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리터 냉장고를 내용물도 빼놓지 않고 혼자서 번쩍 들었다. 책상도 번쩍 들고,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무거운 텔레비전도 번쩍... 들 뻔 했다. 여하튼 집 구조를 모두 바꿨다.
이어지는 내용
만화원고를 할 수 있는 책상이 생겼다. 이제 오랫동안 묵혀놓은 만화원고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었다. 아직은 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만화원고에 맛들였다가 현재 작업중인 글을 외면할 것 같아서였다. 일단은 테이프만 떼놓고 살아남은 원고들을 찾아내어 스캔해야지.
컴퓨터니 뭐니 잔뜩 옮긴 뒤에 밥을 지었다. 쌀통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방이 잔뜩 들어가 있다. 에윽! 차마 쫓아내지 못하고 냅뒀다. -_-;; 요리조리 살살 피해가며 꺼낸 쌀을 열심히 씻었다.
빗자루로 방을 좌라락 쓸어버리니 머리카락들만 무쟈게 나왔다. 루비도 털갈이를 하는 지 자잘한 털뭉치가 여기 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하루 평균 2마리씩 나오는 바퀴벌레가 나에게 적당한 내성을 줘서 직접 손바닥으로 잡... 지는 못하지만, 뿌려서 죽일 수 있는 경지에는 도달했다. 어제부터는 그 시체를 휴지로 잡아서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게되었다. 그 덕에 여기 저기 나뒹구는 바퀴벌레들의 시체를 모두 제거했다.
여름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투성이다. 집안에 나 홀로 있으니 홀라당 벗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좋다. 가끔 용감한 전도사 분들께서 노크 3번과 함께 거침없이 문을 여실 때면 당황스럽긴 하다. 고개를 내밀기 전에 내가 먼저 숨고서 "지금 옷을 벗어서 어떤 신도 못 믿겠거든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 당시에 그 전도사분들은 옷 입을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셨다. "전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방해가 되거든요?"라고 말해서 보낼 수 있었다. 왜 내가 그런 식의 어법을 구사했는 지는 잘 모르겠다. -_-;;
집이 깔끔해졌다. 벽마다 걸려있는 달력들을 한장씩 뜯었다. 8월이다. 그렇게 무더운 나날이 지났는데 아직도 8월이다. 정지버튼이 반쯤 고장나서 회전대가 살짝 걸린 선풍기는 끊임없이 뚝뚝 소리를 내며 박자를 맞춰달랜다. 냉장고가 낮게 소음을 낸다. 소리를 잊고나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어쩌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내 귀를 막아준 것일 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창문 밖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오늘 따라 특히 조용하다. 불을 켜고 있으니 밤 9시를 달리는 시간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정신은 말짱하나 이런 정신상태로 만들게 한 원흉인 커피가 또 다른 선물을 줬다. 속이 쓰리다. 뭐라도 먹지 않으면 웩하고 신물을 뱉을 만큼 속이 쓰리다.
재미있는 건 이럴 때 글이 참 잘 써진다. 자판이 술술술술 탁탁탁탁 제 멋대로 눌러지는데 오탈자 하나 없이 깔끔하다. 손가락이 주체를 못하고 춤을 춘다. 각종 가구를 움직이느라 지쳐버린 내 몸 따위 아랑곳 않는다. 어느새 글은 나를 부르고 나는 글을 독려한다. 마음이 글에 있으면 크게 행복하다. 참 이상한 것은 글을 쓸 때 이렇게 행복한데,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나는 힘겨워한다. 웹서핑을 하면서 글을 피하려 한다. 행복이 두려운 것인가. 이따금 만나게 되는 내 한계를 마주보게 될까 지레 겁먹는 것일까.
청소를 하니 새기분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일은 없었다. 내가 오른쪽 앞으로 손을 내밀면 담배와 재떨이가 잡히고, 왼쪽 앞으로 손을 내밀면 커피잔이 잡히며, 모니터와 키보드는 앞에 있다. 귀중한 머리를 받쳐주는 베개가 이젠 욱씬거리는 엉덩이를 받쳐주고 있다. 베개가 2개라서 다행이다. 행여나 손님이 와서 자게되면 어떤 베개를 줘야 할까.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예전에 읽은 책이었으나 또 읽었다. 부럽지는 않았으나 그리웠다. 즐겁지는 않았으나 행복했다. 샤워 후에 선풍기를 앞에 두고 신선놀음을 했다. 쓰레기통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하여 다시 옮겼다. 커피잔에 커피가 사라졌다. 커피 7스푼에 설탕 7스푼을 넣어 가득 채웠던 검은 물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속이 쓰린 것일까. 자판을 모두 쳐서 글을 올리면 새로이 커피를 탈 생각을 하고 있다. 재떨이 위에 놓아둔 담배가 연기를 솔솔 뿌리고 있다. 손가락을 내밀어 끝을 잡고 고민했다. 연기를 한 모금 깊게 들이켜면 후련하다. 담배의 연기를 음미하면 이렇게 후련한 기분이 드는데, 내가 피우는 담배의 95%, 또는 100%는 아무 생각 없이 들이켠다. 그런 것을 떠올리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지우려 한다.
8월 1일이다. 8월 1일이라 정리를 한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보니 8월 1일이다. 집안에만 있다보니 날짜에 얽매이지를 않는다. 시간에 자유로워 글이 수월하다. 조금만 생각해도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건만, 일부러 자유롭고자 한다. 그래야 글이 수월하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대범하게 큰 일을 저지른다. 청소가 그렇다. 책정리가 그렇다. 장편의 글을 읽는 것이 그렇다. 감히 다른 글을 써보는 것이 그렇다.
밖을 보지 않았으나 너무 조용하여 날이 맑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비가 오면 소리를 내고 먹구름이 끼면 가슴이 답답하다. 형광등이 힘을 내는 방안의 밝기처럼 하늘도 맑을 듯 싶다. 밖으로 감히 나가볼까 생각했지만, 역시 커피가 먼저고, 곧 취사버튼이 솟아오를 밥통 속의 것들이 먼저다. 밥을 먹으면 곧 피곤하여 급히 영양제로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몸이 먼저라는 것을 잊으면 머릿속의 글은 도망간다.
하늘은 맑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내가 집안 정리를 하여 우울한 하늘을 마음속에서 바꿨을 수도 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야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컴퓨터니 뭐니 잔뜩 옮긴 뒤에 밥을 지었다. 쌀통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방이 잔뜩 들어가 있다. 에윽! 차마 쫓아내지 못하고 냅뒀다. -_-;; 요리조리 살살 피해가며 꺼낸 쌀을 열심히 씻었다.
빗자루로 방을 좌라락 쓸어버리니 머리카락들만 무쟈게 나왔다. 루비도 털갈이를 하는 지 자잘한 털뭉치가 여기 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하루 평균 2마리씩 나오는 바퀴벌레가 나에게 적당한 내성을 줘서 직접 손바닥으로 잡... 지는 못하지만, 뿌려서 죽일 수 있는 경지에는 도달했다. 어제부터는 그 시체를 휴지로 잡아서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게되었다. 그 덕에 여기 저기 나뒹구는 바퀴벌레들의 시체를 모두 제거했다.
여름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투성이다. 집안에 나 홀로 있으니 홀라당 벗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좋다. 가끔 용감한 전도사 분들께서 노크 3번과 함께 거침없이 문을 여실 때면 당황스럽긴 하다. 고개를 내밀기 전에 내가 먼저 숨고서 "지금 옷을 벗어서 어떤 신도 못 믿겠거든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 당시에 그 전도사분들은 옷 입을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셨다. "전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방해가 되거든요?"라고 말해서 보낼 수 있었다. 왜 내가 그런 식의 어법을 구사했는 지는 잘 모르겠다. -_-;;
집이 깔끔해졌다. 벽마다 걸려있는 달력들을 한장씩 뜯었다. 8월이다. 그렇게 무더운 나날이 지났는데 아직도 8월이다. 정지버튼이 반쯤 고장나서 회전대가 살짝 걸린 선풍기는 끊임없이 뚝뚝 소리를 내며 박자를 맞춰달랜다. 냉장고가 낮게 소음을 낸다. 소리를 잊고나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어쩌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내 귀를 막아준 것일 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창문 밖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오늘 따라 특히 조용하다. 불을 켜고 있으니 밤 9시를 달리는 시간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정신은 말짱하나 이런 정신상태로 만들게 한 원흉인 커피가 또 다른 선물을 줬다. 속이 쓰리다. 뭐라도 먹지 않으면 웩하고 신물을 뱉을 만큼 속이 쓰리다.
재미있는 건 이럴 때 글이 참 잘 써진다. 자판이 술술술술 탁탁탁탁 제 멋대로 눌러지는데 오탈자 하나 없이 깔끔하다. 손가락이 주체를 못하고 춤을 춘다. 각종 가구를 움직이느라 지쳐버린 내 몸 따위 아랑곳 않는다. 어느새 글은 나를 부르고 나는 글을 독려한다. 마음이 글에 있으면 크게 행복하다. 참 이상한 것은 글을 쓸 때 이렇게 행복한데,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나는 힘겨워한다. 웹서핑을 하면서 글을 피하려 한다. 행복이 두려운 것인가. 이따금 만나게 되는 내 한계를 마주보게 될까 지레 겁먹는 것일까.
청소를 하니 새기분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일은 없었다. 내가 오른쪽 앞으로 손을 내밀면 담배와 재떨이가 잡히고, 왼쪽 앞으로 손을 내밀면 커피잔이 잡히며, 모니터와 키보드는 앞에 있다. 귀중한 머리를 받쳐주는 베개가 이젠 욱씬거리는 엉덩이를 받쳐주고 있다. 베개가 2개라서 다행이다. 행여나 손님이 와서 자게되면 어떤 베개를 줘야 할까.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예전에 읽은 책이었으나 또 읽었다. 부럽지는 않았으나 그리웠다. 즐겁지는 않았으나 행복했다. 샤워 후에 선풍기를 앞에 두고 신선놀음을 했다. 쓰레기통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하여 다시 옮겼다. 커피잔에 커피가 사라졌다. 커피 7스푼에 설탕 7스푼을 넣어 가득 채웠던 검은 물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속이 쓰린 것일까. 자판을 모두 쳐서 글을 올리면 새로이 커피를 탈 생각을 하고 있다. 재떨이 위에 놓아둔 담배가 연기를 솔솔 뿌리고 있다. 손가락을 내밀어 끝을 잡고 고민했다. 연기를 한 모금 깊게 들이켜면 후련하다. 담배의 연기를 음미하면 이렇게 후련한 기분이 드는데, 내가 피우는 담배의 95%, 또는 100%는 아무 생각 없이 들이켠다. 그런 것을 떠올리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지우려 한다.
8월 1일이다. 8월 1일이라 정리를 한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보니 8월 1일이다. 집안에만 있다보니 날짜에 얽매이지를 않는다. 시간에 자유로워 글이 수월하다. 조금만 생각해도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건만, 일부러 자유롭고자 한다. 그래야 글이 수월하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대범하게 큰 일을 저지른다. 청소가 그렇다. 책정리가 그렇다. 장편의 글을 읽는 것이 그렇다. 감히 다른 글을 써보는 것이 그렇다.
밖을 보지 않았으나 너무 조용하여 날이 맑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비가 오면 소리를 내고 먹구름이 끼면 가슴이 답답하다. 형광등이 힘을 내는 방안의 밝기처럼 하늘도 맑을 듯 싶다. 밖으로 감히 나가볼까 생각했지만, 역시 커피가 먼저고, 곧 취사버튼이 솟아오를 밥통 속의 것들이 먼저다. 밥을 먹으면 곧 피곤하여 급히 영양제로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몸이 먼저라는 것을 잊으면 머릿속의 글은 도망간다.
하늘은 맑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내가 집안 정리를 하여 우울한 하늘을 마음속에서 바꿨을 수도 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야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왠지 굉장히 무리하신단 느낌입니다.=_=;
답글삭제힘내세요!!!
'지금도 레디 오스 성화'만이 갖는 이 분위기. 묘하게 기쁘면서도 흐뭇하군요.
답글삭제그런데 최근 작업하고 계신 글의 타이틀이 궁금하옵니다만?(빤-히)
답글삭제좀비君// 무리하는 건 아녜요. ^^
답글삭제미상// 미상님 이글루스도 너무 좋아요! >ㅁ<
로오나// 연재중이지롱.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