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4일 화요일

바쁘니까 몰아서 포스팅 2

이 얘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맥은 하나인데 참 많이도 엮인다.

제일 많이 겪는 부분부터 말하자.

양판소. 양줍소 말고 양판소.

인터넷에 연재하던 글을 보면 가끔 이런 덧글이 달린다. 뭐가 어째서 한심하다느니, 글 접고 발을 닦으며 자라는 식 덧글이다.

불평불만이 쏟아져도 꿋꿋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너희는 우매하다. 내가 옳다. 글이라는 것은 이런 양판소 따위가 아니다.

너무 감정이입을 하는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글을 욕하는 것은 글을 좋아하는 독자 취향을 욕하는 것과 같다고.

그 말은 곧, 자신이 욕하는 작품을 아끼는 독자를 이해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유명한 타 작품을 진심으로 욕하는 작가'는 결코 유명해질 수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양판소가 어쩌고 저쩌고, 저 글은 불쏘시개인데 이상하게 잘 팔린다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으로 떠들어대는 작가들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독자를 모른다는 소리니까.

특정상대가 잘 나갈 때 그것을 천박하다고 꾸짖으면서 그것이 질투 때문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면, 당신은 잘 나갈 수 없다. 그것을 떠받드는 독자가 있기에 잘 나가는 건데, 지금 당신은 그 독자들의 가치관을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아, 나도 양판소대로 이렇게 이렇게 쓰면 잘 팔 수 있어.

이런 개소리는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잘 나가는 양판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봐라. 그 작가가 위와 같은 마인드로 글을 쓴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개연성등 여러 면에서 능력이 부족했을 뿐이지, 글을 즐긴다. 그 즐거움을 독자가 잡아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거다.

베토벤과 모짜르트의 인기를 내세워 거기에 기준을 맞추고 꿍따리 샤바라를 손가락질하지 말라는 얘기다. 가치관이 그 꼴이면 어디 가도 명함같은 거 못 내민다.

특히 웹에서 쫑알대는 걸로 얻은 인기를 자기 글의 인기로 착각하지 마라. 이쯤되면 불쌍해진다.

예전에 내가 시드노벨에 대해 평가하면서 홍보부분은 좀 문제라고 말한 적 있었는데, 그 관점은 오래 전에 철회했다. 왜냐고? 잘 팔고 있으니까. 이제는 오히려 시드노벨의 최강점이 홍보라고 여긴다. 이런 생각을 갖고있지 않으면, 나는 시드노벨 독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작가라고 본다. 변하는 세태에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내 의식은 몸 따라 나이먹겠지. 40세 의식을 가지고 10대 20대가 즐길 글을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가급적 비난하는 대신 이해하려 한다. 세상 더럽다며 소주병 까는 짓이 얼마나 한심한지 느끼고 있다.

내가 그 길로 따라가지 않더라도, 그 길을 이해하는 도량이 필요하다. 수준이 낮아서 실패하고 있으니 좀 더 높은 수준의 세계로 가야겠다고 말한다면 어리석은 행동이다. 도약과 도피는 엄연히 다른 뜻을 가진 단어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5개:

  1. 양줍소 재밌던데 안팔려요......에휴

    답글삭제
  2. 내일은 도서관에라도 가봐야 겠네요. 대체 뭐가 나오고 뭐가 재밌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답글삭제
  3. 안녕하세요, 작가님.

    예전에 한번 작업을 한 기억이.. ^^

    여기서 작가님 글을 보니 새롭네요. ㅎㅎ

    링크 신고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