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30일 일요일

슬픈 우리 젊은 날.

대학 등록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을까.

대학 나온다고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누군가 술 마시며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대학 나오면 내 집 마련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요? 그 때 그 정도 효율성은 있겠다며 고개 끄덕인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이 느껴진다.

4년제 대학 포기하면 수도권 바깥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할 돈이 생긴다. -_-! 대학 가도 마련할까 말까한 내집이 대학 안 가면 생기다니, 이게 어쩐 일이냐. 등록금 낼 돈으로 집 하나 잘 선택해서 구하면, 대학 다닐 4년 동안 뛰어오른 집값으로 집 한 채 또 구할 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해서 이력서 사방팔방 돌릴 시간에 열심히 땅만 굴리면 간신히 취직자리 구한 친구가 하나도 부럽지 않아! 어떻게 된 게 기를 쓰고 배 곯아가며 공부한 친구보다 대학 포기한 애가 더 잘 살아! 대학은 대체 왜 가는 거고, 부모님은 왜 기를 쓰고 자식들 대학 보내는 거지?

슬픈 정서다. 아주 오래 전 '믿거나 말거나'라는 방송이 기억난다. 기이한 이야기 몇 편 방송하면서 그 사이사이마다 짤막하게 세계 속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10초 가량 언급하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동양에는 해가 뜨기 전 새벽에 등교하여 밤 9시가 넘어 하교하는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나라 교육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화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또는 큰 돈을 벌려면 아동 교육만화를 그리라는 말이 있다. 애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어지간해서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코묻은 돈 장사에 불황이 없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사는 교육관련 장사라는 말이 있다. 이건 물론 카더라 통신이다. 근데 내가 본 카더라 계열 중에서 가장 신빙성 있는 내용이다.

우리 부모님, 우리 조부모님 세대는 고생하면서 귀가 뚫어지도록 들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배워야 산다. 이것은 그분들에게 있어서 철칙이자 진리였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수 없는 시절은 그리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아직 많이 계시다. 배우지 못해 나라를 빼앗기고, 배우지 못해 사기 당하고, 배우지 못해 억압당하고, 배우지 못해 배가 고팠던 시절을 어르신들은 몸으로 배웠다. 당신께서 겪는 모든 고통은 그저 '배우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셨다. 또 배운 사람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소리만 하고 다녔다.

우리나라 교육열의 근간이 이것이라고 본다. '빨갱이는 나쁜놈'이라는 관점보다 우선하는 것이 '배워야 잘 산다'이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아끼는 자식들이 더는 고생하지 않도록 배우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밥 살 돈이 없어서 배 졸이는 한이 있더라도 학용품 살 돈을 주시는 부모까지 있다.(이러한 경우는 내가 어릴 때 직접 봤다.)

그래서 우리네들은 아주 유명한 스킬을 몸으로 배웠다. 돈 구하기 가장 좋은 스킬은 '엄마, 참고서 사게 돈 좀 주세요.'다. 학용품이니, 참고서니, 육성회비니, 준비물 살 돈이니 뭐니 여러 가지 핑계를 댈 때, 부모님은 지갑을 연다. 지갑을 열어 돈을 주셨다고 하여 부모님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산타클로스를 믿을 자격이 있다. 부모님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돈을 주시는 거다. 일단 교육을 위한 돈은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자식에게 증명시키기 위해서다. 이른바 인증쩐이다.

그래. 자식이니까. 자식이 오죽 돈이 궁했으면 교육을 팔아먹을까. 부모님께서 이런 측은지심으로 지갑을 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중 정말로 교육을 위해, 배우고 싶어서 돈을 청할 때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런데 대학은 대체 뭘 믿고 학생들에게 그 많은 돈을 삥뜯냐? 교육개방으로 하버드, 옥스퍼드, 캠브리지, MIT, 동경대학 한국 캠퍼스같은 것들이 세워져서 평균 등록금 200만원 정도로 학생 받으면 그제야 정신을 차리려나? 그 좋아하시는 미국도 가정형편에 따라 등록금을 면제해주거나 50% 감면해주는데 이 나라는 그런 것도 없어. '배워야 산다.'고 그렇게나 강조하시더니만, 풀이하면 '학생이 배워야 학교가 산다.'냐? 오랜 옛날 야학으로 농민을 가르치며 배움의 소중함을 알리던 분들을 이렇게까지 욕보여도 되는 거냐?

학교인 주제에 교육을 모독하지 마, 이 쌩양아치들아!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4개:

  1. 그러나 수요가 있습니다. 비싼 대학은.



    "돈 없는 놈은 대학에 오지 마! 의자 줄어든다!!"



    등록금 200만 시대때도 돈이 부족해서 지방대학으로 내려가서 장학금 받는 걸로 만족하는 녀석도 있었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배우고 싶더랍니다. 학력만능주의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돈 없으면 학력조차 못 사는 시대가 돌아오고 있지요.



    안정된 사회를 원하는 거랍니다. 계층간 이동따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그들의 입장에선.





    그래서 제가 원술을 싫어해요. (어? 잘 떠들다가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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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싫어해요.(어? 잘 읽다가 따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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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해외유수의 대학들이 들어와서 등록금200만원 시대를 열어준대여?

    우왕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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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막내동생 등록금을 돕고잇는데 이번학기 550만원크리



    ㅠㅠ



    이제 한학기남앗네여... 점 더 힘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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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등록금이 비싸지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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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전 그래서 동생에게 국립대 못가면 전문대가서 언니처럼 되지 말라고 열심히 설교중이지요.... 대학이야 돈 벌고 와도 됩니다. 아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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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제 요번 등록금은 입학금 포함 620만원이었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의 절반이었다던데,아니 과만 달라도 절반인 곳이 있겠다...

    이제 다시 뺏어야지요. 어떻게 해서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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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그나마 저는 국립대라서 싸긴 하지만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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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졸업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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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서울시에서 지원해주는 학교라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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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외국 유수의 대학 분점들 빨랑 들어오면 안 될카효. 아니, 한국 실정에 맞게 현지화가 너무 잘 되어 그쪽은 등록금 더 받으려나... o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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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울 회사 입주해 있는 이 빌딩 건물주가 재능교육입니다. -_-;;;; 역시 애들 관련 교육업체는 장사 잘 되는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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