리플들이 달리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채로 거르고 걸러버린 액기스 속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 것보다 수많은 가치관이 자유롭게 표현된 모든 것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게 진정한 '앎'이다. 

대통령 함부로 불러도 된다. 우리 손으로 뽑은 자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금님을 뽑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았다. 대통령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대통령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만들었다. 우리가 대통령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그런 세상을 만든 의미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시 백골단이니 구사대니 네오 안기부니 열심히 만들어서 대통령 함부로 불렀다가 손톱 뽑히고 물에 처 박히는 세상을 만들겠지. 그 때 가면 국민들이 알아서 그 세상에 맞는 삶을 가질 것이다. 밖으로 나와서 시위를 하는 '몸으로 뛰는 세상'을 원한다면 인터넷으로 알릴 수 없는 세상이 되는 게 우선이다. 그것을 바라는가? 80년대 군부독재 타도를 외친 선배들은 자기 얼굴에 가래침을 뱉은 사람들이란 말인가? 노태우를 비난하고 김영삼에게 손가락질하던 선배들 모두가 그런 사람들에 불과했단 말인가.

요즘 젊은 것들은! 쯔쯔쯔...

이 말이야 말로 닥칠 소리다. 완숙하지 못했어도 성숙한 젊은이들에게 구세대 잣대로 손가락질하지 말아라. 누가 뭐라고 해도 앞으로 투표할 회수는 확률상 젊은이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세상을 바꿀 사람도 이 사람들이며, 세상을 이끌 사람도 이 사람들이다.

늙은 잣대를 내세워 이들 문화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옛날에는 어쩔 수 없이 뛰쳐나와 주먹 불끈 쥐고 최류탄에 맞섰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700만 인파가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으로 충분히 증명되었고,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못했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순간에 확정되었다. 키보드를 통해 국민은 정부에게 단합이라는 핵폭탄을 실제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4개:

  1. 아무래도 익명성 뒤에서 개념없이 깐죽거리는 자들을 많이 접해 저러는가봅니다.

    모르긴 몰라도 거리에서 당당히 나와 떠드는 사람이

    익명성이란 가면 뒤에서 깨작거리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겠죠.



    왜 그런 사람들 있잖습니까.

    '인터넷에서 큰소리치는 놈들은 모두 현실에서 얼굴 맞대면 찍소리도 못할 놈들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비겁한 사람들만 있는것도 아닌데,

    A님은 그렇게 보신것 같아 안타깝네요.



    저도 무자비한 비난은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현 정부의 삽질에 대한 목소리에 감정 좀 섞였다고 전부다 싸잡아 무자비한 비난으로 보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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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근데 이렇게 좋은 글에 추천수는 많은데 리플은 안달리는게 안타깝네요.orz

    반박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좋은 글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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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추천때리고 갑니다.



    링크된 글, 왜 쓰게 된건지는 대충 이해가 가지만 바른 말 하는 사람들도 널리고 널렸죠.



    이젠 화염병 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 보다 웹사이트에 글 한자락 더 올리는 게 훨씬 파장이 클 수 있는 시대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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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와...낯이 익은 아이디다 했더니...

    나우누리 스토리 동호회 활동하셨던 홍성화님 맞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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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炎帝> 폭력시위 나빠 ㅅㅂ, 죽창 쇠파이프 즐, (글쓴 분의 아이디를 트집잡아) 일빠 즐, 이런 리플들과 유동닉과 들러가는 분들이 가득한 것 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너무 자조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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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하지만 대선전에 그렇게나 키보드로 MB를 까도, 결국 이명박 씨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었죠.

    키보드질의 위력은 총선과 대운하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 생각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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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래저래 공감 가는 내용이네요. 특히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는 부분은 더더욱… 으하하하.

    좋은 글 감사드리고, 추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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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조만간에 mb 입에서도 대통령 못해먹겠다라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지요. 한 두명 악플은 겁 안 난다 할 지 몰라도 악플 숫자가 천 단위에서 만 단위쯤 되면 정신이 아스트랄계로 강제 접속 되지요. 마찬가지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만 단위가 아니라 몇십만 단위로 리플이 쫘악 달리고 방문객 수백만 달리면 대통령이라도 정신줄 놓는게 지금 대한민국이고 말입니다.



    인터넷이 전국에 보급화 된 뒤 더욱 더 가속화 되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이런 인터넷을 전국 단위로 보급할 수 있었던 토대가 80년대의 민주 항쟁이었고 살살 까이는 분위기로 가는 386 세대들이 대학 시절 화염병 던지고 최루 가스 마신 덕을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은 잊어서는 매우 곤란하지요.



    하기야 어떤 사람은 백골단은 없었다라고 주장할 만치 좋아진 세상인데 80년대 민주 항쟁이 우스워 보이는 사람도 안 나오라는 법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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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akanechang//로그인 못하는데도 10일 가까이 아무말 없었던걸 보면 인터넷 안하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예 인터넷 끊으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신문사 신문만 보고 산다면 우리로선 방법 없겠죠.=_=



    태안 기름유출 사건에 삼성이 연관된것도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은걸 보면

    (인터넷에서 저런 문제 다루는거 좀만 뒤져도 알 수 있는데)

    아직까진 인터넷의 효과가 미비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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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스페이스님의 글이 조금 과격하게 쓰이긴 했지만 '악플러'와 '키보드 워리어'들에 대해서 적의를 가지고 쓰인것을 감안하면 이런식으로 대놓고 반론할 글은 아닐텐데요..



    어느부분엔 동의를 하지만 어느부분은 아니다 라는식의 글도 아니고... 무슨 오만을 가지고 자만의 글을 쓰시는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레디오스님글도 그리 추천받을만한 글도 아니군요.. 요점도 없이 그저 본글을 쓰신분의 글만 비꼬은것밖에 없네요..



    '어떻게' 글을 쓰는게 아니라 그저 '말만 하면' 다입니까?



    스페이스님은 말보다는 행동을 더 열심하 하자는식의 성토를 하신건데.... 이해력 부족이신가요.. 아니면 그냥 남의 글 비평하는게 재미있으신건가요..



    조금 더 생각하시고 대놓고 이렇게 비난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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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유성//조금 과격한 정도라거나 악플러나 키보드워리어에 대한 적의 수준을 넘어서



    지금의 우리는 무슨일이 있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나 두드린다.

    손만 살아서 말은 잘한다.



    라면서 인터넷으로 의견 내는 것에 대한 것까지

    아무 의미없는 삽질로 몰아붙이는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제가 잘못 읽은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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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키보드라도 안두드리면 더 맘대로 할것같은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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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몸으로 하라고 하는분이 정작



    키보드로 주장을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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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spadeace님의 글은 분명...

    인터넷 찌질이나 키보드워리어를 제외하고도...

    키보드로만 분노를 표출하고 정작 선거날엔 놀러나가는

    이중적인 사람들에 대한 냉소가 들어있습니다.



    그것으로 전체를 평가해버린듯한 글의 뉘앙스가

    이 글을 쓰게 한 원인이겠지요...



    문제점은 공유하되...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라고 생각되는데....

    원색적인 비난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긴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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