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9일 금요일

필멸의 원균(몽중일기편)

필멸의 원균입니다. 즉흥적인 글이라서 그냥 이글루 게시판에 직접 쓰겠습니다. -_-/

아 참. 약하나마 동인성격을 가진 글이니, Y계열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

필멸의 원균(몽중일기 편)


나는 다람쥐가 싫다.

어릴 때 누군가 놓은 덫에서 다람쥐가 신음하였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으나 대장부가 어찌 다람쥐를 두려워하랴. 대담성을 키울 기회라 여기고 다람쥐를 향해 활을 쏘았다. 다람쥐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쏘고 쏘고 또 쏘았다.

한대도 안 맞는다, 씨발새끼. 참다 못해 목검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크게 놀란 다람쥐가 덫에 걸린 다리를 뜯어버리고 도주하였다. 한쪽 다리를 잃은 다람쥐가 빨라봤자 얼마나 빠르겠는가. 금세 따라잡아 정수리를 노리고 목검을 휘둘렀다. 다람쥐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한대도 안 맞는다, 씨발새끼. 참다 못해 목검을 팽개치고 몸을 날렸다.

그러자 다람쥐가 병신 주제에 도약하여 오얏나무 위로 올라갔다. 닭쫓던 개도 아닐 터인데 내 꼴이 이게 무어냐 싶었다.

그 때 보았다. 다람쥐의 눈을. 그 앙증맞고 귀여운 눈망울로 나를 직시했다. 그 눈이 기억에 남아 지금도 악몽에 자리를 잡곤 했다. 그 때 나는 다람쥐에게 코를 물려 4일을 앓았다.

지금 그 다람쥐의 눈이 내 앞에 잔뜩 있었다. 다른 수병들은 느끼지 못하는 듯 하였으나, 장수로서의 경험이 풍부한 내가 어찌 느끼지 못할까. 숨어있는 왜병들의 눈이 다람쥐의 그 때 눈과 같았다. 코가 가려웠다. 내 코는 납작하여 왜놈들의 코와 비슷했으니, 행여나 잘린다면 풍신수길에게 가지않고 그분♡께 갈 것이 자명하다. 용순(龍脣)으로 몇 번 대하시고 신의 비공(鼻孔)에 용설(龍舌)을 한 번이라도 넣어주신다면 성은이 망극... 아차 섰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저것들을 어찌할까?

"통제사 영감! 이제라도 수병을 물리심이 어떻겠습니까! 필시 저들의 수급을 얻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내민 벌목증은 틀림없는 경상우병사 영감께서 발급한 것이옵니다."

이영남이 간청했다. 이영남 이 놈. 용모가 반반하고 심지♡가 곧아서 크게 예뻐해주고 싶은 놈이었다. 사실 이놈 때문에 그놈이 더 싫어졌었다. 이놈은 언제나 그놈에게 대주고 싶어서 안달하는 눈치다. 쓰벌놈. 넌 공이 어울린단 말이다! 어찌 그것을 모르느냐. 난 놈의 말을 무시한 채 좀 더 고민했다. 아직도 숨어서 나를 지켜보는 눈이 오얏나무 위의 다람쥐다. 방법이 없을까?

옳거니! 난 말했다.

"이첨사의 말이 옳다. 저들의 놀랜 가슴을 달랠 겸 술을 대접할까하니 뜻을 전하거라."

그제야 아랫것들이 기뻐하며 왜놈들에게 뜻을 전했다. 크크큭. 참새황새의 뜻을 어찌 봉황뱁새 따위가 알리오. 왜군들이 드디어 다람쥐의 눈을 지우고 술잔을 받았다. 크게 기뻐하며 돌아가는 적선의 꽁무니를 보니 나도 꼴렸기뻤다. 나는 군관들을 불러 명했고, 군관들이 외쳤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펑펑! 퍼퍼펑!

포병들은 물러가던 적선을 향해 포를 쏘았다. 놈들의 뱃조각이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쏘고 쏘고 또 쏘았다.

한대도 안 맞는다, 씨발새끼들. 참다못해 부하들 몇몇의 목을 베었다.

"뭘 하는 게냐! 너희들이 그러고도 조선수군이란 말이냐!"

내가 직접 총통에 불을 붙였다. 이영남이 내 위용에 감동하여 주변의 눈도 무시한 채 나를 덮쳤다.

"통제사 영감! 그쪽에서 포탄이 나오는데 거기 서서 불을 붙이면 어찌하십니까!"

펑!

콰아앙!

어찌되었건 내가 쏜 포가 명중했다. 귀가 멍멍하여 정신이 온전치 않은 듯 하였으나, 그 정도야 어찌 문제가 되겠는가! 내가 칼을 높이 치켜들고 병졸들에게 "보았느냐!"라고 외치자, 병졸들 모두가 감읍하여 눈물을 흘렸다.

"보았습니다! 고성현령 조응도 영감의 판옥선이 제대로 맞았으니 왜군들이 기뻐하며 그쪽으로 배를 몰고 있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무얼 하고 있는게냐! 놈들이 낚이지 않았더냐! 이제 미끼를 물었으니 우리가 포위하여 적들의 목을 베는 일만 남았다!"

나의 명령에 따라 군사들이 배를 몰았다. 나는 무도한 것들과 가까이 하기 싫어 좀 더 뒤로 배를 물리라 일렀다. 왜군들은 정녕 무도한 자들이었다. 예전에 남남북녀라는 말에 혹하여 왜남들의 맛도 좀 볼까싶어 가까이 갔더니 나에게 총구를 겨누더라. 세상에 어떤 병졸들이 전쟁터에서 적의 대장에게 총구를 겨누려한단 말인가! 전쟁의 기본도 모르는 저런 것들과는 조금도 가까이 있고싶지 않았다.

"드디어 잡았습니다! 그러나 피해가 큽니다, 통제사영감!"

곤죽이 된 병사들 모습이 크게 상큼했다. 애써 참으며 적의 수급을 베라 일렀다. 내 곁으로 세 명이 다가왔다.

"오늘도 그리 하옵니까?"

"말해 무엇하겠느냐. 시체를 잘 찾아서 미용에 힘쓰거라."

이발하는 자와 문신하는 자와 성형하는 자가 깊게 머리를 조아렸다. 무려 15급의 머리가 왜놈의 수급과 똑같았으니 흐뭇한 마음으로 장계를 올릴 수 있었다.

기문포의 달밤은 오늘도 밝았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민혁님 글이랑 트랙백으로 연결하려고 했었는데 그런 기능이 안 보이네요. ;ㅁ;

댓글 12개:

  1. [데굴데굴]푸하하핫;쿨럭;

    밸리 타고 들어왔습니다^^

    링크신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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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ㅇ_ㅇ[버엉]

    갸웃. 링크신고 했었는지 슬슬 의문이 가고 있..습..ㄴ..[쿨럭]<ㅡ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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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위에 관련글 눌러서 트랙백 주소라고 나오는 게 있습니다. 민혁님 해당 글의 트랙백 주소를 이 글 수정 눌러서 본문 수정 창 말고 그 밑에 보면 트랙백 버튼이 있으니, 그걸 눌러서 나오는 주소창에 넣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민혁님 포스트에 이 글이 트랙백으로 달리고, 이 글에 민혁님 포스트가 달리려면 반대로 민혁님쪽에서 윗 과정을 역으로 하셔야 합니다.



    맨 처음부터 연결을 하려면 트랙백 주소 밑에 "내 이글루에 관련된 글 쓰기"를 누르면 되고요. (물론 여기서 말고 민혁님 해당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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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혁님 글에는 그게 없어요. ;ㅁ; 글을 쓰실 때 트랙백 허용 불가를 체크하신 것 같아요. 민혁님, 허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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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잘 읽었습니다......OTL

    감상은 난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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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핫핫; 방법을 모르신다는 줄 알고..OTL

    (옆에 버젓히 트랙백된 글들이 쌓여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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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마스터// 사실은 마스터님 말씀대로 하면 되는 줄 알고 다시 민혁님 이글루 찾아갔었어요. 흑흑흑, 이글루 초보인 걸 알고 낚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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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멋지십니다! 무언가 포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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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트랙백 금지로 했었던 게 맞아요. 왜냐. 행장의 꿈 트랙백되면 자칫 충무공 촉수괴물화(...)라는 이유로 거의 죽음에 가까운 이글루 악플러의 쇄도를 당할 가능성이 커서...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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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촉수 괴물화.(자료집에 따로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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